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 봐서 아는데…

1.

동서울 터미널에서 경기도 가평으로 가는 시외버스. 나는 그 버스를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가평 꽃동네 가는 버스가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나는 거기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냥 집 근처에서 대강대강 해도 될 걸 꼭 거기까지 가서 한 이유는 아마도 어차피 하는 것 화끈하게 하는 게 좋다는 내 과격한 성미 탓이었겠지만(…) 어쨌거나 여러 번 갔기 때문에, 거기 수녀님들도 내 얼굴을 알 정도였다.

가평 꽃동네는 건물 층수에 따라서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처음에 갔을 때, 내가 맡았던 곳은 약간 높은 층에 있었던 비환자 구역이었다. 하지만 두세 번 가서 일이 익숙해지자, 나는 2층에 있는 여성 중환자실로 가기 시작했다.

2.

꽃동네의 하루는 아침 6~7시 정도면 시작된다. 전날 거기서 잔 봉사자들은 바로 그 시각부터, 당일 아침 도착한 봉사자들은 대략 9시~10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5시까지1 일한다. 하지만 보살펴야 하는 사람 수에 비하면 봉사자 수는 한 줌도 안 되기 때문에 한눈 팔거나 할 수가 없다. 만약 ‘주님께서 누군가를 부르셔서’ 힘깨나 쓰는 수사들이 그 쪽으로 빠지면, 남은 일들은 꼼짝없이 봉사자들의 몫이 된다. 하루 종일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곳, 가평 꽃동네는 바로 그런 곳이다.

안 그래도 사람 모자라는데 왜 하필 숙련자를 중환자실로 보내는가 하면… 거기 일이 두 배 이상 빡세기 때문이다. 자기 손으로 식사를 못 하는 사람이 거의 다기 때문에 일일이 다 떠먹여야 한다. 그래서 식사+양치질 한 번 하면 두 시간이 간다. 거동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기저귀를 사용하는데, 나머지 시간은 계속 그걸 갈고 나르고 하는 데 소요된다. 그러다보면 배설물의 썩는 냄새2나 사람 수족이 잘려나간 자리에 익숙해지는 건 금방이다. 무엇보다 거기서 하루쯤 자면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여기 계신 수사들이나 수녀들이 진짜 성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한 시간 단위로 깨지는 듯한 비명 소리에 잠이 깨기 때문이다.

3.

그렇게 자원봉사자에 크게 의지하는 꽃동네였지만,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목욕이었다. 내가 꽃동네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가 본 두 번 다 목욕만은 거기 상주하시는 분들이 맡았다. 아무리 사람이 부족해도 절대 자원 봉사자들에게 시키지는 않았다.

내가 남자라서 그랬던 것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사실 기저귀 갈다 보면 이미 볼 것 다 본다. 무엇보다 여성 자원봉사자도 꽤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손끝 하나 못 댔다. 아직도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 아마도 워낙에 민감한 일이라 어지간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뿐이다. 아, 그리고, 고무장갑 같은 건 물론 안 썼다.

4.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98722.html

이런 경험이 있다보니, 나는 내 머리로 이해 못 하는 게 참 많다. 봉사활동을 갈 때 화장을 하거나 거추장스럽게 옷을 입는 것도 이해를 못 하겠3고, 고무장갑을 끼고 사람을 씻긴다는 것도 납득이 안 간다. 무엇보다 그런 데 누구를 데리고 간다거나, 사진을 찍는다거나 하는 건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해할 도리가 없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사진이 찍힐 수 있으면 그건 봉사활동이 아니다.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꽃동네를 그렇게 자주 갔지만4, 사진이 한 장도 안 남았다.

5.

그러니까 제발 이런↓ 사진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 아무리 선거철이라고 해도 그렇지…

http://news.mt.co.kr/mtview.php?no=2011102117028214536


  1. 서울로 오는 막차가 5시 반쯤에 출발했기 때문에 이 버스를 놓치면 꼼짝없이 여기서 자야 했다. 

  2. 보통 노인들의 배설물 냄새가 지독한 편인데, 여기 있는 분들은 그 중에서도 상태가 심하게 안 좋은 사람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3. 내 경우 겨울에도 반팔만 입었다. 중환자실 온도가 따뜻하게 유지된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최대한 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온 사람들도 한두 번만 오면 알아서 이렇게 됐다. 뒤집어 말하면, 자주 안 온 사람들만 이런 옷차림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4. 대학 입시 때 요구되는 봉사활동 한도를 가볍게 초과했다. 

6 thoughts on “내가 해 봐서 아는데…

  1. 대중민주주의도 대중예술도
    대중의 수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그렇죠. 사실 저런 류의 이미지 놀이가 통하는 것도 거기에 낚여들어가는 다수가 있기 때문이니까요.

  2. 진짜 진심 공감합니다.
    옷 다 더러워지고 먼지구뎅이에서 바닥도 기고 변치우는거정도는 훗쉽지 이렇게 되지않나요?–;
    그런상황에서 사진을 구지 찍겠다면 흠, 모자이크로 얼굴정도는 살포시 가려달라고 부탁하는게 당연할것같은데요.. 하긴, 2년동안 주유비만 5700만원쓰신분이시니, 저곳에서 변만치우실수 없으시겠네요 . 그기름 다쓰려면 하루에 몇키로를 돌아야하는데요. ㅎㅎ

    아참 개인적인 추천이기도 하고.. 주변인들에게 항상 권하는 거기도 한데요,
    기회가 되신다면 호스피스 활동도 한번 생각해시는것도 좋을것 같아요.
    뭐 고어핀드님이야, 이미 많은 봉사내공(?)을 쌓으셔서 제가 뭐라고 할만한 수준이 아니신듯 한데.. 그래도 죽기전에 한번쯤은 ㅎ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것 같아서요.

    • 저 역시 품위 있게 죽음을 준비하다는 것 역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치료를 반복하는 것보다야…

  3. 저도 장애인 활동보조 해봐서 아는데

    목욕같은경우는 상당한 고난도 작업이라고

    몇개월 안된 초보들은 시키지 않더군요ㅋㅋ

    p.s 그나저나 나경원 의원님은 피부가 좋으시군요 ㅎㅎ;;

    • 으아아~ 진정한 고수가 오셨군요; 장애인 활동보조는 저 같은 자원봉사자 같은 건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ㅜㅠ 정말이지 고생 많으셨어요. 저 역시 거기서도 목욕같은 건 초보들한테 안 시킨다고 들었습니다만 정말 그렇군요;

      +1. 나 의원님 피부에 대해서는… 일단 화장을 한 상태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