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 게이트 2대 히트 아이템, 저주받은 버서킹 소드. 이와 쌍벽을 이루는 아이템은 착용자의 성(性)을 바꿔버리는 저주받은 거들이라나(...)

폭력과 무사의 상징

일단 도검은 생명체를 죽이는 흉기인 만큼, 그 자체로 폭력을 상징합니다. 그 많은 무기류 중에서 도검이 폭력을 상징하게 된 이유는 도검이란 오로지 살생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물건이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칼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장기들은 창이나 낫처럼 일상 생활에서 쓰던 물건이 변형된 것이거든요.

칼은 곧 무력의 상징이기에, 신화나 역사 속의 영웅들은 스스로를 상징하는 칼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뭐 멀리 갈 것도 없이 관우 하면 청룡언월도요, 조자룡 하면 청홍검입니다.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조선식 쌍수도가 없어지면 참 난감하겠죠.

현대의 무기에도 이러한 이미지가 이어져 무기에 명검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랑스제 폭탄 중에 BLU-107 "Durandal" 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중세의 기사 서사시 <롤랑의 노래La Chanson de Roland>의 주인공 롤랑Roland의 검 이름입니다. 이 폭탄은 항공기 활주로 등을 파괴하는 것에 특화된 무기이기 때문에, 롤랑의 "바위를 부수는 검" 듀렌달Durandal의 이름을 딴 거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전담하는 사람이 무사이기 때문에, 도검은 더 나아가 무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자고로 서양의 기사 하면 롱소드요, 사무라이 하면 카타나(打刀)요, 제다이 하면 라이트세이버(-_-;) 아니겠습니까.

이토 히로부미의 젊었을 적 사진. 히메지 성 박물관 소장.

권력과 명예의 상징

권력의 본질이 폭력이기 때문에, 도검은 권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일본의 덴노(천황天皇)의 3종 신기에 청동검이 포함되어 새 덴노가 즉위할 때 이것을 인수하게 되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일본 말고도 아직 왕이 존재하는 국가1에서는 왕의 즉위식 때 왕권을 상징하는 검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따라서 권력의 상징인 검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신하가 군주에게 검을 바치는 행위는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되죠. 반대로 군주가 신하에게 검을 하사한다는 것은 그가 세운 공적을 인정하거나 자신의 권력을 위임한다는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조선조의 왕들은 전쟁터로 나가는 장수에게 칠성검을 하사했습니다. 이 검을 가진 장수의 명은 곧 왕의 명령이나 다를 바가 없어, 명령에 불복하는 자는 왕의 허락 없이 죽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의미를 강하게 가지는 검은 보기만 해도 권위가 있어보여야 하기 때문에 실용적인 무기와는 좀 다르게 생긴 경우가 많습니다. 도검이란 보통 양날 검(劍)에서 한날 도(刀)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다 실용적인 한날 도보다 양날 검이 의전용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뭐 이건 서양도 마찬가지입니다.

19세기 보병용 군도(軍刀)를 찬 덴마크 근위병

지금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별을 다는 고위 장교들에게 삼정도(三精刀, 2007년 1월부터 삼정검三精劍)를 하사합니다. 사실 육해공군의 일치단결을 의미한다는 삼정도라는 칼에 실용성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장군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물건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습니다.

초자연적인 힘의 상징

기본적으로 칼은 금속으로 만드는데, 인간의 기술 수준이 낮던 고대에 이 쇠를 다루는 기술은 귀신의 힘과 같은 아주 신비로운 기술이었습니다.

이러한 인상은 여러 전설들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중국에는 칼을 만들다 쇳물이 엉키자 사람의 머리털과 손톱을 잘라 던져 풀었다는 간장막야의 전설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종이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쳤다는 에밀레종의 전설이 있죠. 아예 일본에서는 칼장인이 칼을 만드는 데 신이 내려와서 도움을 주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영혼들과 대화하는 사람이 무당이기에, 많은 문화권에서 대장장이는 무당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 여기서 사람의 머리털과 손톱을 잘라 던진 이유는 사람의 영혼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손톱을 집어먹은 쥐가 사람으로 둔갑했다는 옛날 이야기 기억나시죠?

그렇기 때문에 검이란 초자연적인 힘의 결정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간과 신을 이어 주는 신물이나 사악한 것을 막는 부적으로도 쓰이고,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도 쓰입니다. 고대의 무당이 청동검을 제사에 사용한 것처럼 제의에 사용하는 칼을 신칼이라고 합니다. 이건 지금도 간간이 볼 수 있습니다.

조선 왕가에서는 인(寅)해 인월 인일 인시에 제작된 사인검이라는 검을 제작하여 요사스러운 귀신(邪鬼사귀)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인(寅)은 12간지에서 호랑이를 의미하는데, 강한 양의 기운을 가진 호랑이의 기운을 받은 검으로 음기를 막으려고 했던 것이죠. 물론 실용성은 하나도 없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된 사인검(아래). 별자리가 새겨져 있다. 위 검은 일반적인 조선 환도이다.

수천 년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도검이기에 그만큼 풍부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뭐 편의상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만 실제로 저 의미들이 따로따로 떨어진 건 아닙니다.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절대 다수거든요.

꼭 검이 아니더라도 저러한 의미를 가질 수 있기는 합니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검 다음으로 많은 건 창이더군요.


  1. 영국, 말레이시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