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선생님, 그건 틀리셨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제발, 전문가한테 물어 봐라 좀!!

1.

최초의 근대적 정치학자로 일컬어지는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저서 『군주론[The Prince]』의 12~14장 전체를 군사에 대한 논의로 채운다. 그에 의하면, 군사력은 좋은 법과 함께 국가의 토대이며, 군주는 전쟁, 전술 및 훈련을 제외한 다른 일을 목표로 삼거나,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 그는 특히 돈으로 고용된 용병에게 국방을 맡기는 시스템을 백해 무익한 것이라 주장하며, 군주는 모름지기 자기 백성으로 구성된 군대를 가지고 있어야 함을 역설한다.

이 부분은 “군주는 언제고 부도덕한 행위를 벌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부분과 더불어 군주론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명백하게 틀린 부분이기도 하다.

2.

http://www.flickr.com/photos/magazinelegion/6550986765/

사열중인 프랑스 외인부대. 외인부대의 상징인 “흰색 모자[Le Capa Blanc]”가 눈에 띈다. 외인부대의 일반 사병이나 부사관은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모집되지만, 간부들은 모두 프랑스 출신자들이다.

물론 마키아벨리의 총론 – “군주는 자기 군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자기 군대가 없는 군주에게는 언제 쿠데타가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시 이상적인 군주의 군대는 병역 의무를 진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군이 아니라 용병이었던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시민군은 제대로 된 전투력을 보유할 수 없었다. 당시의 병종에는 기병과 보병, 포병이 있었다. 그런데 기병은 일단 말을 타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징병으로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지금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수부대원이나 전차병 등은 일반 현역병과 조금 다르게 모집하고, 복무기간도 길다는 걸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포병도 마찬가지였다. 중세에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길드 집단이 단체로 몰려다니면서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포병 집단도 이런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초기의 포병들은 몽땅 용병이었다.

그러니까 고대 로마처럼 시민병으로 구성이 가능한 병종은 보병 정도였다. 하지만 두 번째 이유로 인해 이것도 여의치 않았다. 르네상스 이후, 보병은 완전히 전장의 주역이 된다.1 하지만 당신이 왕이라면, 언제고 자기와 대립할 가능성이 있는 백성들에게 무기를 들려 주고 싶겠는가? 당시엔 지금같은 국민 개념이 없었다. 지금 우리는 한국 대통령이 한국 땅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쓰며 한국의 국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지만(?), 당시엔 “어디어디 국민” 같은 개념도 약했고 생판 말과 풍습이 다른 외국인이 지배자가 되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게 여겼다. 뒤집어 말하면, 군주에 대한 국민들의 충성심이 깊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마당에 무기를 들려 주면, 쿠데타에 이용되기에 딱 좋다.

http://www.flickr.com/photos/nuitsartemisiennes/5681551996/

프랑스 외인부대의 시초는 루이 필리프 국왕이 1831년 외국인으로 이루어진 부대를 창설하면서 시작된다. 프랑스 국민만이 프랑스 군에 입대할 수 있다는 당시 프랑스 병역법을 우회해서 국왕을 위한 군대를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국민군을 주력으로 했던 나폴레옹 시대에도 독일인, 폴란드인 등으로 구성된 외국인 부대가 있었다. 프랑스 혁명 전 프랑스 국왕군의 보병 부대도 스위스에서 모집된 병사들로 이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마키아벨리 사후 200년이 넘어가도록 군대는 대체로 용병들로 구성되었다. 마키아벨리의 아이디어처럼 국민들로 이루어진 군대를 실현시킨 것은 1793년, 프랑스 혁명정부가 전국의 성인 남성들에게 병역 의무를 부여한 것이 처음이다. 사실 이 때쯤 되면 더이상 ‘군주’ 도 없고, ‘백성’ 도 아니다. 한마디로, “군주에게 충성하는 병역 의무를 진 시민들로 이뤄진 군대” 라는 그의 아이디어는 전혀 현실성이 없었던 것이다.

3.

