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의 성취감 – 디아블로2의 경우

재미란 체내에서 엔돌핀이 생성되면서 뇌가 기분 좋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 화학 물질이 가장 미세하게 배출되는 경우의 하나는 어떤 것을 배우거나 어떠한 과제를 완수하는 승리의 순간이다. 사람들은 이럴 때 미소를 짓게 된다. 인간의 학습은 종으로써의 생존에 중요하므로 우리의 몸은 즐거움을 느끼게 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보상을 해 주는 것이다.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 라프 코스터Raph Koster,

1.

유명한 게임 개발자 라프 코스터가 자신의 저서 에 의하면, 게임에 있어서 성취감의 문제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에 의하면, “특정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얻는 성취감” 이 바로 게임을 하는 이유(혹은 게임이 존재하는 이유)거든요.

게임 속 숨겨진 아이템을 찾기 위해 밤새 콘트롤러를 놓지 않는 게이머나 마우스 클릭질에 열중하면서 “레벨 하나만 더!!” 를 외치는 폐인( = 왕년의 주인장)을 보셨다면 아마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요즘 성행하는 “아바타의 레벨 개념” 이 없는, 슈퍼마리오 같은 게임에서도 이건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말은 쉬워도 이 성취감이라는 세 글자를 끌어내기는 정말 어렵다는 거겠죠.

게임은 아니지만, 싸이 중독이나 블로그 중독에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자기 싸이에 오는 방문객 수를 올리는 핵 프로그램까지 나도는 건, 거기서 일종의 성취감을 얻는 사람들이 있어서겠죠.

2.

게임이라는 것을 게이머에게 제시되는 하나의 “과제(혹은 미션)”로 볼 때, 게임은 일단 게이머에게 미션 수행의 이유를 명확하게 인지시켜야만 합니다. 안 그러면 게이머가 게임을 소 닭보듯하는(-_-) 시츄에이션이 발생하기 십상이거든요.

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처음 시작하면 캐릭터 하나를 들고 나가서 로그 캠프 밖에서 칼질을 시작하는데, 게이머가 조작감을 느끼고 약간의 재미를 느낄 즈음이 되면 개떼같은 몬스터 떼거리가 등장하면서 게임이 슬슬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부족함을 느낀 게이머가 이 얼라들을 잡기 위해 아이템을 세팅하고, 레벨을 올리기 시작하면…

…”레벨업과 아이템 획득” 이라는 목표에 당당하게 낚이는 거지요-_- 이제 폐인 하나 추가 되겠습니다 ㄳ

의 아이템에 각종 사용 조건이 세팅되어 있는 이유도(밸런스 문제도 있습니다만) 그 자체가 게이머에게 있어서 목표가 되기 때문일 겁니다. 레벨을 올리거나 각종 수치를 올리지 않으면 어쩌다 줏은 아이템을 쓸 수도 없습니다. “던전에서 주운 좋은 아이템 써보고 싶어서” 미친 듯이 던전을 헤메 보신 기억, 웬만큼 게임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 가지고 있지요.

레벨 30부터 쓸 수 있는 궁극의 드루이드 육성 아이템 “BoneSnap”. Perfect Skull을 박으면 그야말로 최강의 흡혈 몽둥이로 돌변한다. 어쩌다 이걸 주운 날 결국 레벨 30 만들고 잤다는(…)

이렇게 는 게임 전체에 있어서 끊임없이 게이머들에게 떡밥을 던집니다. 그것도 종류별로 다양하게(Horadric Staff를 만들어야 한다든지, 특정 Act를 클리어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든지) 던져 놓습니다. 그 Mission을 수행해야만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키울 수 있을 거라고 게이머를 납득시킵니다. 납득한 다음엔? 그냥 폐인되는 겁니다.(…)

3.

이건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Mission 수행의 대가로 게이머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명확해야 한다는 얘기도 됩니다. 아무리 해도 보상이 안 나오거나, 보상이 보잘것이 없거나 하면 게이머는 당장 게임 접습니다. 는 성취의 순간 유저에게 즉각적이고도 명확한 보상을 던져줍니다. 비명을 지르며 시원하게 고꾸라지는 몬스터부터 스킬 포인트까지, 떡밥만큼이나 다양한 종류로 말이죠.

