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8일 오후 3시
노르웨이 - 오슬로

유럽은 동북아시아와는 달라서, 여러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오랜 시간 서로 치고받고 하는 통에 서로에 대한 동질성이 높은 편입니다. 웬만하면 라틴어를 이어받은 말 쓰고, 또 웬만하면 크리스트 교 믿고, 정치 제도도 비슷비슷하고 하다 보니 무기와 같은 전쟁 장비의 발달도 비슷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정 시기 유럽의 무기들은 어디서 만든 물건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갑옷 정도가 조금 차이가 두드러지는 편입니다만, 자세히 뜯어보지 않는 한, 다 거기서 거기거든요.

하지만 노르웨이는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유럽에서도 변방 구석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당연히 "뭔가 특이한 물건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있더군요.

가장 골때리는 물건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노르웨이의 특이한 병장기들

1600년대 노르웨이 병사들의 도끼. (출처: 개인 촬영. flickr@gorekun)

척 봐도 다르죠? 도끼 날이 휘어서 휘두르기 좋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17세기에 이르면 전투용 도끼는 완전히 전장에서 사라집니다. 반면 노르웨이는 바이킹 시대로부터의 애용품(...)을 곱게곱게 개량해 가면서 썼다는 얘기가 되는데.. 거 참.

이 희한한 무기를 뭐라고 불러야 하죠? 굽은 칼을 만곡도라고 하니까... 만곡부?

"노르웨이에는 숲이 많으니까, 나무를 베는 등 진지를 구축하는 데 쓰인 도구가 아니야?" 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저 도끼로 뭘 어떻게 쪼개겠습니까. 저건 확실히 전투용이죠. 화승총과 도끼가 난무하는 전쟁터라... ( --)

옆에 서 있는 병사는 당시 유럽의 주류였던 화승총병 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방한이 잘 될 것 같은 두툼한 모직 옷을 입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요.

두 번째로 골때리는 물건은 바로 요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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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로 끄는(!) 1700년대의 대포(출처: 개인 촬영. flickr@gorekun)

유럽에서 대포의 등장은 당시 유럽 군주들에게 골때리는 고민거리를 안겨 주었습니다. 일단 대포는 꽤 쓸만한 무기임에 틀림없습니다만, 대포를 쏘는 사람은 일반 보병이 아니라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었습니다.(당연히 봉급 비쌈) 게다가 포탄이나 화약 값 등도 비싸서 왕실 재정을 까먹는데는 절대무쌍의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여기에 하나의 문제가 더 추가되는데, 바로 "어떻게 전장까지 대포를 들고 가느냐" 라는 문제였습니다. 대포를 운반하기 위한 말과 말에 필요한 사료값이 엄청나 유럽의 군주들은 조금이라도 그 가격을 싸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데 열중했습니다. 가난한 군주는 소를 써야 했다고 하더군요.

스키가 달린 대포는 그러한 상황에 대한 노르웨이식 해결방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노르웨이야 어차피 길도 다 눈덮인 산길이니, 스키가 바퀴보다 확실히 나을 듯합니다.

...그런데 저걸 가지고 내리막길을 갈 때는 도대체 어떻게 했을까, 심히 궁금해집니다. 저기 깔리면 예수님 면접가기 딱 알맞을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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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의 노르웨이군 정찰병. (출처: 개인 촬영. flickr@gorekun)

"스키가 신발처럼 사용되는" 노르웨이라면 스키부대의 창설도 남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있었습니다. 19세기 이전부터 이미 스키부대가 있더군요. 정확히 말하면 정찰병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솔직히 말하면 이런 게 다 남아있다는 게 더 경악스러웠어요.)

기병총에 비견될 정도로 총신이 짧은 총(아마 빠르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됩니다.)칼과 날이 길고 두툼한 총검이 눈에 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