새로운 현상을 이해하기

‘공유경제’는 서울시의 교통 문제에 적절한 방법론이 아니다.

1.

뭔가 새로운 현상이 화제에 올랐을 때 내가 주의하는 것은, 그 현상이 일어난 맥락과 내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우버로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공유경제’ 를 보자. 쉽게 말해서 이 현상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물품의 대여에 들어가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짐으로써 대여(혹은 공유)의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의 종류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현상’을 뜻한다. 일반 가정집의 방을 여행자에게 공유해주는 서비스인 AirBNB는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여행자에게 방을 빌려 주는 것도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손님이 찾아오게 하려면 숙박업 간판을 걸고 홍보를 해야 하는데, 이게 은근히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던 거다. 이렇게 되면 여행객이 일정 수준 이상 존재하는 곳에서 어느 정도의 방을 확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한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 자연히 숙박료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형성되고, 서비스 역시 그 가격에 맞춰서 형성된다.

그런데 AirBNB처럼 실시간으로 이용 가능한 숙박지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 구축되면, 상황은 바뀐다. 일반 가정집이라도 방만 있으면 숙박객이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대여 거래에 들어가는 비용이 급속도로 낮아짐으로써 기존에는 호텔방만이 거래되던 대여 시장에 일반 가정집 방도 대거 유입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 진입 비용이 줄어드니까, 훨씬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거래될 수 있다. 전통적인 객실 서비스 같은 것 없이 그냥 잠만 자는 조건으로 숙박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2.

이러한 사실은 공유경제에 대해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암시한다. 공유경제 모델은 대체로 기존의 대여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한계를 보이는 경우에 그 가치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자: 물이나 전기를 공유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는 왜 없을까? 간단하다. 이들은 이미 공공 서비스로 충분히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수도나 전력 시스템은 정부가 큰 돈을 들여 인프라 스트럭쳐를 구축한 뒤 국민들에게 싼 값으로 ‘빌려 준다’. 이런 재화의 경우 공유 경제 모델을 적용하여 대여 비용을 낮춘다고 해서 기존 시장이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을 커버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좀 더 좋은 예로는 음반이 있다. 이미 음악은 디지털 음원 판매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음반 공유 서비스는 따로 없다. 대여 비용을 낮춰 봐야 기존 서비스와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유경제’ 모델은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공유 경제 모델의 핵심은 대여 비용을 하락시킴으로써 기존의 시스템이 커버하지 못하는 일정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있다. 뒤집어 말하면, 대여 비용 하락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공유 경제 모델에 적합하지 않다. 물이나 전기, 음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이러한 제반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공유경제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건 삽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3.