마키아벨리가 헛다리를 짚은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그는 용병들을 증오할 이유가 충분했다. 마키아벨리는 작은 소국들로 분열된 이탈리아가 프랑스·스페인과 같은 주위의 대국들에게 침탈당하던 시대를 살았다. 그는 북부 이탈리아의 피렌체 공화국에서 외교관으로 봉직했으나, 이탈리아를 침공한 스페인군이 정부를 전복시키고 메디치 집안을 지배자로 세우자 자리에서 쫓겨났다. 게다가 오래지 않아 반 메디치 쿠데타 음모가 발각되자, 쿠데타 연루자로 의심되어 극심한 고문을 받고 투옥되기까지 했다.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대국들과 달리 이탈리아가 통일을 이루지 못했던 것은, 이탈리아 반도의 도시 국가들이 군사력을 용병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병은 전쟁이 끝나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고용주를 위해 적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것을 꺼렸다. 이편 저편을 오가며 고용 계약을 하는 건 기본이고 주변 지역을 노략질하는 것은 옵션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탈리아에서의 전쟁은 고만고만한 도시 국가들끼리 투닥거리는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통일 전쟁에서 강력한 군대를 가지게 된 프랑스나 스페인의 대군이 쳐들어오자2 이들은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느니 내빼 버렸다. 쉽게 말해,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들이 열강들의 장기말로 전락한 것 그리고 마키아벨리 개인의 불행에는 용병 시스템이 갖는 문제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http://www.flickr.com/photos/marine_corps/4496944678/

이라크에서 작전중인 미군 해병대원(왼쪽)과 프랑스 외인 부대원(오른쪽). 루이 필리프 국왕이 외인부대를 창설한 데는 대외 원정을 대비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징병 군인은 기본적으로 프랑스 국민이기 때문에, 대외 원정에 투입할 경우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실제로 지난 90년의 페르시아만 전쟁에서도 프랑스 군은 얼마 안 되는 원정군을 편성하느라 애를 먹었다. 반면 외인부대는 그저 돈으로 고용한 외국인들이기 때문에 대외 전투에 투입해도 문제의 소지가 적다. 베트남 전쟁 초기에도 프랑스 외인부대가 투입되었으며 지금도 프랑스 군이 대외 원정을 수행할 경우 외인부대가 1번으로 투입된다.

마키아벨리 개인의 경력 또한 그의 헛다리에 일조했다. 군주론의 헌정사에서 밝히고 있듯, 그는 경험 많은 외교관이며 또한 고전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는 군 경력이 없다. 아니, 경력만 없는 게 아니라 완전한 책상물림이었다. 『군주론』을 포함한 그의 많은 저서들 역시 당대 인문학자들간의 토론의 결과물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키아벨리 눈에 현실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시민병의 형편없는 전투력 때문에 용병의 활용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 그리고 적절한 통제 방법만 개발되면 용병은 시민병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그 후 역사는 그와 같이 흘러갔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에게 이상적인 군대는 칼과 방패로 무장한 병역의무를 진 시민들로 이뤄진 고대 로마 공화국의 군대였다. 뭐 취향이니 존중해달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수백년 뒤에도 읽힐 자기 책에도 그 망상을 끄적여 놓는다면 문제가 안될 수가 없다.3

정리하자면, 군주론의 군사 관련 내용은 군사 경험이 전무한 책상물림이 군대 조직 및 편성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한 것인 셈이었다. 저런 “뻘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최소한, 그가 프로페셔널 군인이나 용병대장의 의견을 경청했더라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는, 천하고 무식한 “군바리” 따위와 말을 섞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4.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나는 진중권 교수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말들은 대부분 타당하고 또 경청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중권 교수가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 한들 마키아벨리 같은 거물에 비할 바는 아닐 게다. 그리고 그 마키아벨리도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있어서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다. 그렇다면, 진중권 교수는 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http://www.flickr.com/photos/charlesfred/5050464222/

