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 강준만, 미국인과 총
그들이 왜 그렇게 독한지 알기 위해선 17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그해에 통과된 권리장전(수정헌법 제1~10조)에 속하는 수정 헌법 제2조는 "총기를 보유하고 간직하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당시 반연방주의자들은 연방정부가 주 민병대를 무장해제시키고 무력적으로 각 주들을 점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수정 헌법 제2조는 이들의 두려움을 달래주기 위한 타협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정부의 독재와 횡포에 대한 공포는 미국의 건국 이념과 맞닿아 있는 것이며, 총기 규제 반대론자들이 늘 외치는 구호도 바로 이것이다.
이후 전개된 미국의 국가 발달사는 시민의 무기 소지가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 영광스러운 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특히 서부 개척이 미친 영향이 컸다. 프런티어 생활에서 총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신성한 보루였다. 총은 힘과 남성성의 상징이었으며, 처음 자기 자신의 총을 갖는다는 것은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로 거룩하게 여겨졌다. 할리우드의 서부영화와 각종 범죄영화는 이 문화적 신화를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면서 오늘날까지도 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 강준만, "왜 미국에서는 총이 '영광의 상징'인가?"
이전에 썼던 글의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된 버전.1 미국인들의 총에 대한 관념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역사적 연원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총기 문제는 체제 차원의 이념 투쟁이기도 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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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라는 이름의 단행본에 포함되어 출판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