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방패: 10세기 ~ 14세기 (2)
Heater Shield의 시대: 1270~14세기 말
1250년대에 이르기까지, 방패의 크기는 여전히 컸습니다. 이전에 비해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말이죠. 하지만 1250년을 넘어서면서 급속도로 크기가 작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갑옷의 발달입니다. 1250년대 이후 종전에는 거의 쇠사슬로 만든 셔츠에 불과했던 갑옷에 여러 종류의 보조 장비들이 장착되게 됩니다. 공격력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렇게 되자 상대적으로 적은 방어력만을 제공하던 방패는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크기가 작아질 수밖에1 없었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13세기 초부터 문장이 일반화되면서 방패에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을 그려 넣는 것이 일반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방패에 식별 표지로서의 기능이 부가된 것이죠.
이런 이유로 인해, 1270년에 이르면, Heater Shield라는 형식이 정립되게 되었습니다. 이 말은 다리미(...)에서 연유하는데요, 그만큼 방패가 가지는 방어구로서의 기능은 줄어든 반면 식별 표지로서의 기능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쨌거나 이 방패는 14세기 내내 쓰였고, 지금도 귀족들의 문장을 나타내는 데 관행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15세기 이후: 최후의 방패들
이렇게 식별 도구로서의 기능을 부여받은 방패도 15세기부터는 전장에서 사라집니다. 이전 세기부터 계속 발전해 온 갑옷이 철판으로 온 몸을 감싼 플레이트 아머[Plate Armor]로 진화하면서, 나무 판자로 만든 방패는 그 필요성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식별 표지로서의 기능도 갑옷 위에 걸치는 옷[Surcoat]이 대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사의 방패는 전장에서 영원히 퇴출되었습니다.
물론, 박물관에 가 보면 그 이후에 만들어진 방패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대개 전장에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마상시합[Joust]에서 쓰이는 과녁에 가깝습니다. 갑옷을 뒤집어쓴 기사가 누구인지를 표시하고, 약간은 타겟의 역할도 하는 것이지요. 이 방패들은 우선 왼쪽(사용자 보기에는 오른쪽)에 작은 홈이 파져 있는데, 이것은 창을 올려놓기 위해서입니다. 워낙에 특이하게 생겼기 때문에 칼이나 갑옷을 잘 모르는 초심자도 손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매우 예외적으로 실전에서 사용된 방패는 독일 동부 등지에서 사용된 나무 판자로 만든 방패 정도입니다. 다만 이것의 용도는 이전과 같이 칼이나 창을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동유럽 등지에서 사용되는 투창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방패가 투창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지만, 투창의 충격을 흡수하여 속도를 크게 줄임으로써 갑옷에 가해지는 파괴력을 크게 반감시키는 데 쓸모가 있었거든요.
이 방패들은 당시 유행하던 보병용 방패(Pavise)를 축소해 놓은 모양이기 때문에, 방패 가운데 부분이 돌출되어 있어서 위에서 보면 凸자 모양으로 보입니다. 아래 유물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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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남아 있는 흑태자 에드워드(1330~1376)의 방패의 경우, 가로 59cm, 세로 73cm가량. ↩
잘 봤습니다 ㅎㅎ
사실 판금을 입으면 방패가 방어력에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지요. 되려 시야를 가리고 동작을 제한하고 데드웨이트만 늘리는 일이 발생하게 마련이니 나중으로 가면 [스포일러로 인해 삭제되었습니다]를 주로 사용하게 된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방특만 탱킹을 한다는 것도 참 우스운 일이죠. 벌써 죽기는 방패없이 탱을 보는데 말이죠. 전사도 얼른 무분탱킹이 가능하도록…..
뭐 저도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데, 어차피 게임이니까 웃고 넘어가곤 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