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와 총
질문 하나:
"한 사회의 법과 정책은 그 역사와 문화에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1.
"미국 가면 몸조심 잘해라. 미국은 그렇게 총이 많다며?"
아직 한국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출국 준비를 하면서 아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나오는 걱정은 한결같았습니다. "총 조심해라. 밤 늦게는 나가지 말고." 아무래도 제가 가는 곳이 총으로 유명한 텍사스라서 더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한 다음날 아침 도시 구경을 하러 호텔을 나섰더니, 오래지 않아 작은 총포상이 보였습니다. 살림살이를 마련하기 위해 간간이 들르곤 했던 대형 마트 한구석에서도 총기 손질용 도구와 총알을 팔고 있었습니다. Tv를 켜면 간간이 총기 사고에 대한 뉴스를 들을 수도 있었구요.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87명이 총에 맞아 죽는다고 합니다. 아무리 큰 나라라고 하지만, 하루 자살자가 대략 104명이라고 하니까 적은 수가 아닙니다. 그나마 그 중 대략 1/3은 사고나 오발이라고 하더군요. "총은 군대나 경찰 무기고에 있는 게 당연한 나라"에서 태어나 자란 제게, 이런 광경은 사뭇 낯선 광경일 수밖에 없습니다.
2.
총만큼이나 제 눈에 신기하게 보인 것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어디에나 나부끼고 있는 성조기였습니다. 관공서는 물론이고 은행이나 대형 상점, 심지어 아파트 관리 사무소처럼 사람이 조금이라도 모일 만한 곳이면 어김없이 성조기가 나부끼고 있었습니다.1 사실 성조기만 걸어 놓은 것도 아닙니다. 텍사스 주기[州旗]도 함께 걸어 놓았더군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텍사스 주기가 더 많습니다. 성조기를 안 걸어 놓은 데는 있어도 텍사스 주기를 안 걸어 놓은 곳은 없었으니까요. 주기는 둘째치고 텍사스를 상징하는 Lone Star 문양이 없는 데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점심 때 먹은 맥주와 지금 덮고 자고 있는 이불에도 이 패턴이 박혀 있으니 할 말 다 했다고 할 수 있죠.
여기서 오래 사신 교민 분께서 이렇게 말씀해 주시더군요. "여기 사람들은 정말이지 자부심이 대단해요. 애국심도 강하고 우리야말로 진정한 미국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죠."2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텍사스 주의 역사 자체가 미국 역사의 축소판입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이민을 왔고, 압제자를 물리치고 독립을 쟁취했으며, 그 뒤로도 열심히 노력해 미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인구가 많은 주 중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손만으로 이루었습니다.34 이 정도면,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3.
어느 주말 장을 보고 돌아오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기 소유를 당연시하는 것과 성조기(텍사스 주기)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과연 다른 현상일까? 같은 현상이 가진 두 모습 아닐까?"5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 싶으실 겁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죠. 텍사스 사람들이 자기들을 진정한 미국인이라 여기며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그들의 역사가 미국 역사의 축소판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삶을 찾아 이역만리로 이민을 와서 삶의 터전을 꾸리고,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자들을 쫓아내서 독립을 하고, 개척에 성공하여 부유한 삶을 누리게 된 것 말입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총입니다. 갑자기 이역만리에 뚝 떨어진 사람이 가족과 재산을 지킬 방법은 총 뿐입니다. 영국군이나 멕시코군을 몰아 내는 데도, 원주민과 싸워 땅을 뺏을 때도, 농장에 쳐들어 온 산적이나 소도둑을 막을 때도 언제나 총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총이라는 게 단순한 무기를 넘어서 일종의 문화적 상징, 자유의 상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들의 역사를 상징하는 텍사스 주기나 성조기를 자랑스러워하고 언제나 게양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만큼 총을 소지할 권리를 당연시하는 것도 당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상하게 들리십니까? 글쎄요,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십자가를 신성시하지 않습니까?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시간이 길까요 아니면 미국인(텍사스 인)들이 총을 들고 다닌 시간이 길까요? 흔히 간과하는 것이지만, 미국은 민병대의 무장반란으로 시작된 국가입니다. 헌법에 부당한 권력에 저항할 권리, 이를 위해 무장할 권리가 당당하게 규정되어 있는 국가란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중앙 집권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무기를 사사로이 매매하고 소지하는 사람은 사실상 범죄자 뿐6이지만, 미국인들은 그런 생각을 할 수도, 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옛날에 본 다큐멘터리 중에 전미 총기 협회(NRA) 회장7이 총기 소지의 자유를 옹호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역사는 피로 쓴 역사야. 우린 아주 폭력적인 삶을 살아 왔지."8 그 때 작은 영화관에서 그 장면을 보면서 살짝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니, 총기 소지의 권리를 옹호하랬더니 왜 갑자기 뚱딴지처럼 역사 타령이래? 지금이 서부 개척 시대야?"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그 사람이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가 이런 힘든 환경 아래에서도 자랑스러운 역사를 써온 것은 다 총이 있었기 때문이야. 총은 우리에게 있어 자유의 상징이라고. 이런 멋진 전통을 왜 포기해야 하지?" 이 장면이 떠오른 순간, 이전에는 이해할 수 없던 다른 것들이 하나 둘 연결되었습니다. 왜 뉴스에 나온 전미 총기 협회 회원들이 "자유"라는 단어가 포함된 구호를 대문짝만하게 붙여 놓았는지, 너도나도 자랑스럽다는 듯이 성조기를 들고 나와 있는지... 그들에게 "자유" "총" "자부심"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4.
