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이 왜 나쁜지 가르쳐 줄까
* 이 글은 "친일을 한 게 왜 나쁜데? 당시 한국인들은 대일본제국의 백성이었는데, 자기 나라에 충성한 것도 죄가 되는 거야?" 고 묻는 닭대가리 개새끼들을 위해 쓴 글입니다. 원, 정박아 병신도 정도가 있지.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일본 제국주의 체제를 정치학적으로 전체주의 체제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는 체제를 민주주의 체제라고 하고, 국가가 국민의 주인이 되는 것을 전체주의 체제라고 한다.
이러한 나라들은 대략 이렇게 생겨먹었다: 어떤 국가적으로 이루어야할 목표가 있고, 따라서 머리가 나쁜 대중 따위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민주주의 따위는 필요 없다. 국가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훌륭한 자질이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나머지는 그들이 하라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누가 그런 자질을 갖추고 있느냐고? 그건... 권력을 쥔 지배층 스스로가 판단한다.(-_-) 어쨌든 국민들은 그저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전체주의 체제의 문제점은 바로 국민들의 삶이 피곤해진다는 점에 있다. 지배층이 외치는 국가적 이익이라는 게 실제로는 권력을 쥔 자들의 이익이라는 건 만천하가 안다. 그런 자들이 온 나라의 권력을 다 쥐고 있으니 국민들은 뼈빠지게 그들을 위해 봉사만 한다. 불만? 그런 거 있으면 당장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거나 불순 분자 낙인찍혀서 바로 몸통에서 모가지 분리다. 인터넷에서 "난 대통령 이 새x 맘에 안들어" 라며 찌질대면서도 안 잡혀가는 세상이 좋은 세상인 거다.
이런 사회에서 사람 취급을 못 받는 건 일도 아니다. 국가적 목표(라기보다 지배 계급의 이익)를 이루기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게 당연하니 사람이 소모품 취급 당하는 건 이상하지도 않다. 실제로 태평양 전쟁의 일본군이 딱 그 모양이었다. 물자까지 부족했으니 언제고 보충할 수 있는 일본군 병사들은 총 한 자루, 말 한 마리보다 더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그 와중에 말 고분고분 잘 듣는 사람 만들어야 하니 허구헌날 패는 게 일이었다. 일본군에서 구타는 일상이었다.(맞아 죽은 병사가 심심치 않게 나왔을 정도.) 이렇게 사람 취급 못 받은 병사들은 난징에서 민간인 수십만을 학살하거나 종군위안부들을 강간하면서 울분을 풀었다. 사실 민간민을 함부로 잡아다가 위안부로 사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사람을 도구로밖에 안 보니까 가능한 일이다.
자살 공격대로 유명한 가미카제 특공대에서도 이건 예외가 아니었는데, 형식적으로 가미카제 특공대는 지원제였지만 실제로는 강제나 다름없었다. 좋은 말로 지원하랄 때 지원하지 않으면 노골적인 학대에 시달렸던 것이다. 패전 직전에는 이런 지원절차도 생략되고 전 부대원이 지원한 것으로 처리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말 그대로 인간 소모품이었다. (일본인이 이 정도로 고생을 했으니 2등 국민인 한국인이야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쯤 가면 한 마디 나올 법도 하다. "그게 뭐 어때서? 소수의 국민들이 희생해서 국가가 잘되고 다수의 국민들이 잘 된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 아닌가? 왜 삐딱하게 그런 걸 자꾸 욕하고 그래? 너 비애국자 아냐?"
역사상 전체주의 국가가 잘 된 꼴? 단 한 번도 없다. 나치 독일, 파시스트 이탈리아, 일본 전부 2차대전에서 두들겨 맞고 GG쳤다. 오히려 선진국일수록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 성숙도가 높다. 이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경제적 발전이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희생당해도 되는 소수 국민" 이 대체 누구인가? 그 누구도 자기를 희생하고 싶지는 않다. 심지어 남들에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인간들조차 그렇다.
