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고스피어의 제갈공명으로 불리는 inuit 님이 시작하신 독서 바톤이 결국 제게도 넘어왔군요. inuit님이나 처음 바톤 릴레이를 받으신 분들이나 제 블로그 지인 분들이셔서 금방 제게 넘어올 줄 알았습니다만, 야무진 착각이었습니다. 마감 전날인 오늘에야 바톤을 받게 되네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릴레이 규칙

  1. 독서란 [ ]다. 의 네모를 채우고 간단한 의견을 써주세요.
  2. 앞선 릴레이 주자를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릴레이는 6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이 릴레이는

Inuit님이 시작하셔서

buckshot님 (http://read-lead.com/blog)

고무풍선기린님 (http://withthink.textcube.com/)과

류한석님 (http://www.peopleware.kr)

mahabaya님 (http://mahabanya.com/)

어찌할가님 (http://eozzi.textcube.com/)에서

byori님 (http://byori.textcube.com)에게 전달 된 후

모노피스 (http://photoeff.com)까지 전달되었고,

FROSTEYe (http://www.frosteye.net)에게 전달되어

nnow님 (http://nnow.textcube.com)에서

banho (http://musicalife.textcube.com)를 거쳐

addict.(http://yooaddict.egloos.com) 님이

shadow-dancer (http://antilove.eglooos.com )님께 드렸고,

다시 제게로 왔습니다.

고어핀드 군에게 독서란...

독서란 [모델링의 과정] 이다.

저는 독서란 일종의 약도 그리기라고 생각합니다.우리는 살아가면서 셀 수 없이 많은 현상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지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일종의 추상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미지 - 혹은 '모델' - 는 결코 현실과 동일하지 않습니다만, 필요 없는 정보를 걷어내고 중요한 핵심만을 남긴다는 점에서 충분히 유용합니다.

지하철 노선도는 실제 노선과 연결 상태만 동일한 모델일 뿐이지만, 충분히 유용하다.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해석할 때 우리는 이것을 "일정한 잣대" 로서 들이대고, 거기에 따라서 정보를 해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행동합니다. 이 모델을 가리키는 말은 제각각입니다. 프로그래머가 가진 모델이라면 프로그래밍 방법론일 것이고, 경영자가 가진 것이라면 경영 철학일 겁니다. 역사가가 가진 사관(史觀), 정치가가 가진 이념(理念), 검객이 생각하는 검리(劍理), 예술가가 가진 미학(美學) 등등. 제목은 다르지만 이러한 모델들은 불확실한 세계를 해석하고 이에 적절한 행동을 찾아내는 잣대로서 기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책이란 대개 다른 사람들이 이뤄낸 모델링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모델들은 충분히 유용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이뤄 낸 모델을 참고함으로써 내가 가진 모델을 발전시키고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어차피 세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공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비록 불확실할지라도)이 있기에 조금이라도 더 목적지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든, 제 스스로가 제가 하는 일에서 하나의 모델을 정립하고, 그 모델을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문제의 해답을 찾아나갈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는 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굼까지 저는 그저 읽고 약간의 메모를 남기는 정도의 독서만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sonnet 본좌님의 예를 본받아 나름대로의 정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는데, 이 시스템 또한 나름대로의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소망의 결과물입니다.

앞선 릴레이 주자

게임계의 소식통, antilove님. 절 지나치게 큰 존재로 봐주시는 것만 같아 항상 송구스럽습니다. 서울 올라오시면 언제 한 번 함께 초밥이라도 먹으러 가고 싶습니다. 전에 책 선물해 드린 거 기억하시죠? :)

제 릴레이를 받을 분

유통기한이 6월 20일 내일까지이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을 것 같군요. 하지만 평소 독서에 대한 지론을 듣고 싶은 분들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바톤을 받지 않으신 분들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차 세계대전사의 본좌, periskop 님.

  • 저와는 약간 다른 분야를 공부하시는 분이지만, 그 분야에 대한 높은 성취와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은 언제나 존경해 오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서 언급한 모델에 대한 내용 또한 periskop님의 포스트 "모든 모델은 틀렸다. 그러나..." 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비록 릴레이의 유통 기한이 다 지나가긴 했습니만, 다른 형식으로라도 periskop 님의 독서론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D

반도체 만드는 후배, 미리내 군.

  • 저와 함께 2005년 유럽 배낭여행을 함께 갔던 친구입니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반도체 만드는 공부를 하고 있지요. 앞서 언급한 제 도서 정리 시스템을 보여 준 두 명 중 한명입니다. 둘 다 오덕일 뿐만 아니라 취향도 좀 비슷한 면이 있어서(...?) 만나면 책 얘기는 꼭 한번씩 합니다. 언젠가 이 친구의 독서론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후배야 후배야, 독서론을 내놓아라. 아니 내놓으면, 구워서 먹으리.

ps) 다 쓰고 생각해 보니, 독서론 또한 모델링의 결과물 중 하나로군요. 역시 인간사에서 모델의 영향이 미치지 아니하는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