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왜 안 볼까?

젊은이들이 자꾸 신문을 멀리한다구요?

연예 기사만 클릭하는 젊은이들이 걱정이라구요?

왜 그런지 아직도 모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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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혹시 소설책을 중간에서부터 읽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안 해보셨다면 지금 한 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예, 뭐 한국어로 되어 있으니까 뭐라고 적혀 있는지는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읽는 것하고 ‘이해’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죠. 읽긴 읽어도, 스토리 진행이 전혀 이해가 안 가실 겁니다. 차라리 안 읽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제가 왜 이 얘기를 하느냐 하면요… 뉴스 읽기는 갈수록 “소설책 중간부터 읽기” 하고 비슷해져 가고 있거든요.

갈수록 어려워지는 뉴스 읽기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아래 칼럼 한 번 보시죠.

[기자의 눈] 한은의 헷갈리는 메시지

짧은 칼럼인 만큼 ‘읽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걸 ‘이해’ 하는 건 만만치가 않아요.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배경 지식이 필요합니다. 금융 위기로 인해 금리가 오랫동안 낮은 상태로 유지되어 왔다는 것, 금리가 올라가면 주택담보대출을 한 사람들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에 함부로 올리지도 못한다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금리를 동결한 탓에 가계부채가 치솟고 있다는 것, 전임 한국은행장이 금리를 올릴 필요성을 언급해 왔으나 가카한테 무시당했다는 것 등등. 어머, 이걸 다 알 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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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를 걸어도 좋습니다. 어지간히 신문을 열심히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저 짧은 칼럼조차 이해하기가 힘이 듭니다. 현직 한국은행장이 금리에 대해 뭔가 횡설수설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겠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 수가 없죠. 소설책을 중간부터 읽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덧붙이자면, 저 칼럼은 그나마 쉬운 편입니다. 저거 말고 다른 기사 몇 개를 다른 사람들한테 내밀었더니 아예 읽지도 못하더군요. 이 마당에 누가 이해가기도 힘든 뉴스를 낑낑대면서 읽겠습니까? 그 시간에 연예기사 하나 더 보고 말지요.

‘뉴스’ 와 ‘맥락’

흔히 간과하는 것이지만, 뉴스란 혼자서 덜렁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일정한 맥락 위에 있지요. 저 칼럼의 경우 크게는 경제, 작게는 금리 / 가계부채 / 한국은행 이라는 맥락 위에 있습니다. 맥락의 전후가 없다면 그 뉴스는 의미가 없습니다. 앞 페이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 채 소설을 읽겠다고 나서는 꼴이지요.

저널리즘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기본적으로 언론이 맡은 일이란 정보의 전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게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보기엔, 현재의 언론이 하고 있는 일이란 소설책 가운데 페이지 하나를 읽으라고 덜렁 던져 주고 있는 것 정도로 보이는데 말이죠. 이보세요, 그거 알아듣는 사람 한 줌도 안된다니까요?

생산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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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일반인의 귀에까지 흉흉한 소문이 전해오는 걸 보면 요즘 확실히 언론사들이 힘들긴 힘든 모양이더군요. 전통 있는 언론사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고, 심지어 조만간 기자라는 직업이 없어질 거라고 수군대는 사람들까지 등장했습니다.

저는 신문의 종말을 믿지 않습니다. 언론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기자들이 할 일이 반드시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모습은 지금하고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 하나는 단순히 뉴스의 생산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같은 맥락 위에 서 있는 뉴스들 간의 연결성을 추구하는 겁니다. 위의 칼럼을 예로 들자면, 금리 변동과 가계부채 그리고 한국은행장의 행보에 대해 서술된 기존의 기사들을 함께 나열해 주는 것이 될 겁니다.1 요컨대, 소설책을 읽다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앞 페이지를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거죠.

뉴스 읽기가 어려워지는 세상에서 뉴스 읽기를 도와주는 것, 그것만큼 뉴스에 가치를 더하는 일이 있을까요? 독자의 풀을 늘리는 것이 있을까요? 언론의 기능이 하나씩 인터넷으로 넘어가고 있는 지금, 이것이야말로 언론이 가장 확실하게 잘 할 수 있는 원천기술™ 아니겠습니까.