"왜 미국인들은 총을 금지하지 않을까?" 이 사안에 대해 조금 들은 바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대답을 하기도 합니다. "전미 총기 협회(NRA)가 그렇게 막강한 로비 조직이라며?" 물론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만, 이 대답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이 대답은 총이 그저 무기일 뿐이고, 마땅히 공권력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생각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총에 대해 한국인과 같은 생각을 할 필요도, 할 이유도 없는데 말입니다9. 오히려, 총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애지중지되며 당연시되어 온 사물을 함부로 금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이유가 있든 없든 간에 당사자들이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들에게 십자가를 발로 밟으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본 사무라이들에게 칼을 차는 것을 금지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 좀 더 확실하게, 조선시대 사람더러 상투를 자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그렇게 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놓고 보면, 미국 사회의 총기 문제는 단순히 외국에 대한 이야깃거리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류의 사물은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만약 오랫동안 그 중요함이 별로 의심받지 않던 사물이 문제가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거기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그들을 처치 대상, 꼴통, 이익단체의 로비에 휩쓸려다니는 바보들로 조롱한다고 해서 그들의 생각을 돌려 놓을 수 있을까요?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5.
며칠 전, 코네티컷 주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고는 일 년에 몇 번은 터지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사고가 터진 곳이 초등학교인 데다가 희생자의 대부분이 열 살도 안 되는 어린이들이어서 그 충격이 더 큽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방탄 가방이 불티나게 팔리고 뉴욕 시장이 강력한 총기 규제를 천명한 가운데, 전미 총기 협회 부회장은 "모든 학교에 무장 경비원이 배치되었다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총기 난사는 게임이나 미디어 탓"이라는 발언을 하여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미국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미국에 온 지 이제 석 달 정도밖에 안 됐고 아직도 영어에도 서투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먼 나라의 일로 치부하고 흘려듣지만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사회의 총기 문제는, 우리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1.
사진에 나오는 윈체스터 미스터리 하우스란 윈체스터 총기 회사의 창업주 헨리 윈체스터의 외동딸 사라 윈체스터의 저택이다.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인 그녀는 남편과 딸을 잃으며 지극히 불행한 삶을 살았는데, 자신의 불행이 윈체스터 총에 살해당한 미국 원주민들의 원한 때문이라는 영매의 말을 듣고 이후 32년간(1884~1922) 계속해서 집을 뜯어고치는 기행을 벌였다고 한다. 문 없이 벽으로만 둘러싸인 방이라던가, 13을 테마로 한 정원 등등... 지금은 관광지 겸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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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덜렁 걸어 놓은 것도 아니고, 리비아에서 미국 대사가 살해당하거나 총기 난사 사고 등이 난 날이면 어김없이 조기로 게양된다. 계속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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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신 분들 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봐서 대체로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쉽게 말해 육군 전역자들이 해병대 전역자들 보듯 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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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달리 텍사스가 완전히 자기 힘만으로 멕시코에서 독립을 한 것은 아니다. 