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손가락 활용법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Playstation2 게임 의 가장 눈에 띄는 측면은 뭐라 표현 못하게 가슴을 두드리는 감성적인 분위기에 있는 게 맞다. 소녀의 손을 잡고 거대한 성의 미궁을 헤쳐나간다는 것 – 세상 천지에 이러한 분위기를 가진 게임이 또 어디 있던가? 하지만 이 시스템의 뒷면에 숨어 있는 중요한 게임적 기능에 대해서는 별 이야기가 없는 것 같다.

는 기본적으로 “길찾기 게임” 이다. 길을 가로막은 각종 방해물들을 퍼즐처럼 해결해 나가면서 진행해 나가는 류의 게임인 것이다. 이런 류의 게임은 퍼즐적인 재미를 줄 수는 있지만, 게임플레이가 지극히 평면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스템 하나만으로 달랑 게임을 만들지는 않는다. 처럼 액션성을 강조할 수도 있고, 레벨을 클리어하는 데 시간 제한을 줘서 긴장감을 늘리기도 한다.

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이 “손잡기” 시스템이다. 대체로 게이머는 요르다의 손 – 정확히 말하면 오른쪽 검지손가락으로 누르는 R1키 – 을 계속 잡고 있어야 한다. 어디선가 기어나온 검은 그림자들이 요르다를 낚아채서 벽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게임 오버되기 때문이다.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데리고 다니는 게 좋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요르다가 물끄러미 쳐다보는 곳을 찾아보면 되기 때문이다. 지극히 간단한 것이지만, “계속 R1키를 누르고 있어야 한다” 는 간단한 제약 조건이 게이머의 심리에 강요하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그리고 이 압박감이 비교적 단순한 액션만을 제공하는 의 게임플레이에 상당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보다 액션성이 강화된 후속작, 에서도 이어진다. 이 작품에서 게이머는 소년을 조종하여 거대한 거상의 약점으로 기어올라가 거상을 때려잡아야 한다. 거상의 털 같은 것을 붙잡고 몸 위로 기어오르거나 급소를 얻어맞은 고통에 미친듯이 발광하는 거상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뭔가를 붙들거나 안정적인 자리에 앉아서 근력을 회복해야 하는데, 여기 사용되는 키도 R1키였다. 그러니까, “R1키를 누르고 있어야 한다.” 는 제약 조건에서 두 게임은 동일한 셈이다. 둘 다 오리지널리티가 뛰어난 작품이라 잘 안보일 뿐이다.

최근 , 의 제작자인 우에다 후미토신작에 대해서 언급을 한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두 작품에서 긴장감의 삼 할은 검지손가락이 만든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위 발언은 그의 성공이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자기 창작물에 대해서 저렇게 객관적으로 알고 있기는 쉽지 않다.

그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지 못했으니 디테일한 언급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뭘 만들지 아무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번 발언으로 두고 보건대, 두 전작에서 사용한 검지손가락 활용은 그대로 이어나갈 듯하다.

한줄 요약: 우에다 후미토 캐본좌

ps) 링크한 게시물에도 몇몇 팬픽이 올라와 있지만, ICO의 하고많은 팬픽들 중에서도 이 팬픽이 진짜 좀 많이 짱인 듯. 일단 가서 보시라.

12 thoughts on “검지손가락 활용법

  1. 블로그 공지사항을 보고 이 포스트도 정치 관련 포스트인가 헷갈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컨셉 자체가 특이하다 싶었는데 저런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요소도 있었군요.
    역시 한번은 반드시 해봐야 할 명작입니다만 여건이 안 되네요;

    근데 팬픽이 이해가 안 가서 한 번 더 죄송합니다; orz
    (팬픽이라 해본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말이죠; )

    • 본래 공지사항은 별도의 게시물로 작성되어 있었는데, 별로 읽는 사람이 없는 것 같기에 최근 별도의 작업을 해서 스킨 최상단으로 분리시켰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지사항을 볼 것 같네요.

      이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첫 번째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기존에 썼던 역사 관련 포스트들을 보수 정비하면서 퍼가는 사람들한테 “나중에 내용이 갱신되어도 책임지지 않는다.” 라는 경고를 남겨야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음, 뭐 문근영은 빨갱이라고 외치는 친구들을 제 블로그에서 볼 생각은 없으니까요. 누추한 블로그를 운영중인 듣보잡 블로거이지만 제 집에 굴러들어온 미친 개새끼를 걷어찰 자유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코 같은 게임들에 대해 – 저는 기본적으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코가 확실히 특이한 게임이긴 합니다만, 여기서도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를 위한 법칙 혹은 어떠한 추세는 충분히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팬픽은… 음, 그저 깜찍한 것이 이기는 겁니다 :D

  2. ico 게임을 해보고 이렇게 플레이 해본 것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해보고 싶은 게임이 있나 싶습니다. ^_^

    플스방에서 첨부터 엔딩까지 봤던 게임입니다. ^_^)-b최고최고!

    • 제 인생 최고의 게임 10개를 꼽으라고 하면 이코는 반드시 들어갈 겁니다. 정말 멋진 게임이죠. 플레이스테이션을 살 때 이 게임을 사게 된 것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중에 단종 직전에 장만하시는 것이 어떠합니까. 사실 저도 그 때가 되면 지금 가지고 있는 기체를 교체할 생각이 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제작된 훌륭한 명작들을 돌릴 수 있는 머신이니까 구형이지만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3. 게임을 소설로 옮긴걸 읽었을때 느낌은 ‘으음…?’이었는데, 게임에서 느낌은 확연하게 다르겠군요. 많은 사람들이 이코를 본좌로 칭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덧.그나저나 우에다 후미토 씨의 후속작은 어떤 컨셉인지 나왔나요? 소문은 무성한데,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 그 양반 컨셉이야 항상… “상상을 초월한다.” 아니겠습니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ㅎㅎㅎ

  4. 흐음… 한글판 게임을 구할 수 없는 상태라는게 한이라능…
    검지 손가락 하나 누르는 것으로 긴장감 조성… 좀 짱이라는?
    PS2라면 조그만게 집에 있긴 한데, 위닝 일레븐 영문판 돌려봤다가 안되서 좌절… 저번에 몰에 가니, PSP보다 싸던데 하나 장만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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