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의 시대착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됐습니다.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태도가 지적되었습니다.

진교수가 강연 후 남긴 싸인. http://www.flickr.com/photos/gorekun/4011375327/

거꾸로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예를 하나 더 들께요. 지난 여름 촛불집회 기억나시죠?

촛불집회라는 것은 여러 모로 새로운 현상, 상징적인 사건이에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넘어가도록2 하죠.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시위는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에서 기존의 시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거에요.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 우리나라의 시위는, Top-down 방식이었어요. 시위가 있다 치면, 몇몇 단체들이 미리 기획을 해요3. 어디서 언제 할 거고, 연사는 누구가 나와서 어떤 연설을 할 거고, 공연은 어디서 어떤 패가 나와서 하고... 심지어 피켓은 이러저러한 것을 준비하라는 식으로, 위에서 기획이 내려오면 참여자들은 거기에 따르는 방식이었어요.

하지만 촛불시위는 이런 "명령자" 가 없어요. 사람들은 스스로 모였어요. 경찰이 온갖 방법으로 시위를 진압하자, 역시 창의적인 방식으로 맞대응했죠. 도로를 점거하지 말라고 하니까 건널목을 건너면서 시위하던 거 기억하시죠? 피켓들도 얼마나 재미있었어요? 이런 것도 있었어요. "2MB 점지한 삼신할매 각성하라!" (좌중 웃음)

이건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가 바뀌었다는 의미에요. 이전의 상명하복식 명령체계는 가고, 수평식 커뮤니케이션의 시대가 온 거죠. 하지만 이 정권이 그걸 알고나 있나요? 전혀 모르죠. 그러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촛불시위의 배후가 누구냐. 잡아들여라" 이 정도인 거에요. 현실에 대한 이해가 이래 가지고서 국민들을 설득하기는커녕, 국민들의 말을 알아듣기나 하겠어요? 라디오에 나와서 20분인가 혼자 신나게 떠들어 놓고 그걸 가지고 국민과의 대화래.

http://jayoo.org/1542

익명성에 대한 태도도 그래요. 인터넷은 익명의 공간이지만, 이 익명성은 나름의 역할을 가지고 있고 또 인터넷의 장점이 되기도 해요. 미네르바 보세요. 미네르바가 실명 까 놓고, 전문대학 중퇴했다고 경력 걸어 놓고4 글을 썼다고 해 보세요. "이거 웬 듣보잡이야." 이랬을 걸요? 하지만 익명이었기 때문에, 이를테면 시험지의 이름을 가려 놓고 채점하는 것하고 비슷한 효과가 났어요. 교수라는 사람들 중에서 얼마나 무식한 사람 많은지 알죠?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 등에 현혹되지 않고 컨텐츠 자체에만 집중할 수가 있어요. 이것이 익명성이 가진 장점이에요.

2009년 1월 14일 만평.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artid=200901132039252

그런데 보세요. 이명박 정권 사람들이 뭐라고 그래요? 악플을 막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죠? 이건 익명성의 가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거에요.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본질 자체를 이해 못하고 있는 거죠.

Return of 국풍 '811

촛불집회가 가진 또다른 측면 하나는, 문화의 측면이에요. 촛불시위는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모였어요. 왜 그랬을까요? 그건 재미있었기 때문이에요. 날마다 알아서 새롭고 창의적인 공연이 펼쳐졌잖아요? 정치적 의견의 표출이기도 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21세기는 문화 산업의 시대라고 합니다만, 문화는 자발성의 산물이에요. 홍대 앞 클럽 가보세요. 이게 진짜 문화에요. 그런데 이명박 하는 거 보세요. 서울 시장할 때 카우치라는 인디밴드가 방송에서 사고를 치니까 이게 다 홍대 클럽 탓이라며 단속하겠대. 하이서울 페스티벌인가 하는 촌스러운 행사나 하면서 그게 문화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이건 문화가 뭔지도 모르는 겁니다.

