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3
한마디 – 양산형의 비애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했어요.
- 수능 전국 수석의 상투적인 발언
자주 조롱당하는 발언이지만, 저 말 속에는 뼈가 있다. 어쨌든 교과서란 그 나라의 최고 학자들이 학문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엄선한 책이다. 다만 양산형이기 때문에, 모두가 알아들을 만큼 충분한 설명이 붙어 있지 않을 뿐이다. 교과서란 언뜻 보면 시시껄렁해 보이지만, 의외로 마스터하기는 쉽지 않다.
비슷한 예로, 유교의 경전인 『논어』는 소설책 한 권 분량도 안 되지만- 평생을 공부해도 그 뜻을 다 알기 어렵다. 진짜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전국 수석을 하려면 교과서만 봐도 내용을 거의 마스터할 정도의 실력이 있는 건 틀림없는 것 같다. 다만, 아래처럼 말해 준다면 좀 더 알아듣기 쉽지 않을까?
자쿠2만 가지고 싸웠어요. 하지만 연방의 하얀 악마 따위는 두렵지 않아요 ^.^
세 배 빠른 빨간 거? 그게 뭔가요 우적우적
교과서’만’ 봤다는 말이 관용구라고 보기는 하지만, 가끔은 저게 문자 그대로 사실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학교 수업이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문제집’이 없기 때문이잖아요. :)
그렇죠. 미적분학 문제풀이집 정도만 해도 대단하죠 =)
최근들어… 교과서의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땅을 치고 후회하죠. 사실은 교과서나 참고서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과 진짜로 교과서만 봐도 충분 하다는 것과 말씀처럼 교과서만 보기 위해서는 정말 수업을 정밀하게(?)들었어야 한다는 것. 그런거 말입니다.
교과서의 내용이라도 완전하게 익혀서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어디 가서 하수 소리는 안 듣기 때문에, 교과서의 위력을 실감하고 계시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만 교사라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교과서의 내용을 완전히 꿰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업을 정밀하게 들어도 한계는 있을 겁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환독에 물든 역사교사라던가(…)
비슷한 예로, 연방의 GM이 있다죠. 이건 완벽하게, 양산형 건담이죠.
저도 사실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합니다. 수업 잘듣고 교과서만 열심히 파도 시험에선 별 문제 없는 것 같습니다. 따로 시험공부도 안해요.
P.S. 그래도 성적은 양호한 편입니다.
양호한 편이면 됏죠 뭐 :)
근데 뭐 교과서 열심히 보면 — 독서 같은건 당연한 기반이라 치고 — *어느 정도*로 저런 결과를 뽑아낼 수 있어야하겠지. (누구나 그렇다기보단 그럴 가능성을 못 만들어내면 교육기관의 문제라능)
아무래도 이상적인 목표는 대략 그렇겠죠. 하지만 독서는 물론이고 기초적인 기반도 안된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서 큰일이라능…
갑자기 ‘공부에는 왕도가 없습니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사실 공부에는 교과서만으로 충분하지만(그래도 수학은 가끔가다가 정석을 봐줘야 합니다;), 요즘은 너무 문제집 위주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과외를 몇번 해본 경험에 따르면 학생들은 기본 개념을 배우기 보다는, 문제 풀기를 더 좋아하더군요;;
제 기억에 그 말은 수학자 유클리드의 말이었을 겁니다. 프톨레마이오스 국왕이 “기하학 좀 빨리 공부할 수 없냐?” 고 물었더니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나이다.” 라고 대답했다는 게 원전이었죠.
기본적으로 교과서만으로 충분한 건 사실입니다만, 좀 이상적인 이야기고… 실제로 그 교과서를 제대로 이해하는 건 꽤 힘든 일이죠. 문제집이라는 게 약간 퀴즈같은 기분도 들고 잘 맞추면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효과도 있는 건 사실이니 상당하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교과서의 중요성을 망각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교과서는 “출제 경향에 따라 만든 책” 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수학의 정석에 대해 말하자면, 제가 본 책 중 가장 괜찮은 것 중 하나입니다. 전 이과 출신인데, 실력정석만 봤어요. 그리고 수학 만점 나왔죠 :)
입시 대비의 획일화 된 교육은 이제 좀..
뭔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필요한 때인데 말이죠.
지나치게 획일화된 것도 문제지만 대량양산을 위해 획일화된 것조차 제대로 가동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 더 개탄스럽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