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2 세이브 시스템 관련 잡설
색감 논란이 나온 김에 생각나는 바가 있어 포스트.
한때 '폐인의 길' 이라 불리며1 수많은 pc방 폐인들을 양산한 디아블로 2지만, 옥에도 티가 있듯 단점이나 잘못된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자잘한 문제점들이 많았죠.
하지만 발매 초기 유저들이 가장 많이 불만을 표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세이브 시스템이었습니다. 게임을 해보신 분은 기억하시겠지만, 어디서나 저장을 할 수 있었던 전작과는 달리 는 거의 오토 세이브 시스템이었으니까요. 심지어 어떤 게임잡지 리뷰에는 아예 대놓고 "디아블로2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시스템" 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게임 관련 게시판에서도 "전작의 세이브 시스템이 훨씬 나았다!!" 는 글이 올라와서 종종 갑론을박이 벌어지곤 했었었죠.
그럼 그게 정말 옥의 티였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다 그렇게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어졌다." 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디아블로 2의 컨셉이 갖는 문제점
디아블로 2가 발매되기 전의 게임 잡지 기사들을 종합해 보면, 게임이 기본적으로 아래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서 제작되었다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 캐릭터 간에 개성있는 게임플레이를 창조한다.2
- 단순한 던전 탐험에서 벗어나 다양한 플레이 배경을 창조한다.
1번은, 잘 알려진 대로 캐릭터별로 서로 다른 스킬 트리 시스템을 지원하면 됩니다. 실제로 게임이 만들어져 나온 결과물은 그러했지요. PvP(속칭 "듀얼")에 있어서 밸런스가 잘 안맞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렇게 함으로써 서로 다른 플레이 방식을 만들어 낼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면 2번은 어떻게 될까요?
언뜻 생각하면 "그냥 그래픽 아티스트들 동원해서 다양한 던전을 만들어내면 될 것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이 경우가 더 어렵습니다. 디아블로 2는 전작인 디아블로보다 훨씬 넓어진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걸어다니기만 가능했던 전작과는 달리 뛰어다니는 액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뛰어다니는 액션을 지원하는 순간, 게임의 긴장감이 확 풀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전작의 경우 걸어다니기만 가능했기 때문에, 몬스터한테 맞아 죽을 것 같아도 도망가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에는 힐링 포션을 먹자마자 체력이 완전히 채워진다던가 어디서나 게임을 세이브할 수 있어도 크게 문제가 안됩니다. 게임플레이가 충분히 긴장감이 있고 - 좀 다르게 이야기하면, 재미가 있거든요.
하지만 뛰어다니기가 가능한 경우, 게임이 너무 쉬워집니다. 죽을 일이 그냥 도망가 버리면 되니까 죽을 일이 없고, 만의 하나 죽더라도 세이브 좀 자주 하면 게이머 입장에서는 어려울 일이 없습니다.(로드해서 아까 하던 자리부터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래 가지고서는 게임에 긴장감이 살지 않습니다. 저번 포스트에서 이야기한 대로, hack-n-slash 게임은 배우기 쉬운 만큼 긴장감이 풀리는 것도 한순간이거든요.
이렇게 되면 요구 조건은 상당히 명확해집니다. 우선 힐링 포션이 게임 플레이를 쉽게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하고, 플레이어가 함부로 세이브-로드 연타를 할 수 없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게임을 하다 부담없이 도중에 접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되는 거죠.
- 힐링 포션을 섭취해도 서서히 체력이 채워지도록 한다.
- 게임을 저장함과 동시에 게임을 나가도록 강제함으로써 세이브-로드 연타를 할 수 없게 한다. 로드를 하더라도 저장한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Act의 마을에서 다시 시작하게 한다.
- 2에서 일어날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종의 오토 세이브 시스템(=웨이포인트)을 지원한다.
그러니까 디아블로 2의 웨이포인트 시스템이나 세이브 시스템 같은 건 블리자드가 심심해서 그렇게 넣었다거나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보기 힘듭니다.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오히려 게임 컨셉을 만족시키기 위한 정밀한 연구 끝에 고안된 시스템이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겁니다.
물론 제가 디아블로 2 제작팀에 있었던 것도 아니니 확언은 못합니다만, 위 요소 중 하나라도 빠졌으면 어땠을까요? 디아블로 2는 지금처럼 성공한 게임으로 기억되기 힘들었을 겁니다.
결론:
- 블리자드가 어련히 알아서 잘 만들어줄 테니, 그냥 기다리는 게 제일 나을 듯.
