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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개발자 인터뷰(게임메카)

Starcraft2냐, Starcraft online이냐?

블리자드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널 행사일 며칠 전부터 주요 게임 매체들은 어느 쪽이 블리자드의 차기작이 될지 입방아를 찧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토요일 오후 2시 반, 결국 블리자드의 차기작은 RTS인 Starcraft2로 결정났다.

파일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중 유닛이 추가. 포톤 캐논 러시의 필수품이 되지 아닐까?

개인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Starcraft2일 거라고 장담하고 있었는데, 결국은 내 예측이 옳았다. 이건 특별히 내가 잘났거나 예지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블리자드의 게임 개발 패턴이 항상 그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절대 같은 장르의 게임을 연달아서 내지 않는다. Warcraft 1, 2 → Diablo → Starcraft → Diablo2 → Warcraft3 → WOW 대충 이렇다. 보면 알겠지만, Warcraft 1과 2가 유일한 예외였다.

블리자드의 게임들에 으레 따라붙는 찬사인 "항상 완성도가 높고, 항상 전작에서 크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 준다." 는 이러한 개발 스케줄에서 비롯된다. 같은 장르의 게임을 연달아서 낸다고 할 경우, 전작에서 크게 바뀐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장르의 게임을 낸 다음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다. 오히려 여유 기간에 느긋하게 작전을 검토할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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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게임을 하나 출시해 놓고 다른 회사들이 어설픈 아류작이나 어설픈 개량을 반복하는 사이 이를 관찰하면서 기다린다. 그리고 때가 되면 다른 횟들이 만들어 놓은 개념을 완벽하게 완성시켜 가지고 시장을 싹쓸이한다. 블리자드는 항상 이런 식으로 패배한 게임들의 시체로 산을 쌓아 왔다.

사실 이것도 말이 쉽지, 최소 2~3년은 걸리는 개발 기간에 시장 상황이 바뀌더라도 능숙하게 대처하여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이 된다는건 엄청난 거다. 까놓고 말해서 블리자드의 게임들에 나온 아이디어들은 100% 다른 게임에서 먼저 나왔던 개념들이다. 다만 완성도가 높지 않아서 빛을 못 보았을 뿐이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블리자드의 솜씨는 가히 장인의 경지이기 때문에, 나같은 블리자드 키드는 비록 오래 된 게임이라도 다시 꼼꼼이 살펴 보지 않을 수 없을 게다.

고어핀드 군의 완소 유닛, 질럿

그것도 모자라 얘네들은 배짱까지 갖췄다. 낸다고 하다가 일이 잘 안 풀리자 접어 버린 프로젝트도 꽤 된다. 세간에 알려진 것만 두 개고, 따져 보면 훨씬 많을 게다. 하지만 막대한 개발비를 포기한 덕분에 "블리자드의 게임은 무엇을 해도 재미있어" 라는 소비자들의 더 큰 믿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게임과 야바위의 공통점이라면, 일단 돈 받고 나서 일을 벌인다는 거다. 즉 돈을 먼저 내고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언제고 낚일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대박 친 게임의 후속작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데는 "재미있는 전작을 만들 실력이면 설마 낚지는 않겠지" 라는 믿음이 크게 한 몫 한다. 이 점에서 블리자드는 100%다. 안나갈 것 같은 게임은 일치감치 접은 탓에 히트작이 아닌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 게임이라면 눈 감고 사도 밑지지는 않는다.

