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간편한 독서광 판별법.

언젠가부터 나한테는 독서광을 판별하는 나름의 방법이 생겼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개다.

첫 번째 방법부터 설명하자. 적어도 내 경험에, 아래와 같은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은 독서광일 가능성이 높다: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책 살 돈이 없어."

"집안에 책 놓을 곳이 없어."

첫 번째야 그렇다 치고 두 번째, 세 번째는 약간 의아할 것이다. 책 살 돈이나 책 놓을 자리가 없다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럴 수가 없다. 독서광이란 책을 조금이라도 더 읽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다. 이 친구들이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책들이란 결국 마음 같아서는 다 읽고 싶은 책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것들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빌려서 보고 치울 책은 처음부터 이 친구들의 독서 목록에 있을 수가 없다. 사실 이 친구들은 틈만 나면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달려가 읽을 만한 책을 탐색하는 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빌려 읽으라는 얘기 같은 건 하나마나한 소리인 거다. 이미 볼 만큼 보고 있거든.

정리하자면, 이 사람들이 책 살 돈이 없다거나 책 놓을 자리가 없다거나 하는 소리를 한다는 건 대략 이런 의미다: "내가 꼭 사서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책이 이렇게나 많은데, 책 살 돈도 책 놓을 자리도 없어." 위에 적어 놓은 건 그저 장황한 표현을 피하다 보니 나오는 소리일 뿐이란 얘기다.

독서광의 딜레마

저녁 시간에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찰칵. (출처: 개인 촬영. flickr@gorekun)

그럼 두 번째 방법은? 간단하다 - 지인의 입에서 위와 같은 불평이 튀어나왔을 때,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이 독서광이다. 자기도 독서광이니까 저런 전후 맥락을 알고 이해도 하는 것이다. 사실 이 방법이 첫 번째 방법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독서광이라고 해서 모두 저런 불만을 매일같이 입에 달고 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독서광인데도 굳이 불만을 털어놓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독서광이 아닌지 단기간에 확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을 마주쳤을 때 "빌려서 읽으면 되잖아"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 역시 독서광일 거라고 확신해도 딱히 무리가 없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살펴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고들 한다. 동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어떤 말들은 상황에 따라 화자의 특징을 더 많이 반영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독서광의 불만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