블리자드 이 인간들은 괴물이냐
요즘 다시 신나게 플레이하는 중입니다. ^^; 한 달 쯤 전에 갑자기 훨윈드를 돌리고 싶어서 바바캐릭 만들어 전 퀘스트 – 전 맵 밝히기 플레이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3가 발표되더군요.
몇 년만에 다시 잡아봐도 역시 잘 만든 게임이더군요.
세계 최고는 확실히 공짜로 되는게 아닌것 같아요. 저는 그 완성도가 검증된 게임 여러 가지를 놓고 이리저리 해 보는 경우가 있는데, 디아블로2는 그 중에서도 흠 잡을 데가 없어 보입니다. 뭐 블리자드의 게임들이 다 그렇지만요.
블리자드는 그놈의 연기만 안하면 참 좋을텐데.
블리자드는 연기 하더라도 ‘좋은거 내놓으려고 하는구나…’ 라는 설득이 가능한 얼마 안되는 회사랄까.
블리자드3 출시 카운트가 있긴한데
그걸로는 500일이더군요.
근대 현실은 발매연기일수도.
전 발매연기 확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 한두 번 연기를 해야 말이죠 ㄲㄲㄲ
그냥 다 완성되고 발매 한 2주전에 인터넷에 기사 띄우고
게임잡지에 기사 좀 보내주고 해도 잘 팔릴텐데
기다리는 사람 너무 고통스럽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회사죠.
변태들인가 진짜 ㄱ-…
제가 보기엔 일종의 홍보 전략 같습니다. 궁금증을 마구 유발시켜 발매되었을 때 안 살 수가 없게 만드는…
디아블로 안해봤다능! 에헤~ 에헤~ 에헤~! 디아블로 3 출시되면 한번 사볼까냥~
아니 그 나이때까지 디아블로를 안해보다니… 인생 헛 사신 거라능! 돌아버리겠다능!
확실히 잘만든 시스템이기는 하나, 디아블로2의 세이브 시스템이라 하면 언제나 보스급 몹 앞에서 죽어버린 시체 주으려고 미친 듯이 쇼를 했던 지난날의 악몽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ㅠㅠ
그래도 그런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게임이 재미있었다고 할 수 있는 거겠죠. 한 때 우스갯소리로 “시체 찾을 때까지만 대장장이 아저씨한테 무기하고 갑옷 좀 빌릴 수 없을까요?” 라고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
명확한 분석인 것 같습니다. 배틀넷 시스템 디아1도 되긴하지만, 실제로 캐릭터 데이터가 서버에 있는 것과 클라이언트에 있는 것은 천지 차이죠. (디아1 뱃넷의 경우.. 핵을 이용한 캐릭터 조작..ㄷㄷ) 2의 시스템은 정말 최곱니다. 달리기가 있어서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변수가 더 많아진게 Aura개념이죠. 방어가 아무리 쎄도 아이언메이든 걸리면 즉사. 공포의 기가라이트닝…등;
게임 서버의 존재가 가져오는 게임 플레이의 변화에 대해서는 이전에 다음과 같이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http://blog.gorekun.com/940
그리고 디아블로2의 Aura 개념을 말씀하셨는데, 전 이 개념에는 본문에서 이야기한 1. 캐릭터간의 개성있는 게임플레이 창조와 2. 달리기 시스템으로 인해 낮아진 난이도를 상향 조정하는 두 가지 의도가 함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에서 다시 시작해야하긴 하지만 그래도 위험하다 싶으면 esc 누르고 나가버렸고
(레벨이 90을 넘어가면서부터 경험치 깎이는건 피눈물 났습니다[…])
약간의 여유라도 있으면 포탈을 타면 그만이긴 했지요
그래서인지 캐릭터가 적당히 자리가 잡히기 시작한 후엔 그닥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맘에 안들다…라기보다 까다로웠던게 크래프트 아이템이었네요.
쓸만한 건 레벨 제한이 높고, 만들어도 옵션이 잘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니…
1. 저도 그 esc 신공 정말 많이 써먹었습니다. 디아블로2에서 가장 중요한 스킬은 esc 신공이요, 가장 무서운 몬스터는 랙이라는 말도 있었죠(…)
2. 아, 그러고 보니 죽었을 때 경험치를 왕창 깎는 것도 난이도를 올리기 위한 시스템으로 볼 수 있겠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3. 확장팩에서 추가된 크래프트 아이템 등의 시스템은 블리자드에서 레벨 올리기 이외의 잔재미를 주기 위해서 제작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바알을 학살하면서 탈라샤 풀셋같은 지존급 아이템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치고 다니는 플레이어들이 많아지면서 빛이 바랬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