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 판타지 시대극은 상상력의 과잉이 아니라 상상력의 결여다
그런데, 이들 판타지 시대극들이 내세우는 변명은 늘 자유로운 작가적 상상력 운운한다는 것이요.
창작자의 상상력 운운하면서 고증 무시, 당대의 정치 정세도 무시, 등장인물의 성격도 무시.....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이러한 판타지 시대극의 터무니 없는 상상력은 알고보면 상상력의 과잉이 아니라, 상상력의 결여및 부족에 나온 것이라오.
왜냐하면 저 해신의 드라마에서 나오는 로마 검투사의 장면이나, 앞으로 태왕사신기에 나오는 트로이풍의 갑옷이나, 주몽에 나오는 중국 송,명왕조 시대의 중국갑옷이나 결국 독창적인 이미지를 상상하지 못하고, 기존의 외국의 여러 시대서사물의 이미지만들을 그대로 차용,모방한 것이기때문이오.
해신의 검투사 장면은 당연히 리들리 스콧의 글라디에이터에서, 태왕사신기는 제작소품팀장이 자랑스럽게 떠벌린 것처럼 볼프강 페터젠의 트로이에서, 주몽의 갑옷은 중국 각종 시대무협물에서 이미지를 차용, 모방하는 것 아니겠소?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현재 한국 판타지시대물에서 주장하는 작가적 상상력은 결국 독자적으로 상상하기 귀찮아서 외국의 상상력을 차용모방하겠다는 노골적인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소..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깊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역사적 상상력은 그 자체로 나쁘지 않소 ... 문제는 이러한 역사적 상상력은 반드시 관련 분야의 풍부하고 엄정한 지식과 학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오.
조너선 스펜서와 레이 황, 수잔 휫필드의 여러 저작물은 바로 그들 자신이 뛰어난 중국역사학의 대가이었고, 고생물학자들이 그리는 공룡의 상상도들은 바로 고생물학과 해부학, 동물생태학의 풍부한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이루어진 것들이라오.
아무리 한국의 인문학, 그리고 역사학의 풍토가 척박하다고 할지라도, 풍부하고 신뢰성높은 역사학 지식이 이미 한국에도 수십년에 걸쳐서 축적되어있소.
그런 역사학 지식과 정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런 역사적 지식과 자료에 토대로 해서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해외의 시대물에서 여러 이미지만 차용해서 쓰는 요즘의 판타지 시대극은 정말이지 너무 얄팍하기 그지없소이다 !
- '판타지 시대극은 상상력의 과잉이 아니라 상상력의 결여다' (출처: DCINSIDE 역사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