레벨 30 = 궁극 스킬

사실 너무 쉽거나 단순해서 흥미가 없어져도 게임이 재미가 없어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이 너무 단순해서 지루하다” 는 얘기는 “게임의 패턴을 이미 파악했다 = 더 이상 얻을 성취감이 없다.” 하고 별로 다르지 않은 이야기거든요.

일단 는 둘러싸여서 다구리 맞는 사태를 피하는 게 워낙 녹록치 않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 정도 게임플레이를 구현하기 힘든 MMORPG 게임들은 “물약 만들기” 처럼 게이머가 지루함을 달랠 만한 새로운 놀거리들을 준비해 놓는 경우가 많더군요.

4.

블리자드, 니네가 짱이셈. 댁들은 이미 옛날부터 낚시에 도통했셈.

어망이 찢어지도록 낚는 것도 모자라 바닥까지 긁어내는 베링해 쌍끌이 어선 수준이셈.

사흘 뒤 발표한다는 차기작은 제발 오래오래 작업해서 나중에 내삼.

이젠 나도 먹고 살아야 하셈 -_-

…끄응 -_-a

12 thoughts on “게임 속의 성취감 – 디아블로2의 경우

  1. 이번에도 역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_^
    고어핀드 님도 글 잘 쓰시는 분 중의 하나예요.
    적어도 제가 보기엔

  2. 고어군은 나랑 생각의 동기화가 되는건지, 내가 고어군의 생각을 후행하는건지……..

    지금 캐주얼 게임의 학습곡선(떡밥던지기)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와중에 이런 올리다니……

    설레여라, 얍!(뭐지??)

    • 뭐, 저는 학습곡선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성취감에 대한 이야기니까 양자간에 연관은 있어도 광묘님이 후행하시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D

  3. 그런 점에서 와우의 레이드 컨텐츠는 성취감을 극도로 끌어내는 굉장한 거라고 생각. 요즘 레이드 뛰고 있는데 네임드 몬스터 하나씩 킬할 때마다 환호성을 내지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지 -_- ;

    • 일단 와우는 디아블로처럼 퀘이크 뺨치는 액션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약간의 불리함을 안고 들어가지만(말 그대로 8인 멀티플레이 게임과 다중접속 게임의 차이니까), 결국 그걸 다양한 성취 목표의 제시로 커버해 낸다고 봐야겠지. 뭐 난 그만둔 지 오래됐지만.

  4. 저도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이 생각했는데 마침 재미있는 글 쓰셨네요.
    제가 지난 달에 와우 계정이 만료라 와우 중독을 벗어날려고 패키지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KotOR하다가 며칠 전 Football manager 시작했는데 이거에 다시 중독… rpg도 그렇지만 시뮬레이션 게임도 성취감이라는 요소가 끊임없이 게임을 하게 만드네요. 이 FM에서는 구단을 장악하고 전술, 트레이드, 경기 전반을 ‘내 맘대로’ 하는 것이 목표인데 내맘대로 잘 안되니까 이러저리 생각하고 고민하고 변경하는 행위들이 중독요소인 듯합니다. 중독을 중독으로 풀었다고 해야 하나…. CM3부터 해온 게임이라 cm 폐인으로 오랫동안 지내서 가능하면 안할려고 했었는데 말입니다..

    • 칭찬 감사드립니다 :D
      챔피언십 매니저는 배우기는 힘들지만 한 번 빠지면 정말 미치도록 빠지게 된다는 점에서 토탈워 같은 매니아 게임으로 분류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소재의 게임이었다면 게임의 난이도로 인해 “성취감을 얻지 못한” 유저들이 와장창 떨어져 나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축구 팀을 지휘한다는 건 축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성취 동기요 유혹 아니겠습니까.

  5. 성취감이라…이게 참 알면서도 낚일수밖에 없는[……]

  6. 세계공통의 공식이 아닌가 하다가 세계공통 맞구나 생각했습니다;

    일본엔 몬스터헌터가 이런 느낌으로 인기몰이;
    혹시 다음에 몬스터헌터 얘기 꺼내시는게 아닌가 싶은;;;

    • 음, 몬스터 헌터 애기는 아닙니다만,
      대충 다른 얘기 꺼내기 위한 사전작업용으로 쓴 건 맞습니다 -ㅁ- 예리하시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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