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예보병, 히파스피타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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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히파스피타이의 무장을 찾아볼 수 있는 사료는 현재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에 보관된 알렉산드로스 시대의 석관Alexander Sarcophagus이다. 이 석관이 누구의 것이냐는 문제에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섬세하게 묘사된 페르시아 군과 마케도니아 군의 전투 장면은 당시의 전투 장면을 거의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기본적으로 히파스피타이의 무장에 대한 기록이 현존하지 않기 때문에, 이 석관은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석관은 알렉산드로스와 함께 싸우고 있는 중무장 보병들을 묘사하고 있다. 일단 생김새로 보아 6m에 달하는 장창을 든 페제타이로이는 아니다. 그러면 이들은 알렉산드로스 휘하의 그리스 호플리테스들일까, 아니면 히파스피타이들일까? 후자라고 봐야 한다. 국왕이 이끄는 기병들과 함께 싸우는 보병은 히파스피타이밖에 없기 때문[^1]이다. 이런 식으로 볼 때, 히파스피타이의 무장은 그리스 호플리테스와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1. 문헌 기록들도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 현존하는 몇몇 기록들은 히파스피타이를 "창잡이Doryphoroi"로 기록하고 있는데, Dory는 호플리테스가 사용하는 창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무장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 자체가 증거가 될 수도 있다. 페제타이로이처럼 당대의 호플리테스와 크게 다른 무장을 했다면 어떻게든 기록이 남았을 것이다.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호플리테스와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기록에 남길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고대의 역사가 아리아누스는 히파스피타이를 "최고의 무장을 갖추었으나 가장 기동성있는 부대" 로 기록하고 있는데, 당시 보병 중에서 최고 수준의 무장이라고 하면 단연 호플리테스의 무장이다.
결론적으로, 히파스피타이의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당대의 호플리테스의 무장을 살펴보면 된다. 여기서는 석관에 묘사된 모습을 기준으로 설명하도록 한다.
투구
석관에서 살펴볼 수 있는 투구는 프리기아식 투구Phrygian helmet라고 부른다. 이 투구는 기원전 5세기경 가장 많이 사랑받았던 투구이기도 한데, 그만큼 이 시기의 고분 벽화 등에서도 자주 보이는 물건이다.
흡사 벙거지를 뒤집어쓴 모습이기 때문에 갑주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초심자도 쉽게 식별할 수 있다. 딱히 증거는 없지만, 필로스 양식의 투구와 칼키디키 방식의 투구 또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투구들 역시 당시 그리스에서 사용되던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는 요즘처럼 동일한 장비를 착용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프리기아 투구를 쓴 병사들 사이사이에 좀 특이한 투구를 쓴 병사들이 드문드문 끼어 있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보병들이 착용했던 갑옷을 thorax라고 한다. 영화에서는 근사한 6pack 문양이 새겨진 청동 thorax를 입고 나오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이런 비싼 장비는 일반 병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갑옷은 굉장히 비싼 물건이고, 그만큼 전근대의 전장에서 제대로 된 갑옷이 지급되지도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후대의 일이지만, 마케도니아의 국왕 필리포스 5세(BC221 ~ BC179)가 내린 자신의 병사들에 대한 무장 규정에서도 갑옷에 대한 규정은 없을 정도였다.
히파스피타이들은 근위대인 만큼 일반 보병들에 비해서는 무장 상태가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훌륭한 갑옷을 입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포를 여러 겹 겹쳐 만든 갑옷인 linothorax를 입는 것이 보통이었을 것이고, 좀 더 신경을 써서 작은 철판들을 붙여서 보강을 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렇게 방어도를 보강하는 예가 고대 그리스 화병에서 보인다.
고대의 역사가 Polyaenus는 알렉산드로스가 앞장서서 적진으로 돌격하는 병사들(즉, 전열의 히파스피타이)에게 완전한 청동 thorax가 아닌, 앞면만 만들어진 청동 thorax(Hemithorakion)를 장비시켰다는 기록을 전한다. 병사들의 무장에 신경을 썼다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지만, 별로 관대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 갑옷은 등이 방어되지 않기 때문에, 적에게 등을 보일 수가 없다. 이걸 입은 이상, 죽어라 싸우는 수밖에 없다.
정강이를 가리는 정강이받이Greaves 또한 장비로 착용했다. 위 석관에는 묘사되어 있지 않지만, 고분 벽화 등에서는 자주 보인다.
