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책 읽는 사람 찾기’ 하는 사람들 (한겨레, 2014년 2월 26일)

2월21일, 그룹을 만든 박태근씨, 트위터 시절부터 같이 활동해온 노희승씨와 함께 순환선인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바퀴 돌면서 사람들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염탐했다. 오전 10시 충정로역, 출근시간이 지나고 지하철이 좀 한가해질 시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렸지만 책을 든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남의 책을 보려면 요령이 필요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선 “(책을 세워서 읽는) 직각 독서 장려운동을 해야 한다” “전자책에도 커버를 달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일하는 박태근씨는 중간 제목만 보고도 대개 책을 짐작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스마트폰 독서 애플리케이션을 기획·개발하는 노희승씨는 틈틈이 서점에 가서 책표지를 눈에 익힌다고 했다. 덕분에 이젠 표지만 봐도 어느 출판사에서 나온 것인지는 대강 알 수 있단다. 3번째 칸 중간쯤 50대 남자가 어떤 책에 몰두하고 있는지를 알려고 그 앞에서 운동화끈을 고쳐 매는 척했다.

박태근씨는 “독서 장려 운동 같은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워낙 희귀해져서 발견하기만 해도 동질감을 느낀다. 동료를 찾는 놀이 같은 것”이라고 했다.

총평: 지랄한다.

이게 뭐가 문제인가 싶다면 약간만 바꿔 보자: 회사에 들어온 신입 여직원 염탐하고 사진 찍어다 공유하고 품평하는 그룹이 있고, 심지어 그걸 일간지에서 다뤄 줬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드시는가? 이건 뭐(...)

혹자에 따르면 기사에 소개된 박 아무개라는 사람은 원래 저렇게 몰래 사진 찍어서 올리는 그룹 구성원들을 말렸다고 하는데, 기사를 보면 아예 날 잡아서 기자와 함께 지하철에서 저 짓을 하고 다닌 걸로 나온다. 그러니까 박 아무개가 도촬을 말렸다는 증언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 정말이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저래 놓고서 시대 변화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둥, 독서를 장려해야 한다는 둥 지껄이고 다니면 낯이 좀 많이 간지럽지 않을까? 책 많이 읽어봐야 뭐 해, 지하철에서 남 도촬이나 하면서 그게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는 저런↑ 인간 되겠지.

그런 점에서 박 아무개가 알라딘 인문서적 상품기획자라는 점은 매우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하겠다.

+1. 알라딘은 이 기사를 자랑이랍시고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기까지 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현명한 사람 된다던 말도 옛말이다. 아주 세트로 잘들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