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포스트는 영화 『킹스 스피치』에 대한 것이었는데, 필자가 거의 1년만에 이 영화를 다시 꺼내서 본 것은 순전히 곡 하나 때문이다. 베토벤 제 7번 교향곡 2악장. 영화 『킹스 스피치』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연설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바로 그 곡이다.1

7번 교향곡 자체가 베토벤의 중기를 마무리하는 걸작 교향곡으로 평가되지만, 특히 2악장은 클래식에 무지한 사람들에게도 상당히 많이 알려진 곡2이다. 엄숙하고도 어두운 정서를 배경으로 높은 절벽을 등반해 올라가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명곡으로, 클래식 애호가 안동림 교수는 이 곡에 대해 "운명을 걷어차고 나아가는 힘찬 활기가 느껴진다."고 평한 바 있다. 아마도 스스로의 장애를 극복하고 국민들 앞에서 훌륭하게 연설하는 앨버트의 모습에 이 곡만큼 어울리는 곡도 없지 싶다.

덧붙이자면 이 곡은 베토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 1994]』에도 삽입된 바 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버전은 모두 3개다: 1943년 10월 명지휘자 푸르트벵글러가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녹음한 버전, 동독의 프란츠 콘비치니가 라이프치히 반트하우스 필하모닉과 녹음한 버전, 그리고 런던 필하모닉이 연주한 버전이다. 특히 마지막 연주가 영화에 삽입된 버전인데, 편곡을 어떻게 했는지 9분인 원곡이 5분으로 줄어들어 있3다. 하지만 이렇게 크게 잘라내면서도 원곡의 느낌을 전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차분한 와중에서도 긴장감이 필요한 때가 되면(글 초안을 잡는다거나) 습관적으로 이 곡을 듣는다. 2악장만큼이나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강렬한 클라이막스를 뿜어내는 4악장도 빼 놓으면 섭섭하다.

참고문헌

안동림, 『이 한장의 명반 클래식』, 현암사, 2010


  1. OST에는 맨 마지막 트랙에 Speaking unto Nations라는 제목으로 들어가 있다. 

  2. 사실 초연되었을 때도 앙코르 요청을 많이 받았고, 실제로 한동안 요즘 말로 "무한 재생"급으로 자주 연주되었다고 하니 명곡은 시대를 타지 않는 모양이다. 

  3. 사실 『불멸의 연인』에 삽입된 버전은 그것도 안 되서, 3분이 약간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