내가 이 이유를 하는 이유는, 진중권 교수가 컴퓨터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을 때마다 말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아서다. 요즘 진교수가 트위터에서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에 벌어진 선관위 웹사이트 접속 장애 사태에 대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는데, 듣다 보면 가관이다. 어떻게 멀쩡하게 총론을 전개하다가 전문적인 각론만 들어가면 삼천포로 빠져서 자기 신뢰도를 스스로 깎아먹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진교수는 아직도 자기 주장이 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나는 꼼수다』가 주장하는 대규모 부정선거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이건 상당 부분 진교수 잘못이다. 진교수는 자기 주장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해당 사태에 대한 기술 보고서를 인용했다. 문제는 진교수가 한달 전만 해도 디도스 공격이 뭔지도 모르던 사람이었다는 거다4. 이런 사람이 컴퓨터 보안 보고서를 인용5하는 건, 책상물림이 군사 문제에 조언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뻘소리가 연속으로 작렬하는 건 필연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만큼 그의 주장의 신뢰도도 깎여 내려갈 수밖에 없다. 지켜보는 사람들 눈엔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총론보다, 확실하게 틀린 각론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진중권 교수는 틀림없이 똑똑한 사람이고, 아마 이번 일에도 그의 판단은 대체로 다른 이들에 비해 타당할 게다. 나 역시 대규모 음모는 없었다고 본다는 점에서 진교수 쪽 의견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얘기는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좋다. 첫째로 불필요한 사족이기 때문이고6, 둘째로 본질적으로 진교수가 기술 관련 지식이 없기 때문에 언급을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져들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7 진교수가 직접 보고서를 언급하는 대신 해당 분야 전문가의 논평을 인용했거나, “나는 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이러해서 음모론은 신뢰하기 힘듭니다.” 정도로 맺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장에 동의했을 것이다.

5.

아마 진교수님을 포함,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도 소위 경영(학)자라는 사람들이 고전 한두 권 대충 읽은 것 가지고 세상 모든 이치에 통달한 듯이 이야기하는 게 적지 않이 짜증날8 게다. 잘 모르는 사람이 자기네 전문 분야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는데 누가 기분이 좋겠는가.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 우리같은 이공계도 마찬가지다. 컴퓨터가 관련된 문제라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입을 다무는 게 낫다. 그렇지 않으면, 마키아벨리와 똑같은 삽질을 할 가능성은 거의 100%다.

물론 인문학도들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공부하는 사람들이고, 총론이라는 측면에서 나같은 엔지니어보다는 대체로 더 나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제발 각론에 있어서는, 해당 분야 전공자들의 말을 듣던지 아니면 입을 좀 다물어 주길 바란다. 자기 분야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전문가 쪼다”가 되는 것도 문제지만 전문가의 말을 대놓고 씹는 것도 문제다. 누구 말따마나, 제발 당신들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란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진교수가 최강자지

참고문헌

  • William H.Mcneill, 『The Pursuit of Power: Technology, Armed Force, and Society since A.D. 1000』,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2 (『전쟁의 세계사』, 이내주 감수 · 신미원 옮김, 이산, 2005)

    시장 경제 체제와 군사 체제의 상호작용과 발전에 대한 감탄할 만한 저작. 제 3장 “유럽에서의 전쟁이라는 비즈니스, 1000 ~ 1600년” 을 주로 참고했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저, 강정인·김경희 역, 『군주론』, 제 3판 개역본, 까치, 2008

    강정인 서강대학교 정치학과 교수가 번역한 군주론. 하지만 이 책에는 약간의 흑역사가 있는데, 원래 이 책을 번역했던 강정인 교수가 “사실 원문 번역이 아니라 중역이다.” 라고 양심 선언을 했던 것이다. 그 뒤 이 책은 김경희 박사가 공동 번역자로 참여하여 원문을 번역한 개역본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국내 유일의 전문 학자 번역 + 원문 번역이며, 책 말미에 실린 해설도 훌륭하다.

  • 강정인·엄관용 저, 『군주론: 강한 국가를 위한 냉혹한 통치론』, 살림, 2005

    위 책을 쓴 강정인 교수가 쓴 군주론에 대한 해설서. 번역문만 덜렁 던져놓는 일반적인 고전들과는 달리, 마키아벨리가 이 책을 쓰던 당시의 시대 배경과 그의 사상적 흐름, 그리고 그 맥락 위에서 군주론이 어떻게 해석되는가에 대해 전문 학자 입장에서 아주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 놓았다. 단순히 부도덕하고 잔인 냉혹한 인물이 아닌 신념을 가진 공화주의자로서 마키아벨리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이 작아서 부담없이 읽기도 좋다.

