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의 나라 벨기에

2005년 8월 6일 오후 6시

브뤼셀 남부역(Brussel – Zuid)

1.

2004년 8월, 처음으로 일본에 갔을 때 일이다. 여행사에서 자유여행 패키지를 구입해서 여행을 갔었는데, 난생 처음 먹은 기내식에 작은 초콜릿이 하나 들어 있었다. 초콜릿을 워낙에 좋아하는지라 입가심으로 입에 털어 넣었는데, 지금 돌아보자면 감전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그때까지 먹었던 500원짜리 가나초콜릿하고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재빨리 포장지를 살폈다. 생전 처음 보는 상표명이었지만, 그 이름만은 머리 깊숙이 남았다. 고디바Godiva.

2.

이제 조금 뒤면 영국행 기차를 타야 한다. 브뤼셀의 예쁜 건물들을 구경하던 우리는 그 사이에 간단하게 배를 채울 생각으로 브뤼셀 남부역의 매점으로 돌아왔다. 영국에 도착하면 오후 10시가 넘는다. 제대로 저녁식사를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배는 채워야 한다. 우리는 이 기회에 벨기에 과자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여행 안내서에도 종종 나오는 이야기지만, 벨기에는 온 나라 사람들이 달콤한 과자를 좋아한다는 인상이 짙다. 거리 어디에서나 와플이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포장마차를 볼 수 있고, 곳곳의 과자 가게에는 사탕이나 과자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심지어 기차역 안에서도 과자를 파는 자판기들이 많이 있다. 그만큼 팔린다는 것이리라.

자판기에서 파는 와플.

사람들이 이 정도로 과자를 좋아하니, 벨기에 과자가 유명하지 않다면 그게 더 거짓말일 게다. 우리가 흔하게 먹고 다니는 과자인 와플이나 프렌치 프라이가 바로 벨기에 음식1이다. 과자 브랜드도 많다. 앞서 말한 고디바 초콜릿 – 전세계 공항 면세점에 깔려 있는 – 도 본래 벨기에 브랜드다.

맛있게 프렌치 프라이를 드시는 벨기에 할머니. 케첩이 아니라 치즈를 찍어서 먹는다.

3.

역 안을 잠시 둘러본 우리는 각종 과자와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파는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 <대항해시대4>에서 본 듯한, 마음씨 좋아 보이는 흑인 아저씨2가 가게를 보고 있었다. 2유로짜리 초콜릿 케이크 조각과 와플 두 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간식 치고는 좀 많았지만, 어차피 아침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고 저녁도 못 먹을 판이니 이 정도는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4.

위: 초콜릿 케이크. 아래: 브뤼셀식 와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리에쥐식 와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맛있었다. 접시 위에 올려놓고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 벨기에 와플. 혀가 살살 녹는 듯했다. 흑인 아저씨가 80 유로센트 받고 크림과 초콜릿을 듬뿍토핑해 주었는데, 의외로 별로 느끼하지도 않았다. 이름값을 한다는 느낌이었다 – 이 정도는 되어야 전세계적으로 알려질 만한 자격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와플과 함께 브뤼셀에서의 바쁜 하루도 저물었다. 아침의 언짢은 기분도 다 날아갔다. 작은 과자 하나가 이렇게 기분을 풀어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앞으로 벨기에 하면 와플이 먼저 떠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언젠가 주한 외국 대사들이 펴낸 자국 음식을 하나씩 소개하는 책에서 벨기에 대사 부부가 소개한 음식도 바로 프렌치 프라이었다. “도대체 왜 이 음식에 프랑스식 프라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고 나와 있었다. 

  2. 개인적인 생각인데, 약간 통통한 흑인 아저씨와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옷은 꽤나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