1년 전 한국에 상륙한 우버(Uber) 때문에 목하 시끌시끌하다. 사건의 발단은 서울시가 우버 서비스의 차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 우버는 AirBNB가 방을 공유하듯이 자동차를 공유해서 쓸 수 있게 해 주는 공유경제 서비스다. 어디서나 히치하이킹을 하듯 차를 얻어탈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사실상 우버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콜택시 영업을 진행중인 업체가 많아 전세계 이곳저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서울시가 이번에 차단을 검토하고 나선 배경에는 택시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점 뿐 아니라 사고 발생시 보험 처리가 안된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1.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시의 조치가 옳냐 그르냐에 대한 논쟁이 달아오르는 중이다. 한 쪽에서는 외국 기업이 국내법을 위반하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된다며 서울시의 조치를 지지하고 있지만, 반대쪽에서는 서울시가 과거에 정체된 채 낡은 법으로 글로벌 ‘공유경제’ 흐름을 옭아매려 한다고 보고 있어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서울시의 입장에 좀 더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국내법에 근거해 가해지는 규제가 부당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 해당 규제가 국민의 복리후생을 증대시키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거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유례가 없을 정도로 튀어서 누가 봐도 타당성이 떨어지거나. 자주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공인인증서 강제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규제이면서 온국민의 쇼핑 라이프에 짜증을 유발한다. 이런 류의 규제라면, 어서 없애는 게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버는 어떨까?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적어도 우버가 내세우는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초점을 맞추면 말이다. 앞에서 공유경제 모델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는 대여 비용을 하락시킴으로써 기존의 시스템에서 방치되고 있던 영역을 커버하는 경우라고 했다. 서울시의 경우, 싸고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이 이미 갖춰져 있으며 택시도 잡기 쉽다. 기존 시스템에서 방치되고 있는 영역이 별로 없는 것이다. 우버가 탄생한 실리콘밸리야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는 우버가 채택한 공유경제 모델이 힘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23 즉, 우버는 서울 시민들의 복리 후생을 증대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버 차단 정책이 우리만 하고 있는 괴악한 규제인가? 그렇지도 않다. 현실을 보자면,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실리콘밸리 빼고 거의 모든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중이다. 토론토와 벤쿠버는 정식 사업면허를 취득하지 않고 불법 택시중개를 알선했다는 이유로 우버를 고발했으며, 벨기에 브뤼셀은 영업금지 명령, 호주 빅토리아주는 우버 앱을 통해 불법으로 승객을 실어 나른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우버가 탄생한 실리콘밸리가 오히려 별종에 가까울 수도 있다. 국내 법규가 (좀 쫀딱스러운 감이 없지는 않아도) 이상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시의 정책이 공유경제 트렌드에 역행한다고 보는 것 역시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우버의 차단 검토는 공유경제 모델을 채택한 서비스 중 특정한 서비스가 금지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 공유경제 모델 자체에 대한 부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경찰이 전라도 출신 범죄자를 체포한 것을 가지고 “경찰이 과거에 정체된 채 전라도 출신자들을 옭아매려 한다”고 우길 수도 있다.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4.

물론 나는 우버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 우버에 대한 소식을 듣자마자 서비스 당사자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어떤 수학적인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지 찾아보기까지 했다. 공유경제 모델에도 호의적이다. 제발 공유경제 모델이 확산되어 쓸데없는 자원 낭비 좀 줄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우버가 국내 법규를 어긴 채 서비스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실제로 국내 법규가 말도 안나오게 불합리했던 경우도 책 한 권은 나올 정도로 알고 있지만, 그건 지금 서울시가 우버에 가하는 제재와는 별개 문제다.

일부 우버 옹호자들이 비판자들을 향해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반동적인 러다이스트” “시대에 뒤떨어지고 이해력이 떨어지는 고집쟁이” 로 모는 걸 보고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심지어 우버 규제를 영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을 방해한 적기 조례에 비유하는 데서는 진짜 마시던 콜라를 뿜어버렸다. 나는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이전에 언급했던 적이 있는 어떤 애플빠들의 행태를 떠올린다.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고 국내 법규를 깎아내리면 자기는 시대를 앞서 나가는 스마트한 사람이요 다른 사람들은 이해력이 딸리고 새로운 문물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우둔한 인간이 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에서 내가 설명했듯이, 오히려 이런 친구들이 공유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공유경제 모델의 요체와 전후 맥락은 쏙 빼먹은 채 특정한 서비스에 정신이 팔려 있는 걸 보면 이런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다.

5.

뭐, 각국의 환경 차이 따위는 대범하게 무시하고 무조건 실리콘밸리에서 하는 건 옳고 좋으며 우리가 따라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새로운 현상을 이해할 능력이 떨어지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건 그만뒀으면 좋겠다. 정 그러고 싶으면, 먼저 내 앞에 와서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그 소리를 해봐라. 누가 누구보고 이해를 못 하고 있다는 거야.


  1. 확실히 밝혀 두자면, 이건 서울시 측의 주장이다. 우버 측에서는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으며, 사고시 보험 처리 또한 문제 없다고 맞서고 있다. 

  2. 우버 CEO도 서울 와서 택시를 아주 쉽게 잡을 수 있는 걸 보고 놀랐다고… 

  3.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대중교통 수단이 잘 정비된 서울시보다 판교 같은 데서 우버가 자기 실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