무기
무기는 기본적으로 창과 검이 사용되었다.
창은 호플리테스가 사용하던 대략 2.4m 가량의 Dory를 사용했다. 칼은 두 종류가 있었는데, xiphos와 kopis가 그것이다. 전자는 양날의 곧은 검인 반면, 후자는 날이 굽은 외날 도이다. 사용 방법도 달라서, 전자는 찌르는 무기이지만 후자는 베는 무기다. (사진이 없어 Orz)
방패
방패는 사진에 나타난 것과 같이 hoplon을 사용했다. 당시 호플리테스들이 흔하게 쓰던 방패이며, 지름이 대략 0.9m 가량 된다.
[^1]: 그리스 호플리테스들은 일반 중보병, 페제타이로이들과 함께 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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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크스 대열을 짜고 싸우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
중동아시아의 몇몇 군주들은
병사들의 후퇴를 막기위해
일부러 갑옷의 등부분을 제거했다는 소리도 들어본것 같습니다
등이 보호되지 않으니 목숨을 걸고 앞으로 가는거겠지요,,
그런데 앞도 보호되지 않던 스파르탄들은
어떻게 싸운거지…?<-그게 주제가 아니잖아
근성으로..
스파르타 애들은 훈련 과정에서부터 진정한 근성가이들이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겠지요. 어차피 스파르탄들은 국가에서 충분한 여비를 지급하기 마련이었으니 다른 병사들에 비해 갑옷 같은 걸 구입하는 데 있어 좀 더 여유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1.석관 조각이 섬세하당~ 뿌우우우
2.근위대 치고는 자료가 없는걸요~ 뿌우우우우
하하, 명색이 왕급 되는 인사의 관 아니겠습니까. 색상까지 일부 살아 있는 것이 정말 상태가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현재까지 고어핀드님이 올리신 자료를 통해서 보면 히파스피타이는 거의 자유무장에 가까운 무장을 갖추고 다녔을거 같습니다. 뭐 사실 고대 전쟁이다 보니까 장비의 보급 자체가 많이 힘들었을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역할을 맡은 병사들이 아니라면 무장 자체에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않았으리라 봅니다만, 그래도 명색이 엘리트 보병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무장이 좀 부실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궁금한 점이 하나 있는데, 히파스피타이는 특수한 직책을 맡은 군인들이라기 보다는 실력을 인정 받았으나 신분이나 재산이 뒷받침 되지 않는 그러한 사람들이 모이는 부대가 아니었을까요? 사실, 왕실 근위대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사료가 적은 점도 그렇고, 무장 측면에서도 썩 좋다고 할 수 없으니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덧.그나저나 AOM 오랜만에 보네요 ㅎㅎ
음, 약간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1. 히파스피타이는 무장 측면에서 썩 좋다고 할 수 없다.
→ 저 정도 무장 수준이면 요즘 돈으로 차 한 대 값 이상은 들어갑니다. 당시 값으로 황소 여덟 마리 정도거든요. 자유무장에 가까운 경보병 병종은 무장에 돈이 훨씬 덜 들지만, 그렇게 되면 저 정도 수준의 무장은 갖출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런 부대는 따로 편성되어 있었지요.
2. 고대 전쟁에서는 장비의 보급 자체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역할을 맡은 병사들이 아니라면 무장 자체에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않았으리라 본다.
→ 저 당시에는 군대의 뒤에 대장장이들이나 노예상들이 따라다니면서 무기나 갑옷 같은 것을 보급했습니다. 알렉산드로스도 예외는 아니었구요. 게다가 히파스피타이는 적진을 돌파하는 정예부대입니다. 당시의 전술 이론에 비추어 보면 사실상 전투의 핵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이론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룰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3. 히파스피타이는 신분이나 재산이 뒷받침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 다음 편에 이들의 편제가 나옵니다만, 히파스피타이는 평민이 대부분이지만 귀족도 있습니다.
덧. AOM 정말 재미있지요. 나중에 포스트에 사용하려고 많은 사진들을 캡쳐해 놓았습니다 ^^
전통 마케도니아군에서 히파스피스타이는 기병의 갑옷을 관리하는 종자들이었다고 하죠?
잘 읽었습니다.
예, 그런 설이 상당히 지지를 많이 받습니다. 다만, 그리 자료가 많지 않아서 확정시키기엔 무리가 좀 있다고 하더군요.
텍스트큐브에서 작성된 비밀 댓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블로그에 메시지 남겼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