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석권(手不釋卷)의 비결

프로젝트 도중, 밥 먹고 잠깐. 컴퓨터공학부 전산실에서.

최근 시험과 과제 때문에 정신없이 바쁩니다. 덕분에 촌각을 쪼개서 책을 읽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제 독서법에 대해서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사실 이것도 반쯤 써놓고 미뤄놓은 거 손질해서 업데이트…

많은 분들이 제게 이렇게 물으시더군요. 도대체 어떻게 책을 그렇게 읽을 수 있느냐구요. 뭐 제가 안철수 교수님이나 박경철 박사님 같은 분처럼 엄청난 독서가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책을 사랑하는(하지만 시간은 없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짧게 짧게 읽기

저는 책을 짧게 짧게 읽습니다. 적게는 한두 쪽, 많으면 대여섯 쪽씩이지요. 이렇게 읽을 경우, 책을 읽겠다고 일부러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없습니다. 등교 시간에 잠깐, 밥 먹고 나서 잠깐 … 하는 식으로 읽으면 되거든요.

우스워 보입니다만, 일단 해보시면 “옷을 젖게 하는 가랑비의 위력” 에 놀라게 되실 겁니다. 1분에 1쪽만 읽는다고 해도 하루 자투리 시간을 총동원하면 60쪽 이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평범한 책이 350페이지 남짓하다는 걸 생각하면… 잘만 하면 5~6일에 책 한 권을 뚝딱 읽을 수 있다는 얘기죠. 물론 책의 난이도와 굵기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만, 어쨌건 이 방법이 상당히 강력한 방법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대략 내용을 아는 만화의 경우 후루룩 말아먹을 수도 있다.

물론 이 방법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항상 책을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고, 책이 심하게 상한다는 것이지요. 들고 다니는 문제의 경우 근성에 맡기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저는 그냥 들고 다닙니다. 굵은 책과 비교적 얇은 책을 나눠서 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집에서 시간을 낼 수 있을 때는 굵은 책을, 평소 들고 다니면서 읽을 때는 얇은 책을 읽는 방법이지요. 뭐, 저도 800페이지나 되는 책을 들고 다닐 배짱은 없으니까요.

책 표지가 상하는 문제는 신문지로 싸서 다니면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여기서 좀 더 나간다면, 시중에 판매하는 북커버를 사용하셔도 됩니다. 우리나라 책들은 크기 제본이 제멋대로입니다만, 이 북커버를 사용하는 데는 대체로 문제가 없더군요. 어쨌든 책을 싸는 건 굉장히 귀찮은 작업이니까요.

하이디 스튜디오에서 나온 천 북커버. 책을 일일이 쌀 필요가 없어서 대만족이다. 좀 더 작은 사이즈를 하나 더 구입할 예정.

메모해가며 읽기

두 번째 문제는 좀 더 중요한 겁니다: 워낙에 토막 토막으로 읽기 때문에 내용 흐름을 기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죠.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포스트잇. 볼펜과 포스트잇을 가지고 다니다가 중간 중간에 아래와 같이 메모를 남깁니다.

예시: 차안에서 휘갈겨 써서 필적이 안 좋다.

꼭 내용을 남길 것이 아니라, 단지 특정 부분을 표시하고 싶다… 싶을 경우엔 초미니 포스트잇을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이것도 몇 종류가 있는데, 저는 종이보다 비닐로 만들어진 제품을 추천합니다. 서너번 이상 쓸 수 있어서 좋더군요.

이런 식으로 표시한다.

이러한 방법의 강점은 내용의 흐름을 기억하는 것들 도와 준다는 점도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나중에 책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을 크게 줄여 줍니다 – 그냥 저 메모들만 정리하면 되거든요. 그러면 책 전체 내용이 전부 요약 정리됩니다.

저는 책 읽은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Evernote라는 웹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이 서비스는 iPhone 클라이언트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편리합니다. iPhone으로 메모를 정리해 두면 웹 서버에 저장된 문서들과 자동으로 동기화되고,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어디서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등교하는 버스 안에서 짧게 짧게 틈틈이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버틸 만 하군요.

다른 분들은?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만 결국 제 독서법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짧게짧게 읽으면서 메모 남기기, 읽고 나서 정리하기. 다른 분들, 특히 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책을 읽으시는지 궁금하네요. :)

15 thoughts on “수불석권(手不釋卷)의 비결

  1. 전 그냥 그때그때 편한 대로 읽습니다. 갖고 다니기도 하고, 밤낮으로 스트레이트로 읽기도 하고;;;

    • P.S. → 그게 독서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2.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지웠습니다.

    • 제 블로그는 공공사이트가 아닙니다. 엄연히 개인 공간인 만큼, 신경 거슬리는 댓글을 계속 달면 언제고 삭제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방문객들을 환영합니다만, 존재감 내보이고 싶다고 찌질거리는 걸 좌시할 만큼 마음씨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쇠뇌 때도 그렇고 월도 때도 그렇고. 앞으로 주의하시길.

    • (본의 아니게 늦게 덧글을 달게 되었습니다.)존재감 내보이고 싶은 것은 아니었습니다만…죄송합니다.

  3. “평범한 책이 250페이지 남짓하다는 걸 생각하면”
    …난 평범한 책을 거의 읽지 않는 것인가 -_-; 보통 300 page 는 기본으로 넘던데 -_-;

    • 수정했어. 아웃라이어가 330쪽이더군. 보통 베스트셀러는 그것보다 얇아서 300페이지 남짓이더라. 나도 500페이지 넘는 책을 주로 읽어서 헷갈렸어. 지적 감사. :)

  4. 전공 서적은 잘 읽는 편입니다만… 다른 책은 안본지 참 오래네요.
    너무 일상에 찌들어 사는 거 같네요.
    조그만 책이라도 좀 시작을 해봐야 할 듯…

    • 습관이 되면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건승을 빕니다! :)

  5. 최대한 한번에 몰아서 봅니다….–;;;; 짬짬이 읽으니 기억력이 나빠서 앞내용을 까먹더군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정보 습득의 즐거움도 있고 해서요…(대신에 까먹어서 문제..ㅠ.ㅠ 읽을땐 즐겁습니다만…)

    메모하는 습관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저렇게 해봐야겠어요!!!!

    • 하하, 사실 저도 몰아서 읽는 걸 즐거워합니다. 여기서 이야기한 메모 같은 장치들은 몰아서 읽기가 힘드니까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에 가깝구요.

      시험이 끝나면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하루 종일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_^)/

  6. 난 메모가 그림에 가까워 지는게 문제랄까..
    나의 꼼수는, 메모를 나누지 않는 거임.
    읽던 곳이야 책갈피로 알수있고, 내용은 한눈에 주욱 보이게
    책 가장 뒷장에 큰 종이를 꼽아놓고 메모함.
    아아,, 난 시끄러운 카페에서 하루종일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 음, 저도 카페에서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데,
      다만 시끄러운 곳은 별로… 조용한 곳이 좋아요 ^_^;
      서울 시내에 한두 곳 안전가옥(?)을 확보해 놓았는데,
      시험 끝나고 잠시 여유가 생기면 가보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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