가미카제 특공대에서도 정치가, 고위관료, 경제인 등 소위 유력한 집안의 자제는 지원하더라도 선발되는 일이 없었다. 자기 제자도 종군위안부로 내몰던 김활란 같은 인간이 자기 딸을 종군위안부로 보내던가? 절대 없다. 그렇게 자기네 백성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던 인간들은 결국 끝까지 희생하지 않고 버티다가 도쿄 전범 재판 후 교수대에 목이 대롱대롱 매달렸다. 남더러 대의를 위해 희생하라는 건 "니가 날 위해 죽어다오" 하고 똑같은 얘기다.
친일을 한 인간들이 특별히 나쁜 인간들이어서 욕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일본 편을 든 인간들을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친일을 한 인간들은 일본 제국의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일을 했으며 그 대가로 (한국인, 일본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행동이 비난받을 이유는 충분하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도조 히데키 같은 일본의 전쟁 범죄자들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사람 취급 못 받으며 살고 싶고, 원자폭탄 두 방 맞고 나라 망하는 꼴 보고 싶은 인간들은 계속 친일이 뭐가 나쁘냐고 징징대라. 다만, 남들더러 희생하라고 잔소리하지 말고 당신들이나 희생하길 바란다. 야마토정신 부활을 외치며 배를 가른 미시마 유키오처럼 해보란 말이다. 이왕 베낄 거, 확실하게 베껴라. 안 말린다.
너무너무 좋은글이네요
신채호 선생님의 조선혁명선언 만큼
시원한 글입니다.
퍼가도 될까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D
퍼가시는 건 상관이 없고, 어디로 퍼가셨는지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쥔장께선 정말 역사에 대해 상당한 시각을 가지고 계시군요. 놀랍습니다. 저도 역사에 관심이 많지만
친일과 전체주의에 대해 쓰라해도 이렇게 잘 쓰지 못할 거 같군요. 전공이 컴퓨터이신데, 평소에 역사서적을 많이 읽고 역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시는 듯… 암튼 대단!!!
하하,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전 아직 공부할 게 많은 아마추어일 뿐인걸요 ^^
다른 닭대가리 개새끼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뉴라이트” 는 확실하게 닭대가리 개새끼들이죠. 뇌를 동면상태로 전환하고 제국주의, 군국주의 망령 더러 생각을 대신하라고 하는 놈들입니다.
안 그래도 뉴라이트라는 동물에 대해서 좀 더 관찰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까볼 생각입니다.
아래 글은 진중권 씨의 뉴라이트라는 동물들에 대한 분석입니다. 일찌기 퍼 놓았는데 이미 원본은 삭제되어서 보실 수 없으실 겁니다.
http://blog.gorekun.com/27
네. 봤습니다. 보면서 느낀것이, 뉴라이트는 뇌가 동면한게 아니라 아예 진화하는 과정에서 뇌를 퇴화시켜 없에 종이더군요;;
이제서야 이 글을 읽게 됐네요. 좋은 말씀 하셨습니다.
남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북한도 전체주의라고 볼수 있겠군요.
고어핀드님의 학설에 따르면 북한도 앞으로 좋은 꼴은 못볼텐데 불쌍한 시민들에게 재화가 번지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북한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전체주의인 사회겠지요. 수십만 명이 굶어죽는 사태가 이미 일어났으니 얘네는 아예 막장 테크 탔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친일이신 분들은
일본에서 이승만정부때 돈으로 갚아서
괜찮다는 의견을 내놓더군요..
그 친구들이 보수 우익의 이름을 참칭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진중권 씨 말을 빌리자면(http://blog.gorekun.com/1260), 그 치들은 기회만 되면 다시 나라를 팔아 먹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를 겁니다.
그런데요, 이 글의 논지에 따르자면 당시 제국주의 일본은 전체주의, 반 인권국가여서 결국 친일은 나쁘다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만약 당시 일본이 민주주의였다면 예를 들어 영국이나 불란서 정도의 민주주의 국가였다면 친일도 괜찮았다는 뜻이 되는 건가요?
친일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그렇다고 봅니다. 나치 부역자들이나 주사파들이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도 동일하다고 보구요.
다만 당시의 일본 제국이 영국이나 미국 정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조선인에게 보장했을 경우, 친일이라는 말은 성립 자체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그란 사각형” 비슷한 느낌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