미 연방군이 직접적인 도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방조를 해 주었다. 하지만 미 연방군도 원래 프랑스의 엄청난 지원을 받아 겨우겨우 영국군을 몰아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자기 혼자서 해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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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른 주들의 대부분은 처음부터 영국의 식민지로 시작했거나, 연방정부의 지원 아래 개척을 진행된 뒤 주로 승격된 반면 텍사스는 스스로 연방에 가입 신청을 해서 미국의 일부가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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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첨언하자면, 여기에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당장 미국 안에 깔린 총이 3억 정이 넘는데, 하루아침에 총기의 소지 및 매매를 금지시키면 평범한 시민들은 자기 목숨을 지킬 방법이 없어진다. 또 하나, 미국 시골은 우리네 시골하고 차원이 달라서 하루 종일 달려도 집 몇 채 겨우 있는 경우가 흔하다. 공권력이 처음부터 치안을 보장할 수 없는 것. 결국 이런 경우엔 시민들 스스로가 무장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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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조선 시대 도검 유물 중 "이걸로 돈을 많이 벌 수 있기를!" 이라고 새겨진 것이 전해진다 - 이쯤 가면 산적 인증이다! 게다가어느 건달이 부산의 왜관에 가서 일본도를 사려고 하다 적발된 적도 있었다. 이 사건은 조선왕조실록에 전하는데, 읽어 보면 분위기가 "뭐 이런 위험 천만한 놈이 다 있나" 수준이다. ↩ -
이 부분은 여기서 볼 수 있다(자막 없음). 보면 알겠지만, 미국의 시민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둥, 캐나다나 독일과는 달리 여러 종족(ethnic group)이 섞여 있어서 그렇다는 둥 인종차별적 생각을 언뜻 비춘다. 캐나다는 사냥꾼의 나라고, 따라서 인구 대비 총기 수로는 미국 못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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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미국인" 이라는 말 자체가 어찌보면 지극히 한국적인 생각일수도 있다. 텍사스만 해도 한반도보다 훨씬 넓다. 그만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억지로 묶어서 취급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
미국-멕시코 전쟁이 정당했느냐의 문제는 미뤄두더라도 알라모의 기억이 있는 한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실시될 일은 없겠죠. 거기다가….
현대 한국인에게 상투는 미개와 야만, 수구의 상징이지만 미국인에게 총은….
그렇죠. “상투”는 “나라 말아먹은 짓”이지만 “총”은 “세계 최강대국을 건설한 원동력” 이라는 점에서 한미 양국의 시각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죠.
오랫만에 왔더니 포스팅이 연달아 올라와있어서 반갑니다. :)
저야 미국문화를 겪어보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지만 올초에 읽은 책 중
손영호 저 ‘미국의 총기 문화’ 에서도 말씀하신 내용과 비슷한 결론을 내고 있더군요.
허, 그런가요.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저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가 보군요;
!@#… 중요한 지적입니다. 다만 이미 미국인들도 그간 여론 비율로서는 http://m.washingtonpost.com/blogs/wonkblog/wp/2012/12/23/gun-owners-vs-the-nra-what-the-polling-shows/ 더 강한 총기규제를 뚜렷하게 지지하게 되었는데도 의회에서 번번이 떨궈내는건, 역시 그래도 NRA의 막강한 로비력 맞습…
역시 명불허전(…)
신성한 컨스티튜션에 의하면 미국 국민들은 무장을 할 권리가 있는가 있는것도 크죠…추가는 되도 있는 내용은 지운전적이 없는걸로 알고 있어서..최상위 법인 컨스티튜션에서 보장한다면 뭐…
그리고 독립전쟁, 멕시코 전쟁뿐만 아니라 남북전쟁등 이래저래 굵직한 사건에는 가지고 있던 총을 들고, 혹은 총을 사서 달려갔던 미국인들이 워낙 많아서 힘들기도 하죠. 실제 게티스버그전투 당시 조상님이 들고가셧던 총이라고 소중히 보관중인 총이라던지 이래저래…미국과 총은 때낼수 없는 연결을 가지고있다보니..
제 기억에 미국 헌법은 “수정”을 하는 것이지 “개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에서 윈체스터 총기 사진을 검색해 봤습니다. 그런데, 그 중 상당수가 자기 집에 있는 총을 찍은 것이더라구요. 일종의 가족 무기고를 찍은 것이었는데, 거기 붙어 있는 설명들이 흡사 우리나라에서 족보 자랑하는 거하고 비슷하더군요. “이 총은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그리고 나에게 물려 준 총이다.” “이 총’들’은 처음 서부에 온 조상님들이 불려 준 것이다.” 뭐 이런 식… 약간은 생경했습니다.
족보자랑이라…그런것도 있죠.
