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Pirates of the Caribbean, 2003)』의 삽입곡. 영국 해군의 추격에 쫓긴 해적 잭 스패로우가 수갑을 풀기 위해 브라운 대장간에 숨어든다. 겨우 수갑을 부수기는 했지만 대장장이의 제자, 윌 터너가 들어와 버린다. 평범한 대장장이었다면 별문제였겠지만 터너는 하루에도 세 시간씩 검술을 연습한 숙련자. 이 곡은 윌 터너가 길을 비키라는 잭 스패로우에게 칼을 뽑아드는 장면에 삽입된 곡이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든 더할 것도, 덜 것도 없는 훌륭한 씬이다. 참신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액션 신도 볼만하지만 이를 완연히 프레임에 담는 촬영 기법도 볼만하다.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게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다. 겨우 5분에 불과한 씬이지만, 저 안에는 이후의 이야기 전개를 위한 모든 캐릭터 소개가 전부 들어가 있다.

  • 우직한 성격의 윌과 약싹빠르고 임기응변에 강한 잭
  • 매일 세 시간씩 검술 연습을 해서 잭에 전혀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유한 윌
  • 윌은 엘리자베스를 마음에 두고 있지만, 신분의 차이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 내놓을 수 없음
  • ... 그리고 그걸 한 눈에 간파하는 잭 스패로우의 예리한 촉
  • 영화의 결말을 위한 복선 + 개그씬으로 마무리

개인적으로 『캐리비안의 해적』은 어느 측면 하나 모자라는 점이 없는 상업영화의 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후속편들은 어째 한결같이 여기에 못 미치는지 모르겠다 - 2편은 재미있기는 했는데 마지막에 김이 새버렸고, 3편의 경우 중간에서 던져버렸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영화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OST 역시 발군인데, 영화가 히트하면서 꽤나 유명한 스코어가 된 메인 테마 "He's Pirate" 말고도 좋은 곡들이 많다. 들어보기를 추천. 작곡가인 Klaus Badelt는 Hans Zimmer와 마찬가지로 독일 출신 뮤지션인데, 영화 음악을 듣다보면 어찌된 게 독일 출신들은 한결같이 웅장한 스코어를 잘 뽑아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 오선도 그릴 줄 모르는 내 귀에도 존 윌리엄스 같은 정통 미국 출신 작곡가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참고로 이 음반은 Klaus Badelt가 작곡한 것을 Hans Zimmer가 Over-producing한 것이다. 2, 3편에서는 Hans Zimmer가 아예 직접 음악을 맡았기에 세 편은 음악도 비슷해야 할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후속편의 음악보다 1편의 음악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