그뿐입니까? 양촌리 김회장댁 아드님(좌중 웃음) 하는 거 보세요. 한예종에서 입맛 안 맞는 교수들 쫓아내느라 혈안이 됐죠? 좌파를 적출하겠다는데, 문화예술인 중에 소위 빨갱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요? 피카소는 스페인 공산당 당원, 헬렌 켈러는 사회주의자, 극작가 브레히트도 시뻘건 사람이고... 좌파들이 예술하는 게 싫으면 우익에서 문화 창달하면 되잖습니까. 모르면 우리가 가르쳐 준다고 하지 않아요? (대폭소) 그런데 그건 안 하고 정치 성향 안 맞으니까 쫓아내겠대. 보니까 뉴라이트 문화인 중에 브레히트 연극 연출한 사람도 있데? 자기네들은 왜 그거 하는지 모르겠어요. 돌아가는 꼴을 보면, 이건 문화가 문화 그 자체가 아니라 정권 홍보 기능에 부록으로 갖다 붙은 거에요. 3공 때 문공부가 그대로 부활한 거죠.

전체적으로 보면 이명박 정권은 산업의 흐름이든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든 문화의 본질이든, 시대 착오 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어요. 요즘 잃어버린 10년 이야기가 안 나오는데, 지금 보면 진짜 잃어버린 10년이에요. 1년 반만에 우린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모두 잃어버렸어요. 이거 진짜 속도전입니다. (좌중 폭소) 사회 지도층이라는 애들이 미래는커녕 현재도 못 보고 있으니, 이래 가지고서 뭐가 되겠습니까? 그 주제에 국민들을 훈계하고 가르치려고 해요. 좀 앞선 애들이 그러면 아니꼬와도 참겠는데, 마인드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애들이 이러고 있으니 미칠 지경이죠.

'니들만' 법치

그럼 이 시대 착오적인 인간들이 어떠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지 한 번 볼까요? 시대 착오적인 권위주의를 내세우면서, 그걸 법치로 포장을 하고 있어요. 불법적으로 KBS 사장을 쫓아내 놓고 그걸 법치라고 우기죠? 각종 법적 수단 동원해서 시위 막고 있죠? 박원순 변호사 국정원에 소송당한 거 아시죠? 그래 놓고 지들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얼마 전 인사청문회 보니까 어때요, 총리 후보자라는 사람이 위장전입, 세금탈루... 장난 아니죠?

위장전입 이거, 공무원법 위반이에요. 기소도 될 수 있는 사안이라구요. 대통령이 전과 14범이니까 총리는 최소한 전과 9범은 되어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어요.(좌중 대폭소) 이들이 말하는 법치라는 건, 이런 겁니다. 지들은 안 지키고 국민들은 지켜라,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라 이런 거라구요.

2009년 9월 25일 만평.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378543.html

오늘 강연 주제는 미디어법이죠? 이 정권이 이렇게 미디어법을 강행 처리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시대 착오적인 인간들이 국민들의 비판을 봉쇄해서 오랫동안 집권하고 싶은 거에요. 일방향 활자 매체가 지배하던 90년대까지만 해도 이게 어느 정도 가능했어요. 조중동의 파워가 그만큼 막강거든요. 특히 조선일보의 힘은 의제 설정 능력이거든요. "우리가 쓰면 곧 여론이 된다." 고 할 정도였어요. 지금은 잘 기억 못하지만, 얘네가 두들겨서 낙마한 사람이 줄줄이에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시대가 열리면서 이 친구들은 이전의 의제 설정 능력의 상당 부분을 잃었어요. 더이상 쓴다고 곧 여론이 되지 않아요. 그러니 신문 뿐만 아니라 방송까지 장악해서, 종합 채널을 편성해서 국민들에게 자기네 말을 주입하고 싶은 거에요. 최근 YTN에서, KBS에서, MBC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시죠? 얘네는 다시 되찾고 싶은 거에요. Agenda 설정 능력을요.


  1. 국풍 81이란 전두환 정권이 광주 민주화 항쟁 1주년을 맞아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개최한 대규모 관제 문화 행사다. [[링크](http://news.khan.co.kr/khnews/khanart_view.html?artid=200905271754275)] 

  2. 여기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옮기자면, 기본적으로 찬성은 하는 바다. 다만 수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협상을 했느냐, 만족할 만한 반대급부를 얻었느냐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3. 요즘 세대들은 잘 모르지만, 이 때 기획자로 제일 날린 사람이 김근태 전 의원이다. 고문당하는 와중에서도 상처에서 딱지를 긁어모아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한 방에 날려버린 것도 이 사람이다. 

  4. 개인적으로 나는 미네르바의 경제 예측력이 대단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존의 경제 전문가들이 체면을 의식한 나머지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풍토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활동을 보여 줬다고 생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