리 리볼버는 3대전 조상님이 쓰시던거고, 이 리볼버는 4대전 조상님이 어디서 쓰시던거고, 이런 설명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총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도 있더군요. 펜실베니아 롱 라이플을 사고싶다고 해서 켄터키 롱라이플이 어떠냐고 물밨더니, 펜실베니아 롱 라이플이야말로 자신의 마음의 고향, 조상의 얼과 혼(?)이 살아숨쉬는, 내 마음의 롱라이플이라고….
허, 그 정도라니, 제가 생각한 이상이로군요;
NRA 발언 정도면 양반이죠. 그 전날 라디오에서는 ‘교사들에게 총기를 지급하고 사격 훈련을 시키자’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진지하게 나가면 총기문제는 미국이 아직도 상대적으로 완전히 국가의 틀이 잡히지 않은 젊은 국가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은 총기보다 역사가 오래되고 국가가 무력을 독점하면서 총기가 보급되기 어려웠던 반면, 미국같이 넓고 사람이 적은 나라는 아무리 강한 정부라도 완전히 컨트롤하기가 불가능하죠.
뭐 “국가의 틀이 잡히지 않은 젊은 국가” 라는 표현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만, 확실히 미국의 큰 국토는 장점이면서도 한계가 될 수밖에 없다 생각합니다.
freedom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tyranny를 행사할 경우 시민들이 무장봉기를 해서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Bill of Rights, second amendment 가 괜히 있는게 아니겠죠. 저도 고어핀드님의 말이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총이 있는 시민들을 대하는 거랑 총이 없는 시민들을 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겠죠… 그렇지만 (물론 full-auto는 미국도 금지라고 들었는데..) 군대에서나 쓰는 assault rifle 등등 (특히 총알 규제)은 아무래도 규제를 해야 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이번 사고에 사용된 AR15 총기 탄창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더군요. 그걸 보고 얼척이 없어졌습니다. M16의 원래 명칭이 AR15거든요. 탄창 호환되는 총이야 더 많습니다만… 이런 게 민수용으로 팔리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용량 탄창 규제가 풀려서 그렇습니다.
민수용으로는 10발 이하던가? 그런 탄창만 허용됬었는데..(사실 전기간도 아니고.1994년 부터 얼마전까지..)
얼마전에 풀려서 대용량 탄창을 살수 있게됬거든요..그 하원의원 권총으로 쏜 미친놈도 권총에 30발탄창 물려서 쐈었을겁니다…
그리고 어썰트 라이플의 경우 제가 알기로는 미국 내에만 100만정정도 풀려있을껄요…Full Auro는 물론 Class 3이상의 취급면허를 딴 사람만 소지가능하긴 합니다. 물론 Class 3를 딸때는 Back ground 확인은 기본이고요….
AR-15하니…어쩌다보니 알게되신분은 AR15가 있는데 상부리시버만 3종류라고….상부만 바꾸면 사용 탄환을 바꿀수 있어서 상부만 산다고하더군요..
터미베어 // 예?! 어썰트 라이플이 백만정이라구요? 아.. 뭐 총이 3억 정이나 되면 그런 물건도 많이 풀려 있는 게 당연하긴 합니다만… 게다가 탄창도 그 정도면 정말이지 말이 안 나오는군요. 저는 그 하원의원 쐈다는 놈도 권총 탄창을 여러 개 들고 가서 쏜 줄 알았습니다. 30개들이 탄창이면 스카이폴에 나온 그 대형 탄창일 텐데 그런 게 민간인 손에 있다니… OTL…
6번 각주는 대단히 잘못되었군요. 제 박사논문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창포검의 검명인 寶釰直千金은 ‘이걸로 돈을 많이 벌 수 있기를’이 아니라, ‘보검은 천금의 가치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많이 벌 수 있기를’이라는 잘못된 해석은 한문에 대한 개념이 별반 없는 민간도검연구가가 直이 値와 호환되어 쓰였다는 점을 모르고 자의적으로 풀의한 것인데, 와전을 거듭하여 고어군에게도 잘못된 지식으로 각인이 되어버렸군요. 이래서 오류투성이 정보는 위험한 법입니다.
엇, 그런 것이었군요. 역시 전문가 분의 해석이 정확한 듯 합니다. -_-)> 수정 완료했습니다. 잘 지내시죠?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한국 돌아가면 뵙겠습니다.
미국생활 심심할테니, 이메일주소 남겨보셈. 제 박사논문 pdf화일 보내줄께요.
아 미안. 오타. 풀의=>풀이. 리플정정기능이 안되네요.
