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번 학기에 듣는 과목들 중 인공지능 관련 수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공학부 관련 과목들 중에서도 이 과목은 조금 특이한 감이 있습니다. 이 분야 자체가 인간의 지능을 모사하는 분야인지라, 컴퓨터공학부 학생들만 듣는 수업이 아닌 것이지요. 그래서 수강생들을 살펴보면 뇌과학이나 인지심리학 등 다른 과 전공자들이 적잖이 섞여 있습니다.

이 수업의 또다른 특징 하나는, 기말 프로젝트가 전체 성적의 35%나 차지한다는 겁니다. 물론 혼자서 진행하는 건 아니고, 두세 명이서 함께 팀을 짜서 진행하지요. 보통 같은 연구실 사람들이 함께 팀을 짜기 마련이지만, 이 수업 듣는 사람이 저희 연구실에는 저 뿐입니다. 그래서 고어핀드는 일전부터 알고 지내던(?)1 인지과학 박사과정 아이추판다 님동맹한 팀이 되었습니다.

엊그저께, 고어핀드와 아이추판다는 교수님께 제출할 프로젝트 제안을 의논하기 위해 캠퍼스 모처에서 회동을 가졌습니다. 대략 이런 대화가 오갔죠:

아이추판다: 우리 어떻게 하죠?

고어핀드: 뭐 문제 있나요?

아이추판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보통 3인 1조인데 우리만 2인 1조라면...

고어핀드: 조교님께 여쭤 봤는데, 사람 수 적다고 불리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 그 정도는 다 감안하셔서 채점하신다고.

아이추판다: 음, 그래도 명색이 코딩하는 프로젝트인데, 정작 컴퓨터 전공자가 한 명 뿐이라는 건...

고어핀드: 마린 두 마리보다 마린 메딕 한 마리씩이 더 나을 수가 있대요.

아이추판다: ...

고어핀드: 캐리어 잡으러 가죠.

아이추판다: ......

고어핀드: 힐이나 잘 해주셈. 'ㅅ'

아이추판다: .........

[컴퓨터공학도] 가 [인지과학도] 를 [인지적 혼란] 에 빠뜨렸다!

레벨이 [1] 올랐다!

Q: 하지만 상대가 캐리어가 아니라 저글링 떼거지면 어떻게 하죠?

A: 그러면 다크 템플러와 하이 템플러가 합체해서 아칸 한 마리 만드는 거죠. 스타 2부터는 가능함.

인공지능 과목을 수행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상상도).


  1. 정확히 말하면 인터넷 상에서 알게 됐는데, 알고 보니 이번 학기 같은 수업을 듣고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