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만 바꾸면 되는 이야기 5 – 최적의 전략

* 이 글은 시리즈의 토막글입니다.

1.

A: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왜 보병의 기본적인 무기는 창1일까?

B: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 번째로, 창은 가장 확실한 무기 중 하나야. 사정거리가 길기 때문에 훈련을 받지 못한 농민에게 쥐어 줘도 쓸모가 있어. 전쟁이 없을 때도 사냥 등에 사용할 수도 있고. 칼 같은 경우는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이런 걸 기대할 수 없지. 이렇게 비용대비 성능비가 좋은 무기는 흔치 않지.

A: 그렇군.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B: 상대방이 창으로 무장을 하고 나올 경우, 가장 확실한 대응 전략은 우리도 창으로 맞서는 거야. 창을 상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창이거든.

2.

http://www.flickr.com/photos/rangerholton/4780823370/

A: 각국 군대는 왜 저격수를 운용할까? 인력 수급도 쉽지 않고, 훈련에도 큰 돈과 시간이 들어갈텐데?

B: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 번째로, 저격수는 가장 확실한 무기 중 하나야. 공격받는 쪽 입장에서는 어디서 공격이 들어오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지거든. 따라서 한 명만으로도 쉽게 적 보병부대의 발목을 잡고 와해시킬 수 있지. 이렇게 비용대비 성능비가 좋은 특기는 흔치 않지.

A: 그렇군.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B: 상대방이 저격수를 운용할 경우, 제일 확실한 대응 전략은 우리 쪽도 저격수로 맞서는 거야2. 저격수를 가장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것은 저격수거든. 일반 보병은 저격수가 어디에 숨고 어떻게 공격하는지를 모르지만, 저격수는 알거든. 바로 그걸 알기 때문에 저격수인 것이고.

3.

A: 각국 육군은 왜 큰 돈을 들여서라도 탱크를 보유하려고 할까? 이스라엘 같은 경우는 무기 수입이 끊어질 상황을 고려해서 억지로라도 자국 탱크를 만들었다며?

B: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 번째로, 탱크는 가장 확실한 무기 중 하나야. 어지간한 보병으로서는 상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 발도 빠르고, 화력도 막강하고. 이렇게 비용대비 성능비가 좋은 무기는 흔치 않지.

A: 그렇군.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B: 상대방이 탱크를 몰고 나올 경우, 제일 확실한 대응 전략은 우리 쪽도 탱크로 맞서는 거야. 각종 보병용 대전차 무기가 히트를 친 제 4차 중동전(1973.10.6~1973.10.26)에서도 파괴된 이스라엘군 탱크의 대부분은 이집트군 탱크에 의해 파괴된 것이거든.

4.

A: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하고 테란이 붙으면 시즈탱크 싸움이 정말 자주 벌어지는 것 같은데?

B: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 번째로, 시즈탱크는 테란의 가장 확실한 무기 중 하나야. 공격력도 강하고 사정거리도 넓거든. 이렇게 비용대비 성능비가 높은 무기는 흔치 않지.

A: 그렇군.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B: 상대방이 시즈탱크를 뽑을 경우, 가장 확실한 대응 전략은 우리 쪽도 시즈탱크를 뽑는 거야. 상대방 시즈탱크를 가장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건 우리 쪽 시즈탱크거든.3

5.

A: 온라인 서비스들은 왜 무료 서비스가 많을까? 실물 상품에는 무료가 거의 없는데.

B: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 번째로, 무료는 가장 확실한 무기 중 하나야. “아주 싼 것” 하고 “싼 것”은 차이가 별로 없지만, “아주 싼 것” 하고 “무료”는 차이가 크거든. 웹 서비스들은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한계비용이 0에 가까울 정도로 낮기 때문에 무료 사용자 수가 많다고 해서 별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일단 사용자 수가 많아지면 프리미엄 제품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 이것만큼 비용대비 성능이 좋은 전략은 흔치 않지.

A: 그렇군.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B: 상대방이 무료 전략으로 나올 경우, 가장 확실한 대응 전략은 우리 쪽도 무료 전략으로 나가는 거야. 상대방의 무료 전략을 가장 확실하게 분쇄할 수 있는 건 역시 무료 전략이거든.

6.

A: 여자들이 미용에 쏟아붇는 돈을 보면 정말 놀라워. 화장이나 성형 등이 형성한 산업이 엄청나게 크다며?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B: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 번째, 각종 심리학 실험에서 밝혀진 바 있듯이 더 강력한 외모자본을 보유하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전략이야. 거의 모든 상황에서 통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시간과 비용도 적게 들지. 당장 대학교 졸업장하고 비교해 봐. 십 년 넘는 시간과 엄청난 돈, 노력이 들어가고 언제나 통용되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외모는 그 정도의 투자를 필요로 하지 않고 비교적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이렇게 비용대비 성능이 높은 전략은 흔치 않지.

A: 그렇군.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B: 다른 여성이 화장이나 성형을 해서 외모자본을 강화할 경우, 가장 확실한 대응 전략은 나도 동일한 자본을 강화시키는 거야4. 경쟁자의 외모자본을 가장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건 외모자본이거든. 이 불황에도 압구정동 성형외과는 잘 되는 이유가 뭐겠어? 이건 ‘소비’가 아니라 ‘투자’에 가까운 거야.

7.

  • 이 사례는 여기에서 가져왔다.

A: 남녀간의 데이트 비용을 보면 좀 신기해. 대부분 남자가 더 많이 지불하고, 그 액수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5 우리 부모님 세대 때만 해도 이 정도로 들지는 않았다고 들었는데.