손자병법을 빌려서 말하자면,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고 나서 싸우는" 게 바로 블리자드다. 세계 제패는 공짜로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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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약간 몸을 사리는 모습은 보여 줬다. 항상 전혀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던 지금까지의 개발 스타일과는 달리 의 게임 컨셉을 전작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잡았던 것이다. 아직 프로토스 종족만 플레이 가능한 시점에서 판단하기는 좀 무리지만, 이번 작품은 전작의 3D 그래픽 업그레이드 + 상당수 유닛 교체가 컨셉인 듯 하다. 초대형 확장팩(?)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여기엔 아마도 한국 시장에서(만) Warcraft3가 고전한 것이 큰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E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게임을 개발한다는 컨셉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다. 어느 날 갑자기 축구의 룰이 와장창 바뀐다면 축구 팬들이 축구 경기를 볼까?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리나라 E스포츠(라고 쓰고 스타 중계라고 읽는다.)의 관객들은 RTS가 좋아서 중계 방송을 보는 게 아니다. 그게 Starcraft이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이들이 무리 없이 속편으로 넘어가게 하기 위해 많은 배려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 플레이 가능할 정도로 완성되면, 아마 프로게이머들에게 특수 계정을 발급하고 비밀리에 베타 테스트에 동원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밸런스를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나중에 속편에 익숙해진 프로게이머들과 그 팬들을 한꺼번에 속편 중계로 끌고올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중계권을 이용해 돈을 챙기는 것 뿐이다.

"4 번째 종족은 없다" 라는 발표 역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깬 것이었는데, 잘 생각해보면 이것도 이해가 간다. 블리자드는 전작인 의 네 종족간의 밸런스를 맞추느라 고생했다. 이 경우에는 비교적 종족간의 테크 트리나 유닛에 있어서 공통점이 꽤나 많은 편이었는데 그래도 쉽지 않았다.

Warcraft3의 밸런싱 - 패치의 추억

더 큰 문제는 바로 세계관을 만들기가 녹록치 않다는 점. 스타크래프트의 특징 중 하나는 뚜렷한 개성을 지닌 세 종족이었는데, 네 번째 종족을 만들 경우엔 당최 뭘 컨셉으로 잡아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프로토스와 비슷한 종족이 나올 것 같은데, 밸런스 포기해가며 개성도 또렷하지 못한 신종족을 추가하기 위한 모험을 해야 할까? 결론은 No 다.

스타크래프트의 스토리라인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신종족으로 프로토스와 저그의 창조주, 젤 나가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리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추가된다 한들 확장팩에서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확장팩을 두 개 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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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가 서울에서 개최한 이틀간의 행사는 한국 인터넷을 흡사 벌집 쑤셔놓은 듯 들쑤셔 놨는데, 그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유통 구조에 대한 언급 때문이다. 블리자드 측 인사들은 "유통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중이다." 라고 여운을 남겼지만, 일부 성질급한 한국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패키지 팔아먹고 배틀넷 유료화하면 게임 안 한다." 며 흥분중이다.

단언컨대 블리자드가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배틀넷을 유료화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오히려 난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게임으로, 북미 등지에서는 패키지 게임으로 유통한다." 즉 무료로 게임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 받게 하고, 서버에 로그인한 상태해서 게임을 진행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유료화 할 때 CD-Key를 구입하도록 하고, CD-Key가 없으면 배틀넷 계정을 만들 수 없게 하는 거다.

불가능해 보이는가? 하지만 이미 wow에서도 전례가 있었던 유통 방식이다. 다만 wow가 MMORPG 게임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클라이언트를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는 걸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북미나 유럽에서는 엄연히 패키지 게임의 형태로 판매된다. 패키지에 몇일간의 무료 이용권을 줄 뿐, 결국 온라인 게임 이용료는 별도다.

wow 확장팩 한정판 보기

이렇게 해 놓고 PC방을 주력으로 수익을 거둬들이면 의외로 해볼 만 하다. PC방에서 추가 요금을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가 400만 장이 넘게 팔렸다지만 이건 사실 별로 팔린 것도 아니다. 프리배틀넷을 전전하거나 PC방에서 CD-Key를 훔쳐 게임하는 복돌이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정품을 사게 하는 것이 블리자드 최대의 당면 과제다. 어차피 온라인 게임이 대세인 대한민국이니, 패키지 게임을 온라인 형태로 플레이하게 하는 것에 불편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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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프로토스의 유닛 Immortal을 보니까 갑자기 21세기의 초두에 접은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싶어진다. 사실 난 스타크래프트 젬병이었는데 그래도 프로토스는 그럭저럭 했다. 지금 집 컴퓨터에 스타크래프트 설치중이다. 일단 브루드워 프로토스 미션부터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