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루함과의 싸움. 솔직히 말해서, 딱 이 생각밖에 안 들었다.

2.

가 개척한 액션 RPG라는 장르는 틀림없이 간편한 플레이1만으로 누구나 손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꾸로 이야기하면 게임을 쉽게 마스터해버린 게이머가 금방 싫증을 낼 가능성도 내포한다. 당연히 게임 만드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 이렇게 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디아블로3도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디아블로 이후 hack-n-slash 류의 게임들(mmorpg를 포함해서)이 워낙에 많이 쏟아져나온 탓에 디아블로3가 지는 부담은 훨씬 큰 게 사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 라는 점이다. 게이머의 지루함을 억누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잘 쓰이는 것 두 가지가 단순한 반복 작업을 없앰으로써 난이도를 상향 조정하는 것과 무작위성을 강화함으로써 게이머에게 흥미를 주는 것, 이 두 가지다. wow에서 함부로 몬스터를 때렸다간 옆에 있는 몬스터들이 다 달려와서 몰매를 때리도록 레벨 디자인을 한 것이 전자의 예라면 무작위로 변하는 날씨에 따라 시전 가능한 책략이 변화하는 영걸전의 게임 시스템이 후자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발표 자료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두 가지가 바로 "힐링 포션이 없어진다." 와 "랜덤 던전/어드벤처 시스템으로 무작위성을 강화했다." 는 점2이다. 딱 앞의 두 가지 방법이다. 힐링 포션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수석 디자이너 제이 윌슨은 "게임플레이가 멈추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라는 핑계를 댔지만 실제로는 "힐링 포션이 있으면 게임이 너무 쉽고 재미없어진다." 는 게 본심이었을 것 같다. 솔직히 디아블로 잡을 때 커다란 보라색 포션 열 여섯 개 들고 뛰어다니지 않았는가? 후자도 마찬가지다. 전작 에서 맵은 랜덤이었지만, 게임상의 주요한 이벤트가 일어나는 지점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이 부분까지 무작위성의 영역으로 끌어 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3.

2009년 이후에는 나올 것 같다고 하는데, 블리자드 하던 모양새로 보아 2010년에 나오는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도끼 들고 밤새 디아블로 잡으러 돌아다니기 전까지는 블리자드가 지루함을 사냥하러 돌아다니는 모습이나 구경해야겠다. 게임이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니 뭘 어쩌겠는가. 게다가 이제는 이게 내 직업이다.


  1. hack-n-slash, 말 그대로 마우스 하나 들고 몬스터를 때리기만 하면 일단은 된다는 점에서 최소한 이런저런 룰을 알아야 하는 정통 rpg 게임에 비해서 확실히 쉽다. 물론, 이러한 게임성을 못마땅해하며 "디아블로 따위가 어떻게 rpg란 말이냐?" 라고 반발하는 정통 rpg 매니아들도 꽤 많이 존재한다. 

  2. 그 외에는 바바리안과 네크로맨서를 포함한 종전의 직업들에 변화가 생길 거라는 것, 하복 엔진을 포함한 새로운 그래픽 엔진을 사용한다는 것 정도인데, 이것은 그리 놀라울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