사족

  1. 내가 평소에 회계도,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교양이라고 주장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상대방 분야에 대해 수박 겉핥기도 안해본 사람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조차 쉽지 않다. 공대생도 마케팅이 뭔지는 알아야 하고 인문대생도 인터넷 프로토콜이 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교양은 서로 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협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잘난 척하고 고상떨라고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인문 탈레반들 눈에야 이런 내가 천하고 상스러워 보이겠지만, 까놓고 말해서 보들레르 같은 사람 좀 모르면 어때?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셰익스피어 빠가 아닌 건 아지지만

  2. 필자가 역사 관련해서 쓰는 글마다 아래쪽에 참고문헌을 세세하게 달아놓는 것도 이 때문. 자주 오해받는 것이지만, 필자 전공은 엄연히 컴퓨터과학이다. 사실 이렇게 전문가들의 저작에 기대도 이해 수준이 높지 않은 데다가 해당 분야의 최신 논의를 반영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안전하지는 않다.


  1. 물론 기병은 1:1 상황에서 보병보다 훨씬 강력하며, 포병도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보병은 무엇보다도 수가 많으며, 최후에 깃발을 꽂는 역할을 한다. 

  2. 이 군대도 사병들은 거의 다 용병들이었다. 그러니까 마키아벨리는 자기 적들이 어떻게 편성되어 있는지도 몰랐던 셈이다. 
  3. 그런데 마키아벨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술론』이라는 책을 쓰기까지 했다. 이 양반, 정말 못말린다(…). 
  4. 내가 멘션으로 디도스 공격이 뭔지 설명해줬다. 
  5. 참고로 그 보고서는 전공자인 내 눈에도 상당히 복잡한 내용이다. 
  6. 굳이 컴퓨터 기술에 대해 논하지 않더라도 나꼼수 등이 주장하는 음모론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현실적이라는 걸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7. 단, 링크한 기사는 논쟁의 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작성된 글이다. 게다가 물리학자가 “공자”라고 할 정도로 컴퓨터 전문가도 아니다. 
  8. 흔히 간과하는 것이지만, 고전은 정말 읽기가 어렵다. 고전이 쓰여진 시대의 언어와 사회상이 지금과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걸 제대로 읽으려면 당대의 언어(文), 역사(史), 사고방식(哲)에 대해서 어느 정도씩 알아야 한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사태가 속출한다. 대표적인 예로, 『논어』 원문은 수첩만한 크기에 다 들어가지만 해설서는 제일 얇고 쉬운 게 360페이지나 된다(…) 그나마 이건 좀 나은 상황이고, 번역이 마땅치 않을 때는 얄짤 없이 헬게이트가 열린다. 

15 thoughts on “마키아벨리 선생님, 그건 틀리셨는데요

  1. 개인적으로 참고자료 안다는 이유.
    …태그도 귀찮아서 안다는 사람이 참고문헌을 달리가 만무(…)

    • 그런데 그러면 어디까지가 내 의견이고 어디까지가 검증된 사실인지 알기 힘들지(…)

  2. 오랜만에 포스팅 하셨군요^^
    잘 봤습니다~ 후속작도 기대할께요~

  3. 이 글 좋네요. 감탄했습니다. 오랜만에 트위터를 통해 이 글을 읽는데 참으로 느끼는 바가 많네요. 르네상스인 운운하면서 가끔 다빈치를 극도로 높게 평가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다빈치는 오늘날 예술인적 면모(정확히 따지면 미술업계)만 살아남았지, 그의 아이디어 같은 것은 실제로 현대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겠지요. 그러한 점에서 보면 사람의 한계는 분명한 듯 합니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자라 하더라도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제나 자각해야 할 듯 싶습니다.

    • 예,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그겁니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못하는 부분은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학문 세계가 극도로 확장되고 전문화된 지금은 더욱 그렇죠. 그런 만큼 서로의 전문 분야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단, 다빈치는 엄연히 공학적 업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는 훌륭한 수성 엔지니어였다고 합니다. 다만 당시엔 공학이 제대로 분리되어 정립되지도 않았고 지금은 전투 구조물로서의 성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빈치의 노트에 적힌 다른 아이디어들이 대체로 그저 재미있는 과학적 상상력이라는 점도 여기엔 한 몫 했죠.

