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법

종장판갑은 갑옷 본체 위쪽에 천을 묶은 뒤, 이 천을 어깨에 걸쳐서 착용하게 됩니다. 어깨 부분이 트여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물론 옷 위에 바로 철판을 착용하면 착용감이 거칠기 때문에, 갑옷 안쪽에 가죽이나 깃털 패드를 덧대게 됩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자세히 보면 테두리에 작은 구멍이 줄지어서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패드를 갑옷에 고정시키기 위함입니다. (고대 그리스 투구도 착용감을 증가시키기 위해 비슷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그냥 검도 호구를 생각하시는 게 쉬우실 겁니다. http://www.flickr.com/photos/ello_there/3728037096/

종장판갑의 착용에 대해서 알려진 사항 중 조령신앙의 흔적입니다. 전에도 한 번 비슷하게 언급한 적 있지만, 무기나 갑옷의 장식에 있어서 종교적 상징이 애용되는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한반도 남부는 예로부터 새를 숭배하는 신앙이 있어서 각종 유물에서 새를 소재로 한 것들을 볼 수 있는데, 갑옷도 여기서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종장판갑의 경우, 새의 깃털 등으로 장식을 했거나 새 머리 모양의 세공을 해서 장식한 것들이 확인됩니다. (국립 김해 박물관 로고하고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잉글랜드 국왕 헨리 8세의 갑옷. 1515년에 만들어진 것이다. 갑옷 전체에 England 왕국과 Aragon 왕국의 수호 성인의 삶이 새겨져 있다 - 헨리 8세는 아라곤 왕국의 공주와 결혼했다.

오리를 묘사한 원삼국시대(3세기)의 토기.울산 중산리 무덤. 국립 중앙박물관 소장.

부속구

현재까지 종장판갑에 부속된 별도 부속구로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한편, 종장판갑과 함께 사용된 투구로는 두 가지가 알려져 있습니다. 종장판주와 이형주죠.

종장판주는 이 블로그에서 몇 번 다뤘으니 익숙하신 분들도 많겠군요. 말 그대로 세로로(종縱) 길다란(장長) 철판(판板)을 가죽 끈으로 엮어서 만든 투구(주胄)입니다. 이 투구는 5세기에 쇠못을 박아 만든 투구가 등장하기까지 고대 한국의 대표적인 투구로 사용되었습니다.

5세기의 종장판갑(가야). 경상남도 김해 양동리 무덤. 소매판이 없어지고 측경판/진동판이 장착되어 있다 - 종장판갑의 최종 진화형이다. 국립 중앙박물관 소장.

이형주는 이상하게(이異) 생긴(형形) 투구(주胄)를 가리킵니다. 이런 이상한 이름이 붙은 이유는, 진짜 이상하게 생긴 투구여서 그렇습니다. 아래 사진은 경주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이형주 유물입니다만, 이 투구는 그 유물이 지극히 희귀할 뿐만 아니라 근처 문화권의 어느 투구와도 비슷한 것이 없습니다. 기원 자체가 수수께끼인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반도 전통의 가죽 헤드기어가 진화해서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정확한 건 아직 모릅니다.

4세기의 이형주. 두건 모양이다. 경주 사라리 출토. 국립 경주 박물관 소장.

참고문헌

송계현, , 1988

신경철, , 1989

장경숙, , 2005

: 고대 한국의 갑옷에 대한 논문들.#### , 2007, 국립 대구 박물관

: 한국의 칼에 대한 도록. 제목과는 달리 고대 한국의 칼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짙다. 일치감치 절판된 책이지만 올해 초, 국립 김해 박물관에 세 권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진정한 매니아라면 이 책을 구입함으로써 스스로의 근성을 증명해 보시도록.#### , 2004, 국립 김해 박물관

: 한반도 남부의 새 숭배 신앙에 대한 특별전 유물 도록. 칼과 갑옷에 대한 유물 사진이 실려 있다. 본문에서 새를 모티브로 한 갑옷 장식에 대한 부분은 이 책에서 가져온 것이다.#### 김정완·이주헌, , 2006, 국립 중앙 박물관

조원영, , 2008, 혜안

: 국립 중앙박물관과 김해박물관을 방문해서 큐레이터에게 직접 추천받은 책. 전문가가 추천한 값을 한다. 꽤나 심도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대중적 개설서. 전자는 도록의 성격이 짙지만 후자는 일반적인 텍스트 책이다.#### , 이끌리오, 2009

: 풍부한 지도와 사진자료가 돋보이는 책. 무덤의 경우 말로만 들어서는 그 구조가 감이 잘 오지 않는데, 125쪽과 191쪽에 실린 사진 자료들이 꽤나 도움이 된다. 47쪽에는 시원하게 그려진 가야 왕국 세력도(5세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