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의 한 장면. 극중 인물이 갑옷 위에 Surcoat를 입고 있다.

Surcoat란 중세 기사들이 갑옷 위에 덧입는 옷을 가리킵니다. 국어로는 보통 전포(戰袍)라고들 하지요. 나 같은 영화를 보면 기사들이 모두 걸치고 나오기 때문에, 우리 같은 이국 사람의 눈에도 꽤나 익숙합니다.

외양

Surcoat란 "쇠사슬 갑옷(Chain Mail) 위에 덧입는, 원피스 모양의 겉옷"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길이는 대략 무릎 위아래 정도. 하반신 부분은 앞과 양옆이 허리까지 갈라진 치마 모양으로 되어 있어 말을 타기 쉽게 되어 있습니다.

대개 소매를 달지 않으며, 부드러운 천 재질로 만드는 것이 보통입니다. 두꺼운 재질로 만들어서 방어력을 강화하기도 합니다만, 매우 예외적인 예에 속합니다.

12세기의 기사를 재현한 모습. Surcoat의 아래가 트여 있는 것이 보인다. http://www.flickr.com/photos/8765199@N07/2676069874/

Surcoat는 흔히 자신의 가문을 표시하는 문양(문장紋章)을 새기기 위해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개 맞는 설명입니다만, Surcoat의 대부분은 단색, 많아야 두 색 정도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기원: 십자군 전쟁

중세 시대를 다룬 영화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나오는 Surcoat이지만, 정작 초기 중세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초기 중세시대의 갑옷과 무기에 대해 가장 중요한 사료료 평가받는 것은 바이외 태피스트리Bayuex Tapestry라 불리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1066년 노르망디 공작 기욤과 잉글랜드 왕 해롤드가 맞붙은 헤이스팅스 전투를 묘사한 것인데, 정작 이 그림에 나오는 기사들은 갑옷 위에 Surcoat를 걸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기까지만 해도 Surcoat는 쓰이지 않았던 거죠.

바이외 태피스트리의 한 장면. 노르만 기사들이 잉글랜드 보병대열로 돌격하고 있다. 양쪽 모두 쇠사슬 갑옷을 입고 있지만, Surcoat는 착용하지 않았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Bayeux_Tapestry_4.jpg

Surcoat가 등장하게 된 것은 12세기 중반 이후, 그러니까 대략 2차 십자군 전쟁에 즈음해서입니다. 그런데, 초기의 목적은 흔히 알려진 "문양을 새긴다" 따위하고는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십자군 전쟁이 벌어진 중동 지방은 굉장히 덥습니다. 이런 데서 쇠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으면 그 열기는 엄청날 수밖에 없지요.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갑옷 위에 천을 덮어 갑옷에 열기가 전해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실제로 아랍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검증된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Surcoat는 유럽인 기사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아랍인들의 복식을 모방하면서 탄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3세기에 걸쳐 확산

이렇게 12세기 중반 이후 등장한 Surcoat는 13세기를 맞으면서 급속도로 확산, 서유럽 기사의 정식 복장으로 채용되는 데 이릅니다.

사실 10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던 Surcoat가 왜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되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몇 가지 짐작이 가는 바가 있는 정도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Surcoat가 갑옷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Surcoat를 걸칠 경우, 쇠사슬 사이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줄일 수 있을 뿐더러 녹도 덜 습니다. Surcoat가 습기를 흡수하기 때문이죠.

갑옷이 망가지지 않도록 손질하는 일이 꽤나 성가신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설은 상당한 타당성을 가집니다. 실제로 당대의 문학작품에서도 "Surcoat는 갑옷을 깨끗이 하기 위해 입는다." 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이 설을 뒷받침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좀 더 중요한 것인데, 피아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12세기까지만 해도 투구는 얼굴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13세기에 들어가면서, 투구는 안면을 보호하기 위한 장갑판이 장착되게 됩니다. 어지간해서는 피아를 식별하기 힘들어지기 시작한 거죠. (여기에 대해서는 [1], [2] 참고.)

영화 의 한 장면. 유럽인 기사가 Great Helm을 착용하고 있다. 이 투구는 얼굴 전체를 가리기 때문에 피아 식별이 어렵다.

다양한 문양으로 채색된 Surcoat는 전장에서 피아를 식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당대의 기사단들은 단원들이 착용하는 Surcoat의 문양을 통일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우, 적에게 시각적으로 '압박'을 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겠지요.

참고문헌

David Edge, John Miles Paddock, , Crescent, 1993

Christopher Gravett, Graham Turner, , Osprey, 2002

Helen Nicholson, Wayne Reynolds, , Osprey, 2004

David Nicolle and Christa Hook, , Osprey,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