  4. 마키아벨리 선생을 위해서 (쓸데없는) 변명을 몇가지 해보자면,

    1) 마키아벨리 선생도 중간에 군사위원회의 위원인지 서기인지를 맡았다고 얼핏 읽은 기억이 가물가물납니다. 물론 그래봐야 야전을 포함한 실전경험은 거의 전무한 책상물림이란 점에선 변함이 없…겠습니다.

    2) 마키아벨리 선생이 국민병제도를 지지한 이유는 아무래도 로마빠심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로마사논고를 비롯해서 고대로마제국을 연구한 것의 반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술론도 썼다고 하는데 강정인 교수님이 번역하신 군주론 외엔 읽어보질 못해서 뭐라 평하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군주가 세련되게 통치한다면 자국민을 무장시켰을 때 자신에게 반항할 가능성은 거의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단순무식하게 깔아뭉개는 방식으로 통치한다면야 목이 열개라도 남아나질 않겠지만요) 군주론 가운데서도 군주가 자기편을 드는 시민들에게 무장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런 구절과 연동시켜서 생각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3) 말씀하신 요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가 시야가 좁은 전문분야에 있다보니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막막함을 느낍니다만, 주로 정치적인 이유에서 제가 전공하는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것으로 추정되는 분들이 이야기 하시는 것을 읽다보면 아연실색하게 되는 경우가 적잖이 있더군요. 우리나라의 전문가란 사람들이 일반 대중에게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겠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설명이 마음에 안들면…너 누구편이지! 말해봐 너 무슨 약속을 받아 영혼을 팔아먹고 그딴 소릴 하는거야! 라고 매도할게 뻔하잖아요? 그러니 안될거에요 아마….( “);; 다들 비슷한 생각에서 함부로 안나서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본전도 못찾을테니..학자들이야 원래 조용한 존재들이기도 하구요.ㅠ.ㅠ)

    • 1. 군주가 자신의 시민들에게 언제나 잘해줄 수 있다면 시민병제도 가능했겠지만, 생산력도 낮고 민족성의 개념도 희미하던 르네상스 시기에 그런 것이 얼마나 가능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용병을 고용해서 군주의 군대로 활용하는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의 참주에게 군주론을 헌정한 이유에 대해서 “군주정은 공화정으로 이행하는 발판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 이라고 주장하는 학설이 있는데(저도 이 쪽입니다만), 그런 면에서 보자면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공화정의 군사체제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정도의 의미로 읽을 수는 있겠습니다.

      2. 마키아벨리가 군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유능한 행정가였던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군사 문제에 있어서 보급 등 행정 처리의 중요성은 언제 강조해도 중요하지 않은데, 마키아벨리가 주로 담당했던 일은 이쪽으로 알고 있습니다. 엘리트 관료가 괜히 엘리트 관료가 아닌 셈이겠죠.

  5. 우연히 들어왔는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회계와 프로그래밍 같은 지식들도 교양이라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RSS subscribe 했으니, 다음 포스팅도 기대하겠습니다.

    • 엇, mbablogger님(들) 오셨군요! 평소에 블로그 잘 보고 있지 말입니다. 특히 최근의 제약회사 관련 포스팅은 아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

  6.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빨갛게 강조해놓은 “교양은 서로 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협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잘난 척하고 고상떨라고 있는 게 아니다.” 이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네요.

    • 예, 교양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좀 명확하게 이야기릃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클래식을 듣는 게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보다 더 교양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클래식이 어떤 식으로 성립했으며 그것이 현대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이 교양이겠죠.

      문제는 단순히 “클래식을 들으니까 교양있어.” 혹은 “인문학을 전공했으니 교양인이지.”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어찌 보면,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는 병리는 아주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7. 마키아밸리가 말한 용병이랑 현대의 모병제하에서 급료를 받는 병사를 동일한 선상에 두고 설명하긴 힘들지 않을까요. 용병은 국가에 예속되지 않은 무력이고 일시적인 데 반해 현대의 직업군인은 통제 주체도 명확하고요.

    • 저도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원문을 읽어봤는데, 실제로 “오로지 시민병” 이더군요. 시민병이 아니면 통제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상당히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판단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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