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6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 보스턴(Bo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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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커피. 여기서 카푸치노를 하나 사다 인터넷을 하면서 마셨다. (출처: 개인 촬영. flickr@gorekun)

미국을 여행다니면서, 스타벅스 커피를 모두 네 번인가 먹었습니다. 무선 인터넷을 공짜로만 쓰기엔 미안하기도 했1고, 피곤해서 잠을 깨야 할 때도 있었거2든요. 그런데, 먹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주마다 조금씩 다른 커피 가격

제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 것은 2월 15일 저녁, 보스턴에서였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Boston 근교 Worcester를 다녀온 상태였거든요. 거기 있는 갑옷 박물관에서 다섯 시간이나 돌아다니면서 보고 사진 찍었기 때문에, 많이 피곤했습니다. 마침 역 근처에 익숙한 스타벅스 간판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일 싼 것으로 한 잔 사서 들고 나왔습니다. 신선한 드립 커피. 2.0 달러더군요.

다음날, 저는 보스턴을 떠나 뉴욕 주 버팔로로 향했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기 위해서였지요. 디트로이트의 메트로폴리탄 국제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걷던 저는 공항 내에 입점해 있는 스타벅스 매장을 봤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려는 순간... 가격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신선한 드립 커피 1.8달러!

뭔가 느껴지는 게 있었지요. 미국은 주마다 물가가 다르다는 얘기는 이미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품목을 놓고 비교해 보지 않는 이상 저같은 여행객이 그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마당에 딱 비교가 되는 사례가 눈에 들어온 거죠.

그렇기 때문에, 물가 비싸다는 뉴욕에 오자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뉴욕 여행 둘째날 아침, 새벽에 나가면서 카페인 충전하러 민박집 근처 스타벅스 커피에 들렀습니다. 드립 커피 2.2달러!

한국과 크게 다른 커피 가격

가격을 대조해보는 김에, 카푸치노 가격을 살펴봤습니다 - 이따금 먹던 거라서요. Tall 사이즈 기준으로 3.2 달러였습니다. 세금 합치면 3.5달러 정도 됐죠. 그러니까... 4000원 정도 되는 셈이죠. 어? 이거 한국에서는 4600원 아니었나요?

물론, 미국 스타벅스는 한국하고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한국에 있는 메뉴가 없기도 하고, 한국에는 없는 메뉴가 있기3도 하지요. 게다가 스타벅스 원두는 미국에서 볶은 뒤 한국으로 운송해 온다고 하니까, 추가 비용도 어느 정도 들 수밖에는 없겠죠. 하지만 그 땅값 비싸다는 뉴욕 맨하탄의 가격이 한국보다 싸다는 것은 단순하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구매력도 훨씬 높죠.

왜 한국에서의 가격이 미국보다 더 높냐, 이거 폭리다... 이렇게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가격이라는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결정되는 법이고, 저 또한 그것을 인정하니까요. 게다가 이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두 외에도 자리값, 노동력 값 등 다양한 요소의 재화가 들어갑니다. 따라서, 양국의 가격 차이를 단순하게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죠.

하지만 이 가격 차이는 여행중이던 제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커피는 과연 음료이기만 한가? 서비스적인 가치도 있지 않을까? 문화적인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이 가치들이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차지하는 범위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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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ropolitan Museum of Art의 내부 에 있는 American Wing Cafe에서 마신 커피. 아메리카노로, 역시 세금 포함 2달러다. 카푸치노도 3.5달러. (출처: 개인 촬영. flickr@gorekun)

덧붙이자면, 뉴욕 시내에는 스타벅스가 정말 많았습니다. 덕분에 무선 인터넷을 슬쩍해서 사용하는 저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지요(...). 그리고 아침에 민박집을 나설 때마다, 근처 스타벅스에 길게 늘어서 있던 줄을 기억합니다. 월스트리트를 구경갔을 때도, 어디선가 커피 한 잔을 사서 들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마시는 원두 커피 자체가 이곳 사람들의 풍습인 것 같았습니다.

* 아래 사진은 덤. 스타벅스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뭔가 느껴지는 게 있으실 듯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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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사이렌 동상(1570~1590.).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 Court of Arms & Armor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드나들면서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다. (출처: 개인 촬영. flickr@gorekun)


  1. iPad를 들고 갔는데, 무선 인터넷을 써야 할 때면 스타벅스 매장 근처에 가서 슬쩍했음 (...) 

  2. 신기하게도 편의점에서 캔커피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3. 제일 인상깊었던 건, "스키니" 카라멜 마끼아또 라는 게 있더군요. 몇 개 있던 저칼로리 메뉴 중 하나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맛인가 해서 한 번 먹어봤는데, 맛이 없어서 잠이 확 깼습니다(...). 뭐 어쨌든 잠 깨려고 먹은 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