“너님이 뭘 안다고 나서셈?” 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 저는 언론계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반생이 넘게 신문을 열독해 왔으면, 이 정도 얘기는 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1. 이렇게 간지나는 방식이면 더욱 좋고!! 

17 thoughts on “신문, 왜 안 볼까?

  1. !@#… 다만 그 다음 과제는 언론이 연결성을 추구할 때 돈이(!) 들어오도록 하는 것인데, 열람패턴을 데이터화하여 그 속에서 추천광고 등의 고렙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하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기회에. 실로 와닿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사실 저도 그 쪽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뭐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면 뭔가 하나 나오지 않겠습니까. 칭찬 감사합니다 :)

  2. 현직 언론 종사자로서 뼈아픈 지적입니다. …독자를 생각하는 신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더 잘 해야 겠어요.

    • 감사합니다. 압으로 기대하겠습니다! :)

  3. 그럴려면 기자들이 어느정도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하는데…

    우주병기 윤영하함을 보면 영 아니올시다.

    • 아뇨, 전문 지식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지금까지 써왔던 기사들과 연결만 시켜 주면 되니까요.

  4. 일단 레퍼런스 제대로 다는 법부터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5. 흥미로운 지적입니다.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전문성을 확보하면서도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는 글이 늘어나야 겠지요. 참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요.

    • 예, 그리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는 방법은 결국 기사간의 연결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기술적인 지원이 강력해야 구현이 가능하겠지만요.

  6. 흠 어느 언론사에서나 항상 하는 고민이지요…
    모 스포츠신문의 야구 기사를 쓰는 기준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알아볼 수 있도록 써야 한다.”라는군요.
    전문지식 없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것… 참 어렵지만 언론매체에서 흔들려서는 안될 중심이기도 하지요 ‘ㅅ’;;;
    저도 글 너무 어렵게 쓰지는 않나 하고 돌아보게 되네요…

    • 뭐 저도 사돈 남말할 처지가 아니긴 합니다. 역사 관련 글은 쉽게 쓰는 데 한계가 있더군요.

      다만 저는 개인 블로그라, 그런 부담을 좀 적게 받는 것 같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7. ㅋ 소설책 중간부터 읽기라.
    제가 고교시절에 자주 사용하던 필살기.
    저때문에 신간 소설이 여러권 들어온 날이면
    1권먼저 빌려간 사람은 항상 엄청난 눈물을 흘려야 했던..

    • 뭐 시답잖은 글은 그렇게 읽어도 별 문제가 안 되니까요.

  8. 크.. 아무 맥락을 모르고 읽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기사를 써서 죄송;;
    고어핀드님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아마도 ‘연결성’을 화두로 인터넷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편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신문 지상에선 그런 게 참 어려워서..
    종종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해설기사를 별도로 써주는 식 외엔 별다는 방도가 없지요..
    인터넷 언론들은 그래도 ‘관련기사’라고 밑에 링크 몇 개 달아주는 건 하는데..
    그 이상 머리쓰는 곳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 1.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펄님의 글을 비판하는 듯한 분위기가 좀 느껴지네요. 죄송합니다. 절대, 저얼때 의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ㅠㅜ 행여 기분 상하셨다면 지금 사과드릴께요 Orz;;

      일단 저 글을 예문으로 쓴 이유가… (본문에 추가해 놓았지만) 그나마 읽을 수라도 있는 글이라서 그랬어요. 글을 쓰기 전에 다른 기사 몇 개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 주면서 읽을 수 있겠냐고 했더니, 대부분 펄 님의 글 외에는 하나도 읽질 못하더군요. 이해는 고사하소… 특히 유로화 문제와 중국의 위안 화 가치 관련된 기사는 이게 뭐냐고 하는 사람이 거의 다였어요. 충격적이더라구요.

      2. 아마도 종이 언론에서 인터넷 언론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서 뭔가 조치를 취하기도 힘든 게 아닌가 싶은데… 음, 이 부분에 대해서느 언젠가 뵐 기회가 있을 때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았으면 좋겠네요. :)

    • 오잉 기분이 나쁘다뇨. 오해십니다. ;) 오히려 제 기사를 읽는 사람이 있고 이렇게 인용까지 해주시다니 고마울 따름이죠. 댓글은 스스로 반성하는 의미였을 뿐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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