음, 제가 지금 컴퓨터 논문 읽기에도 바빠서 읽을 여유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email protected] 입니다. 언제나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_-)>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생각하시는 것을 글로 잘 풀어내시는데
어떻게 이렇게 논리적으로 다양한 생각을 정리해서 쓰실 수 있나요?
글이 술술 읽히고 이해가 잘 되요.
컴퓨터 관련 일을 하셔서 그런건가요.
저도 체계적이고 구조적으로 글을 쓰고 싶어요!
음, 안그래도 마침 관련글 하나를 써 공개한 마당입니다만 ^_^; 실은 비슷한 질문 자주 받는데 앞으로 이따금 글쓰기에 대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미국에서 살면서
궁금증에 많이 생각해 봤는데
이런 관점도 있었군요
정말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상당히 흥미깊게 보았습니다. 군사학이야기와 비유된 IT이야기를 주로 보았는데, 이글이 ㅍㅍㅅㅅ를 통해서 고어핀드님 글로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
역시 글을 잘쓰시는 군요.
그리고 공감되는 점도 많습니다. 기존의 소중한 가치가, 문제가 생겼을 때 변화하긴 쉽지 않지요. 약간 제 의견을 인용을 통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맥루한의 책을 수십번을 읽으며 핵심을 발견하려 한 적이 있었습니다.(실제로 앞으로 몇번을 더 읽어야 그의 생각을 이해할 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추상적개념에서부터, 물리적개념을 “미디어”라 정의한 그는, 이 미디어들이 ICON 그 자체가 되거나 아이콘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한다, 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 그렇든, 아니든, 쌓아온 기간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이콘을 만들어 냅니다.
“현대는 아이콘시대. 무의식적인 아이콘은 우리의 환경이 되고, 우리가 구축한 그 환경은 다시 우리 자신을 변화시킨다” 결국 이 부분이 제가 그나마 찾아낸 핵심이었고, 제가 세상을 보는 눈에 많은 것이 바꼈습니다 (글이 루즈하게 진지해지네요.)
결론적으로 미국인들에게는 총은 “자유” “위대함” “권위” 등에 대한 아이콘으로 확실히 뿌리박은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군대”라는 것도 “자유수호의 상징”이고, 이 모든것을 자유에 집중해 “미국은 위대한 자유의 나라”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링컨의 해방운동에 동조하는 편이 존재했고, 케네디가 흑인의 위치를 높이는 게 가능했던 것도 “기존의 편견, 전통”과는 다르지만 “위대한 자유”라는 것으로 가능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PR계통에 있었을 때 역시 자주 보는게 미국의 사례인데, 에드워드 버네이즈가 “바나나”를 홍보할 때, 참 의문이 들었습니다. 메시지가 이런 식이었습니다
“바나나는 맛도 좋고 건강에 좋으며,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마약을 재배하는 대신에 바나나를 재배하게 하여 생활을 풍족하고 범죄를 줄일 수 있다.”
바나나가 건강에 좋다는 인증을 받는 거야 인증 받으면 되지만, 저런 메시지가 통하는가? 라고 당시에는 생각했는데, 맥루한의 책을 보면서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이 그냥 자유가 아니라 “위대한 자유”의 아이콘에서 파생된 새로운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분석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치밀한 프로세스가 눈에 보이게 되었습니다.
“남미의 마약을 구제하는 아이콘”으로 화재가치를 만들고 바나나의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위해 유통망이 자연스럽게 확충되고, 이후 간편히 먹을 수 있는 바나나는 계속 이용되게 된다는…
상투란, 우리에게 “효” “예”의 상징이었고, 사무라이에게 검이란 “정신” 그 자체였을 아이콘이었을 것 같습니다.
자유로 파생되는 평등, 균형, 하지만 그들이 택한 민주주의, 노예해방, 이런 것들이 “효율”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신호가 있을때와 맞물려 바뀌었다면, 총기규제의 효율성이 좀 갖춰졌을 때, 적절한 신호가 나오게 되겠지요. 시간이 짧다면 투쟁이 될테고 시간이 길다면 쉽게 될 것 같습니다.
인구증감을 방해한다는 명분으로 “결투금지”가 되었을 때부터요^_^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언제나 글을 읽으면 머리가 시원해지네요 ㅎㅎ
예, 맥루한의 책은 아이디어를 참 많이 주는 책이라고들 하던데, 저는 아직 읽어 보질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PR이나 미디어 쪽 일하시는 분들은 자주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