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하나 풀어보자. 아래 문장 중 어느 쪽이 맞는가?

  1. 키와 성별은 상관이 없다.
  2. 키와 성별은 상관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둘 다 맞다.

우선, 키하고 성별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남자라고 해서 항상 여자보다 키가 크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 평범한 남자하고 여자 배구 선수 키를 비교해 보시길. 그런 점에서 1은 맞다.

하지만 성별이 남성이면 여성보다 키 클 확률은 재깍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2도 맞다. 아니 잠깐, 뭔가 이상해 보이지 않는가?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우리가 '상관이 있다/없다'는 표현을 두 가지 경우에 쓰기 때문이다. 'A와 B가 서로 다른 개념(independent concept)이다.' 라고 말할 때도 쓰지만 '통계적 상관 관계(statistical correlation)가 있다'고 할 때도 쓴다.

비슷한 문제로는 이런 게 있겠다: 국적과 소득은 상관이 있는가 없는가?

국적하고 소득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미국이 한국보다 잘 살기는 하지만 뉴욕 거지가 이건희 회장보다 돈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런 점에서 '국적과 소득은 상관이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적자와 소말리아 국적자를 비교한다면, 전자 쪽이 소득이 높을 가능성은 거의 100%다. 그런 점에서 '국적과 소득은 상관이 있다.'

간단한 문제 같지만, 이 문제는 중요한 암시를 남긴다. 무심결에 흔히 보고 지나치는 표현도 구체적 의미를 찬찬히 뜯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