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로마치 바쿠후 말기인 1515년 2월에 만들어진 타치. 비슈 오사후네 스케사다라는 도공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타치는 칼날이 아래로 가게 하여 보관한다. 손잡이를 보면, 아직 일본도 특유의 x자 칼자루감개(츠카이토)가 확립되지 않은 모습이보인다.

타치는 칼날이 아래로 가게 하여 허리에 두 개의 끈을 매달아 차는 일본도의 일종이다.

타치라는 단어는 본래 나라 시대때만 해도 도검의 총칭이었지만 헤이안(平安) 시대 이후로는 허리에 차는 긴 도검을 의미하는 말로 변하게 되고, 이 뜻이 이어져 내려왔다.

10세기 헤이안 시대에 처음으로 등장, 말 위에서 적병을 후려치는 용도로 제작되었다. 땅 위에서도 여전히 위력적인 병기였지만, 조금 거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이안 시대 말기인 11세기의 타치의 모습. 1997년에 만들어진 복제품이다.

모발형태도라고 불리는 초기의 타치는 칼의 손잡이에서 날로 넘어가는 부분만이 심하게 휘어 있을 뿐이었지만 점점 칼의 곡선이 날 쪽으로 옮겨가 14세기 중반, 무로마치 바쿠후 시대부터는 전체적으로 완만한 곡선을 보이는, 현재와 비슷한 형식이 완성되었다.

일본 도검박물관 티켓에 묘사된 타치. 무로마치 바쿠후 시기의 것으로 보인다.

15세기에 이르러 전쟁의 양상이 보병에 의한 집단전투로 변화하면서 타치는 주된 도검으로서의 자리를 우치가타나(打刀. 줄여서 카타나)에게 내주게 된다. 이후로는 신분이 높은 무사들만이 타치를 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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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지 성에 걸려 있는 그림. 고위 무사가 타치를 차고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출처: 개인 촬영. flickr@gorek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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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지 성에 전시되어 있는 의장용 타치. (출처: 개인 촬영. flickr@gorekun)

뿐만 아니라 17세기 초부터 일본을 지배한 에도 바쿠후가 타치, 나가마키 등의 커다란 칼을 차는 것을 금지하였는데, 이러한 와중에 많은 타치가 깎여 카타나로 개조되었다.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타치는 그리 많지 않다.

타치 vs 카타나

타치와 카타나는 초보자가 보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언뜻 보면 둘 다 똑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위가 카타나, 아래가 타치.

일단 대체로 타치가 더 굽어 있고, 길이가 더 길다는 것이 기본적인 차이점이다.(그리고 카타나는 한가운데가 가장 나와 있는 데 반해 타치는 가운데에서 약간 손잡이쪽이 가장 나와 있다.) 타치의 평균 길이는 대략 78cm 정도 되는데 반해 카타나는 70cm에 불과하다. 위의 경우 카타나(上林勇二 작)의 길이가 76.1cm로 74.3cm인 타치(小林卓俊 작)보다 오히려 큰데,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다음으로 칼집을 온전히 갖춘 모습에서 차이가 난다. 아까도 말했지만 타치에는 허리에 매는 끈이 있다. 하지만 카타나는 신속한 발도를 위해 허리에 꽂아서 차게 된다. 따라서 칼집에 붙은 끈 모양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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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두 번째가 타치, 그 아래는 카타나이다. 확실한 차이점이 보일 것이다. (출처: 개인 촬영. flickr@gorekun)

마지막으로 칼날만 보고 구분하는 위해서는 이름새김(銘명)을 보면 된다. 칼은 왼쪽 허리에 차게 되는데, 이 때 칼을 벼린 도공의 이름새김이 항상 몸의 바깥쪽으로 가게 된다. 따라서 칼날의 방향이 다른 타치와 카타나는 이름이 서로 반대로 새겨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