B: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 번째, 이건 매우 확실한 전략이야.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는 사회적 관념이 확고히 자리잡은 상황에서, 더 큰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건 상대에 대한 애정이나 자신의 재력을 단시간에 증명하는 방법이거든. 이렇게 비용대비 성능6이 높은 전략은 흔치 않지.

A: 그렇군.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B: 다른 남성이 더 큰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는 전략으로 나갈 경우, 가장 확실한 대응 전략은 나도 데이트 비용 더 들이는 거야. 동성 경쟁자의 전략을 초단기간에, 가장 확실하게 분쇄할 수 있는 전략이 바로 이것이거든. 물론, 고어핀드처럼 소개팅 자리에서도 더치페이를 요구하면 가장 확실하게 솔로부대 차기 참모총장막가는 놈 인증할 수 있지.

맨 왼쪽 캐릭터의 모델이 고어핀드라는 설(?)이 있다. (*출처: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er/19465)

8.

A: 왜들 그렇게 스펙, 스펙 그러는지 모르겠어. 90년대 초만 해도 4년제 대학 졸업하면 취업하는데 큰 문제 없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토익 점수에, 각종 공모전에, 어학 연수에… 그거 다 하고도 취업 될지 안될지 모른다며? 그런데 왜 다들 거기에 목숨을 거는 거야?

B: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째, 한국의 취업 시장에서 ‘스펙’은 가장 확실한 무기 중 하나야. 니가 인사팀이라고 생각해 봐. 빨리빨리 ‘채점’ 하고 ‘비교’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 뭐겠어? 게다가 사람 잘못 뽑으면 욕을 바가지로 먹어야 하는데, ‘정형화된 스펙’을 기준으로 뽑으면 잘못되도 어느 정도 면피를 할 수도 있어. ‘스펙이 워낙에 좋아서 저희도 그렇게 개념 없는 친구인지 몰랐어요~’ 이렇게 발뺌할 수가 있거든. 뽑는 입장에서 그러고 있는데 어느 구직자가 스펙에 목을 안 매겠어?

A: 그렇군.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B: 상대방이 해외 어학연수나 자격증 증의 스펙을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할 경우, 이걸 제일 확실하게 분쇄할 수 있는 전략은 나도 동일한 전략을 택하는 거야. 열정이나 노력 같은 걸 보임으로써 상대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어? 이건 가장 확실한 대응 전략이야.

A: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차라리 일단 스펙을 덜 따지는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고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B: 한국 노동시장에서 그건 사실상 불가능해. 실제로 그런 식으로 올라간 사람이 몇이나 되? 자기 인생을 그런 도박판에 올려놓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런 제반 환경을 도외시하고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돈 쏟아부어서 스펙 올리는 걸 비난하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야. 멍청하거나, 아니면 심보가 고약하거나.

관련 항목


  1. 현대에도 사용되는 ‘대검’의 원래 모습이 바로 창이다. 그런 점에서 창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통칭 역저격. 실제로 저격수의 사살 기록을 보면 일반 사살수와 상대방 저격수 사살수를 구분한다. 후자와 전자는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전자가 ‘사냥’이라면 후자는 ‘결투’). 실제 역저격 싸움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독소전쟁(1941~1945)의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발생한 것으로, 관련 이야기가 영화로도 나와 있다. 
  3. 공중 공격이 가능한 마린들 때문에 공중유닛을 사용한 공격은 쉽지 않다. 
  4. 얼마 전 들은 바에 의하면, 성형카페 회원들은 서로를 ‘바비’라고 부른다고… 
  5. 여기에는 실질적으로 남성의 소득이 여성보다 높다는 사실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6. 자주 간과되는 것이지만, ‘시간 소모’도 비용이다! 

3 thoughts on “명사만 바꾸면 되는 이야기 5 – 최적의 전략

  1. 그러므로 우리는 부잣집 예쁜 외동딸로 태어나야 합니다(?)

  2. 하하 재미있네요.

    무지한 제가 몇가지 사족을 살짝 붙이면, 5번에서 더 확실한 전략은 담합일수도 있지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7번.. 이건 꼭 고어핀드님이 한번 더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들은 돈이 많지만 다소 건방진 남자에게 끌린다고 하더군요. 생리학적으로도 그렇고, 제가 겪어보고 시도해본 어느정도 실증적 데이터도 있기때문에,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가끔 보면, 왜 저런 S.O.B한테 저런 아리따운애가 꼬이는걸까? 하는 커플들이 보이는데, 그건 가임기와 비가임기에 여자들이 남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달라서라고 하더라구요.

    비 가임기에는 고어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를 잘 키워줄수 있는 재력있는 남자를 본능적으로 찾게된다더군요. 하지만 가임기에는 그것과 상관없이, 외적으로 더 우월한 유전자를 찾는다더라구요. 더 좋은씨를 받아서 더 돈많은 남편밑에서 키우는게 최적전략일수 있으니까요. (저는 여성 차별론자가 아닙니다. 이곳에 오시는 여성여러분, 손에 쥐신 그 돌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그리고 그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남성은 대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자기를 졸졸쫓아다니는 옆집돌쇠보다 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 따라서 자기를 어느정도 가치없게 대할수록, 여자는 그 남자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더군요. 검색어는 “cocky and funny”입니다. 찾아보세요.

    저런 전략은 사실 제가 매우 싫어하는데, 왜냐하면 여성들에게 이런 카테고리로 분류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영화보여주는 오빠” “밥사주는오빠” “술사주는오빠” “외제차태워주는오빠”, 뭐 이런거 말이죠. 따라서 절대로 최적전략은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언리미티드빠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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