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위 블로그에서 저작권 공개 관련 논의들이 오가서, 평소 생각하던 바를 풀어 놓으려 합니다.

아는 분은 다 아시지만, 저는 제 사진을 보관하는 데 flickr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에도 제 flickr 사진첩을 연결해 놓았지요.

제가 flickr를 애용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유료 계정에서는)업로드 용량이 무제한이기도 하고, 정리정돈이 편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Creative Commons Lisence(줄여서 CC)로 사용할 수 있는 사진들만 따로 검색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찍은 사진에 CC를 표시해서 올리면, 전 세계 사람들이 그걸 가져다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저작권 같은 거 신경 안 쓰고요.

Flickr의 이미지 검색. Creative Commons 라이센스로 공개된 이미지들만 찾을 수 있다. 작품사진 뺨치는 다양한 사진들이 널려 있고, 몽땅 공짜다 - 저작권 시비 따위에서 자유롭다!

CC? 그게 뭐지?

CC가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테니 약간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저작물은 창작자에게 그 저작권이 부여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CC는 몇 가지로 정리된 일정한 조건을 지키는 한, 해당 컨텐츠의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하는 일종의 법적 계약입니다.

이게 왜 필요하냐구요? 그냥 "퍼가도 됨" 한마디 적어 놓으면 충분하지 않느냐구요?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컨텐츠를 찾았는데,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공지사항 찾아 들어가서 사용 조건을 확인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설령 모든 조건을 확인한다 해도 컨텐츠마다 사용 조건이 제각각이라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컨텐츠의 사용 조건은 간단명료한 몇 가지로 정리되어야 하며, 그것들이 컨텐츠마다 표기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CC입니다.

뭐, "나는 귀찮게 저작권이고 뭐고 상관 않고 살겠다!" 는 분이 계시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블로그에 퍼온 사진이 알고 보니 프로 사진작가 사진이라 합의금 몇백만원 냈다... 는 꼴 한 번 당해 보시면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좀 더 풍요로운 인터넷 공간을 위해

인터넷 공간은 컨텐츠를 얻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거기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컨텐츠가 없다면, 혹은 이런 컨텐츠를 찾아주는 적당한 도구1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겠지요. 컨텐츠에 CC를 표기해서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하는 것은, 인터넷 상에 검색 가능한2 무료 컨텐츠를 올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바다에 물방울 하나에 불과할지 모르나, 이런 작은 기여들이 모여서 거대한 인터넷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큰 산은 한 줌의 흙도 버리지 않기에 큰 산이 된 법3입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은 이런 작은 호의들의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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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lickr@papalars)

최근 법정 스님이 남기신 유언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습니다. 자신의 책들을 더 이상 찍지 말라 하셨기에, 법정 스님이 쓰신 책들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덕분에 차라리 저작권을 포기하고 공개하도록 유언을 남기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들이 많았지요. 그런가 하면 '인터넷의 아버지'는 더 많은 공개 데이터가 업로드됨으로써 인터넷이 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약간씩 관점은 다릅니다만, 공개 컨텐츠가 주는 이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CC와 같은 작은 노력들이 쌓임으로써, 우리가 사는 인터넷 세계는 더 편안하고 더 풍요로운 공간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방문객 여러분께 Creative Commons를 강력히 권하는 바입니다.


  1. '필터' 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크리스 앤더슨의 제 4장 "롱테일의 3가지 동인"을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2. 실제로 CC 컨텐츠만 찾아주는 검색 엔진도 있습니다. 

  3. 태산불사토양 하해불택세류泰山不辭土壤 河海不擇細流.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버리지 않고 큰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를 가리지 않는다.". 사기열전 이사편에 나오는 말로, 원래는 "매우 도량이 크고 마음이 넓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