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건담 캡슐파이터 – 왜 꼭 “녹여야” 하지?

SD 건담 캡슐파이터 – 잘못된 보상

SD건담 캡슐파이터(이하 SDGO)가 노가다 게임이라고 욕을 먹는 이유는 앞서 쓴 글과 같이 보상 자체가 찌질하기도 때문이지만,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성장 시스템이다.

있던 거 녹여서 새 것을 만들면…

많은 온라인 게임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게임 안에서 아바타를 만들게 된다. 몹을 잡아 노가다를 하든, 오디션처럼 예쁜 옷을 사서 입히든, 이 아바타는 게임 안에서 게이머가 이룬 성취가 집약되는 존재다. 게이머가 많은 것을 성취할수록, 아바타 또한 성장한다. 능력으로든, 외형적으로든.

SDGO에서 게이머의 아바타 역할을 하는 것은 SD건담 기체다. 그런데, 아바타를 성장시키는 시스템이 좀 특이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B급 기체인 시그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3개의 C급 기체 – 스트라이크 대거, 짐 스나이퍼 커스텀, 가자C – 가 필요하다. 모두 에이스 레벨까지 올려야 한다.

이렇게 해서 시그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열심히 키웠던 세 개의 기체와는 영원히 빠이빠이다.

SDGO는 더 좋은 기체를 얻기 위한 시스템으로 “조합 시스템” 이라는 것을 마련해두고 있다. 높은 레벨의 기체를 얻기 위해서는 그보다 낮은 레벨의 기체 몇을 합성해야 한다(위 스크린샷). 그런데, 그러면 합성을 하기 위해 애써서 키운 기체들을 없애야만 한다.

“애착” 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

게이머가 더 좋은 기체를 만들기 위해 녹여버린 기체들은 단순한 기체가 아니다. 그걸 키우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배어든 물건들이다. 실체는 없지만, 이런 식으로 보면 현실에서 찍어낸 물건들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SDGO는 그런 걸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뭐든지 흔해빠진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몹을 잡아서 아바타를 성장시키는 류의 게임은 흔하게 널렸다. 이유는 간단한데, 똑같은 보상도 애착을 가진 대상에 대한 보상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게임이라는 컨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노력과 거기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바타가 있음으로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명백하다. 게이머에게 동기를 부여하기도 용이하고, 보상에 대한 느낌도 더 크게 해 준다. 문제는 SDGO의 성장 시스템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거다.

나는 이 게임의 개발자들이 SD건담이라는 소재의 틀에 너무 갇혀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SD건담은 본래 반다이에서 나오는 프라모델이니까, 기체를 합쳐서 새 기체를 만든다는 발상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똑같은 게임이라도 야구공 탁구공이 나와서 총 쏘며 싸우는 것이었다면 재미가 덜했을 거라는 걸 생각하면, 확실히 SD건담이라는 소재는 게임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것이 게임이 줘야 할 본질적인 재미를 침해할 때,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외형(Schema)을 꼭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많은 게이머들이 SDGO를 노가다 게임이라고 비난한다. 사실, 게임에서 노가다성이라는 것은 아예 없기 힘들다. 아니, 오히려 디아블로든 wow든 대부분의 게임들은 노가다가 상당히 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잘 만든 게임들은 “노가다 게임이다.” 라는 비난을 피해나간다. 노가다를 노가다로 느끼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아니만 노가다에 걸맞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거나. 그게 어떤 형태이든 말이다.

SDGO에서 부족한 것은 바로 그것 아닐까?

  • 2009년 6월 14일 추가: 이후 SDGO의 성장 시스템은 수정되어, 기체 합성을 한다고 해서 이전에 만든 기체가 사라지지는 않도록 변경되었다. 썩 마음에 차지는 않지만 탁월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