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남북전쟁을 배운 사람들은 전쟁의 원인이 남부의 노예제라고 하지만,
공부를 좀 더 해본 사람들은 노예 해방이 아니라 산업화와 같은 다른 요인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역사를 제대로 연구해본 사람들은 남북전쟁의 원인이 노예제였다고 생각한다.

어느 미국 역사학자가 했다는 말. (출처는 결국 찾지 못했다.) 옛날 옛적에 처음 접할 때는 그냥 그런갑다 했는데, 며칠 전 진시황에 대한 글을 쓰다가 갑자기 이 내용이 생각이 났다. 저 내용이 비단 남북전쟁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교과서에서는 남북전쟁이 노예제로 인한 논쟁에서 촉발된 전쟁이라고 짤막하게 가르친다. 하지만 여기서 좀 더 공부를 해 보면, 실제로는 단순히 노예제가 좋냐 나쁘냐, 노예를 해방시켜야 하냐 말아야 하냐 논쟁을 하다가 전쟁이 터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관세 문제1나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연방과 주 사이의 권리에 대한 논쟁, 급속한 공업화로 인해 자유 노동자가 대거 필요했던 북부의 사정 같은 복합적인 배경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전쟁의 진짜 원인은 경제적인 이권이었고 노예제 같은 건 그냥 멋들어지게 치장한,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으로 보이는 게 자연스럽다.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다.

둘의 경제 구조나 문화가 많이 달랐던 것도 사실이고 수정 헌법 10조에 대한 해석이나 관세 문제 때문에 대판 붙은 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애시당초 이 문제들은 전부 다 노예제에서 파생된 문제들이다. 노예 농업에 경제적 기반을 둔 남부 주들의 행태는 미국 독립 전쟁 때부터 조롱의 대상2이었던 데다가, 미국이 처음으로 헌법을 비준할 때도 노예 인구를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가 뜨거운 감자였던 것이다. (결국 노예 1인 = 자유인 0.6인으로 계산하는 타협안이 나오고, 그 뒤에도 노예주와 자유주 수를 맞추는 식으로 어찌어찌 넘기긴 했지만 미국 독립 혁명의 명분을 뿌리째 뒤흔드는 문제인 만큼 결국 미봉책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시 인권 의식의 향상과 노예제에 대한 논쟁이 맞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진시황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중국사를 공부하다 보면 워낙 난세와 막장에도 익숙해지는 데다가(...) 진시황이 가진 장점들에도 눈이 가게 되는 만큼, 이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을 폭군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진시황에게 크게 곤욕을 치른 유학자들의 악의적인 흑색선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태권 화백이 『한나라 이야기』 1권 서두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동아시아의 전통적 가치에 반발하는 기류가 강하던 문화혁명기에 진시황이 재평가되었던 것도 우연만은 아닌 것이다. 사실이냐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이 사람, 진짜 문제가 있는 인간이 맞다. 꼼꼼히 읽어볼수록 진시황의 행적과 그 대한 평은 매우 일치한다는 것만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인정머리 같은 건 찾을 수 없고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

- 『사기 시황제본기』

아마 내 스타일로 위 내용을 다시 적어본다면, 대충 이런 내용이 되지 않을까?

학교에서 역사를 배운 사람들은 진시황이 폭군이라고 말합니다만,
공부를 좀 더 해본 사람들은 진시황이 장점도 많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본 사람들은 진시황이 끔찍한 폭군이었다고 합니다.


  1. 북부는 공업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영국 등 선진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을 막을 수 있는 높은 관세를 선호했지만 면화를 수출해서 유럽산 수입품을 사오는 일이 잦았던 남부는 낮은 관세를 선호했다. 관세를 둔 논쟁은 결국 1828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가 "연방 따위는 주 정부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 며 연방을 뛰쳐나가려고 한 연방법 무효화 사태로 번졌는데, 이 문제는 결국 관세법의 틀은 유지한 채 세율만 차차 낮춘다는 타협안이 나오면서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1857년경에는 완전히 해결됐다 - 그러니까 관세 같은 건 별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남부 주들과 북부 주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해석 정도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사태 때만 해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를 제외한 다른 남부 주들은 연방 탈퇴 운운을 하지는 않았다. 

  2. "노예를 부리는 미국인이 자유니 천부 인권이니 하면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