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월수는 그리 비중이 높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됩니다만, 상당히 특이한 점이 있기 때문에 따로 포스트 하나를 할애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쟁터에서의 도끼의 사용

기본적으로 도끼(斧부)는 오래 전부터 사용된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에 군대에서도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숙영지나 참호 구축 등에 사용할 수 있을 뿐더러 성을 쌓을 때도 사용됩니다. 하다 못해 나무를 베어내어 도로를 만든다던가,장작을 패는 데도 필요합니다.

반면 지나치게 무겁기 때문에 무기로서는 그리 좋은 것이 아닙니다. 동양에서 도끼를 무기로 사용한 최초의 예는 고대 중국인데, 실전용 무기가 아닌 왕의 권한을 상징하는 의기였습니다. 고대 중국의 왕들은 출정하는 장군에게 도끼를 하사함으로써 군권을 위임했습니다.

  • 이렇게 도끼를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일반적인 것입니다. 고대 로마의 집정관 호위병들은 나무 막대기를 묶어 만든 빠스께스Fasces라는 권표를 들고 다녔는데, 전시에는 도끼도 함께 묶었습니다. 파시즘(Fascism)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한 것입니다.

하지만 도끼가 실전적인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도끼가 무기로서 최고의 효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단 하나 있는데, 바로 중장갑을 걸친 적을 상대할 때입니다. 원심력이 더해진 묵직한 도끼는 적의 두꺼운 갑옷을 박살내는 파괴력을 낼 수 있습니다. 경장갑을 걸친 적이라면 피하기라도 하겠지만 중장갑을 했을 경우라면 그것도 안 되겠죠.

고구려의 부월수

이렇게 도끼는 권위의 상징뿐만 아니라 전투용 무기로도 사용되는데, 이것은 삼국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앞서 자주 인용한 황해도 안악 3호분 벽화에는 멋들어진 관모와 검은 군복을 걸친 부월수들이 행렬을 호위하며 가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도끼가 전투에 사용되었음을 전하는 기록은 눌최전인데, 백제군과 싸울 때 병사 뒤로 가서 도끼로 때려죽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장창병이 끌어내린 중장기병을 도끼로 때려죽였거나 갑옷을 걸친 보병을 공격하는 등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째 검은색 군복으로 복장을 통일한 부월수들이 "지크 하일!" 을 외치는 장면이 상상되는 -_-;

투구 및 방어구

의장병의 경우를 제외하면 부월수의 투구 및 방어구는 장창병과 대동소이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무기 - 도끼

부월수인 만큼 당연히 도끼를 주 무장으로 사용합니다. 아래는 아차산에서 발굴된 고구려군 보루에서 나온 도끼와 그 복원도입니다. 같은 시기의 농기구용 도끼와는 달리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부월수들이 소지한 도끼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즉, 이 도끼는 연장이라기보다 전투용 무기였다고 할 수 있으며, 전방에 도끼 부대가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디아블로2의 도끼 바바리안을 생각하지 말지어다 -_-;

재미있는 것은 맨 아래 있는 도끼입니다. 이 특이한 모양의 도끼는 월형부라고 하는데, 날이 도끼자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위치합니다. 서유기의 사오정이 들고다닌 무기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요 중국에서도 실물이 발견된 예가 없었습니다 - 그러니까 저 월형부는 유일한 유물입니다.

월형부는 순전히 살상을 위한 무기일 뿐, 작업용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마도 부사관 이상의 계급에서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였거나 의장병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최전방인 아차산에 의장병이 있을 이유는 없으니, 저 무기는 아마도 부월수 부대의 부사관이나 장교가 소지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보조 무기 - 도(刀)

이 부분은 장창병과 동일합니다.

+1: 검병

안악 3호분 행렬도에서 부월수들의 앞에는 직도를 든 검병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고구려군에서 이미 도(刀)는 보조무기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이들 또한 의장병으로 보입니다.(실제로 이러한 검병의 활용 예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