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개인화 공간, 이런 건 어떨까?
1.
좀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워크래프트3의 배틀넷 시스템에는 프로필 기능이 있었습니다. 로비에서 배틀넷 유저의 아이디를 더블클릭하면 그 사람의 전적이나 클랜 정보 등등이 일목 요연하게 떴습니다. 전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아이콘이 달랐기 때문에, 열혈 유저들은 처음 계정을 만들었을 때 주어지는 오크족 일꾼 Peon 말고 다른 아이콘을 가지기 위해서 게임에 열중하곤 했습니다.
* 고어핀드 군의 경우에는 오크족으로 150승을 거두어서 오크 샤먼을 개인 아이콘으로 설정한 날 좋아서 까무라쳤다죠 ~(-_-)~
이 정보는 인터넷으로 연동되었기 때문에, 굳이 게임을 켜지 않고서도 웹 브라우저 상에서 볼 수가 있었습니다. 간단한 기능이었지만, 자연히 워크래프트3 커뮤니티에서는 누구는 오크를 잘 하네, 누구는 허접이네 하면서 이야기꽃이 피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방금 전 한판 붙었던 상대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마주치게 되고 이런저런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서로 연습 상대가 되주기도 했죠.
이렇게 이용자 개개인을 드러내고 서로간에 인간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시스템은 게임을 하는 유저들에게도 필요한 도구입니다만, 사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만한 떡밥도 없습니다.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 커뮤니티의 형성이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마음에 맞는 상대와 함께 게임을 즐긴다는 것이 게임의 재미를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유저 간에 끈끈한 인간 관계가 형성되면 그런 게 없을 때보다 아무래도 게임을 더 하게 되거든요. 온라인 게임에서 이벤트를 할 때 길드나 동호회를 중심으로 하게 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 블리자드가 만든 건 아닙니다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Rapture라는 일종의 Wowzer 전용 싸이월드인데, 개인 프로필뿐 아니라 가입된 길드 등도 나타나고 이 사이트 내에서 길드원도 찾을 수 있다고 하네요. 뭐 그래봤자 한국 서버에서는 쓸 수 없겠습니다만 ~(-_-)~
2.
SD건담 캡슐파이터(이하 SDGO)는 단지 게임 상에서 이용자 정보를 보여 주거나 길드를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 형성의 지존급 서비스인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해서 아예 자체적인 서비스를 구축했습니다. 마이룸이라는 시스템인데, 게임 상의 마이룸과 완벽하게 연동되어 유저의 게임 전적 뿐만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기체 등등에 대한 정보가 모두 누적됩니다. 게임상에서 등록한 친구들에게 쪽지를 보내거나, 친구들의 마이룸에 파도타기(!)를 할 수도 있죠.
개인적으로 이런 세세한 시스템가지 준비한 소프트맥스에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프로필 사진 찍기 기능과 같은 각종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 또한 명백합니다. 사실 이게 좀 치명적인 건데, 바로 사람들이 별로 쓰질 않는다는 거죠.(-_-)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정작 이용자들이 이용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요새 웬만한 사람이면 전부 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블로그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뒤집어 말하면 굳이 SDGO의 마이룸을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됩니다. 인간 관계가 이미 전부 그쪽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애써 SDGO의 마이룸에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덕분에 대부분의 SDGO의 마이룸은 텅텅 비었습니다.
3.
개인적으로는 개인화 공간을 웹 페이지 상에 삽입할 수 있는 컴포넌트로 제작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mncast 같은 동영상 사이트를 이용해 보신 분은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지정된 html 코드를 붙여 넣기만 하면 인터넷 페이지 상에서 mncast에 저장된 동영상이 보이잖아요? 이건 미니홈피든, 블로그든 전혀 구애를 받지 않지요.
일단 이렇게 만들어 놓기만 한다면, 여기서의 활용 방법이야 다양한 것이 있을 겁니다. 게임 상 캐릭터를 이용해서 블로그의 타이틀 바나 로고 이미지를 자동으로 생성해줄 수도 있고1, 길드 카페나 게임 친구의 미니홈피를 자동으로 링크해줄 수도 있습니다. 게임 전적과 같은 정보를 표시해 주는 것은 기본이구요.
어차피 게임의 개인화 공간이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게임은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만 미니홈피 같은 건 웬만하면 그만두지 않거든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파고들어가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더 나아 보입니다. 요새 인터넷 서비스의 대세는 공유와 개방, 웹 2.0 아니겠습니까. 게임 역시 인터넷 서비스의 일부분인 만큼 웹 2.0적인 해결 방법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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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운영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걸 준비하는 게 의외로 쉽지가 않습니다. ↩
와우! 개인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이런 과찬의 말씀을 ^^;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D
오오, 발상의 전환, 이것은 좋은 것이다.(응?)
워3에 한창 버닝할 때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제가 게임 커뮤니티에 올려놓은 전략 전술에 대해 악플을 달며 개기던 인간과 대판 싸운 적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그 인간의 ID로 전적을 확인해서 스크린샷을 올려 버리더군요.
그리고 그 인간, 갑자기 버러우 타더군요. 제가 본 첫번째 캐버러우 중 하나였습니다(…)
좋구먼. 컴포넌트의 제작. 좋은 떡밥이야.
플레이톡같은 녀석이 나와준다면 더욱 멋지겠군..!
표준을 지키면 더 좋아할지도 !! ㅋㅋ
:D
만들면 좋고, 장기간 활용활 방도가 많은 좋은 컨탠츠이지만,
개발결정권자들은 대부분 쓸모없다고 판단. -_-;
짜증..ㅠ.ㅠ
ㅎㅎㅎㅎ 뭐 언젠가 쓸모를 인정받을 날이 오겠죠
전 좋다고 생각하는데 저흰 기술력도 부족해서 포기..단순하게 홈페이지 미니홈피로만 구축하고 말았어요. 다음번엔 컴포넌트도 생각해봐야겠네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활용법이 있겠네요.
앞으로 여기에 대해서 더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D
아..워크…5년전인가..1.04일때 헌트리스가 최강이었던기억이. 수능전전날 피시방에서 밤새고 전날에 12시까지 한다음에 수능을 보러가서 미친듯이 버닝하고 끝나고 또 피시방가는…-_- 지금은 추억이지만 그때는 목숨걸고 했었는데;; 이젠 하고파도 중국은 인터넷이 느려서 끈기네요;; 아놔르 스타 1:1도 끈겨 미쳐버려.
그리고! 왜!!! 넷마블은 중국에서 안되는걸까…-_- 두달전인가 한국갔을때 캡파해봤는데 잼나더만..;;
1. ㅋㅋㅋㅋ 저도 워크래프트3 정말 미친듯이 했습니다. 레벨 33인가, 36인가에서 그만두었지만요.
2. 중국발 해킹은 우리나라 어디서나 골칫거리라고 합니다. 온게임넷 프로게이밍 vod를 중국 해커들이 가져다 뿌리는 것은 상당히 유명하죠. 아마도 넷마블 역시 비슷한 이유로 중국발 ip를 차단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프록시 서버를 경유한다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텍스트큐브에서 작성된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