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이 정말 좋은 게임.

SD 건담 캡슐파이터(이하 SDGO)의 특징 혹은 장점을 딱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된다. 아무 생각없이 게임 켜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입장할 수 있다. 짧고 시원하게 한 판 즐기고 하던 일 계속하면 그만이다. 한 판이 길어봤자 5분이다.

그러다보니 잠시라도 시간이 있으면, 아무래도 손이 가게 된다. 점심 먹고 돌아와서 업무에 복귀하는 10여 분 사이 두 판이나 놀 수 있다. 이건 MMORPG 게임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장점이다.

사실 게이머들도 갈수록 이러한 게임이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이 바쁜 세상에 언제 그런 시간을 낼 수 있느냔 말이다. 최근 MMORPG 게임들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이것이 아닐까. 견딜 수 없는 시간의 압박.

인원수가 4:4까지로 제한되어 있는 것 역시 이러한 휘발성 추구의 결과물로 보인다. 멀티플레이 게임이란 한두 명이서 놀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게임을 하려고 방을 만들어놓고도 게이머들이 더 들어오는 걸 기다리는 경우가 잦다.

문제는 그러다보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방에 들어왔던 사람이 나가 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람 수를 채우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따라서 플레이 할 수 있는 인원수를 적정한 선에서 끊어 줄 필요가 있는데, 제작사 소프트맥스는 이 수치를 4:4 라고 생각한 것 같다.

게임 휘발성, 혹은 경박 단소함이란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룰과 시스템을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별반 다르지도 않은 게임들이 서로를 차별지을려고 만들어낸 이런저런 시스템들에 익숙해진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인지도 모른다. 게임은 놀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그저 놀고 싶을 뿐인데 이것저것 할 것이 많다면?

물론 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연구할 것이 많지만...

게임을 하기 위해 각종 시스템을 익히는 이상한 풍습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최소한 게임 자체가 단순했던 패미컴 시대에는 이러한 기이한 풍습이 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적어도 그 때의 게임은 게임의 룰을 복잡하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환경을 제공하는 레벨 디자인을 통해서 재미를 이끌어 내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슈퍼마리오>를 보라. 달리고, 뛰고, 불꽃 쏘고, 밟고. 끝이다. 하지만 온갖 기기묘묘한 레벨 디자인 덕에 "마리오가 플레이어를 콘트롤하는 경지" 가 가능하다. 뭐 닌텐도의 게임들은 아직도 그러한 경향을 보여 주지만.

* 개인적으로 전함들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싸우는 우주전쟁 맵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 -_-;

SDGO에서 재미있는 것 또 하나는 지형 오브젝트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fps 게임에서 맵의 지형이란 절대 바꿀 수 없는 물건인 법이다. 메모리든 계산 능력이든, 지형 오브젝트를 변화시킬 여유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SDGO는 맵도 비교적 작은 편이고 캐릭터 수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컴퓨팅 자원에 있어서 그 정도 여유는 남는 것 같다. 맵 상의 다리 등을 때려부수거나 적 저격수가 숨은 엄폐물을 파괴함으로써 게임플레이를 더 박진감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저 박살난 타일들이 보이는가!!

그러다보니 이러한 맵에 대한 선호가 갈리기도 한다. 맵들 중 "건담 필드" 는 엄폐물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자연히 장거리 기체들의 포격을 중심으로 전투가 진행되는데, 서로 포격을 해대다보면 정방형 바닥 타일이 깨지고 튀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 입장에서는 이걸 다 그려줘야 하니 사양이 좀 모자라기라도 하면 랙이 안 발생할래야 안 발생할 수가 없다. 어떤 게이머들은 이 맵을 "랙맵" 이라고 부르면서 기피하는 듯하다. (난 좋아하는데 -_-;)

또다른 맵 "스노우 필드"는 굴곡진 지형 탓에 "적진 쪽으로 가다 바로 포탄 맞는" 상황이 많다보니 근거리 유닛들의 엄폐 능력이 중요한 편이다. 그렇다고 엄폐물에서 오래 숨어 있지도 못한다. 좀 숨는다 싶으면 바로 엄폐물 부수고 포격 들어간다. 정말 스피디함이 생명인 맵이다.

SDGO는 처음엔 "지나치게 노가다성이 강하다" 는 비판이 일었지만, 4월 10일 유닛들의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크게 줄도록 업데이트되면서 다시 살아나는 추세다. 무릇 온라인 게임은 끝없이 완성되어가는 존재인 법, SDGO가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져갈지 궁금하다.

  • 그나저나 시그도 만들었으니, 이제 다음 목표는 이놈인가...

퀴즈: 고어핀드 군이 이 기체를 원하는 이유를 맞춰보세요(힌트: 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