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뚝싹뚝 민주주의 – 진중권 교수 강연 #2
- 진중권 교수의 강연은 이명박 정부의 시대착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총체적 역주행
정보화 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비물질의 경제입니다. 애플의 아이팟 한 번 볼까요? 솔직히 기능만 가지고 이거 쓰는 사람이 몇 있겠습니까? mp3 재생하는 기능도 기능이지만, 이걸 가지고 나 자신을 연출할 수 있게 하는 내러티브, 컨텐츠, 이런 것이 더 중요합니다1. 정보와 물질이 혼합되는 것, 이른바 재물질화가 시대의 흐름이요 대세죠. 하지만 이 정권엔 그런 개념이 전혀 없지요. 머리에 삽 하나 장착되어 있는 수준(좌중 폭소)입니다.
교육 정책을 예로 들어 보지요. 사회가 발전할수록 가장 중요한 재주라는 것은 계속 변화합니다. 농경 사회의 경우,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암기하는 거지요. 그러니 가장 똑똑한 사람은 노인입니다. 아는 게 많거든요. 하지만 산업화 시대가 되면 아는 것 그 자체보다, 정보에 Access 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텍스트를 해독하고 계산하는 것이 권력이 되는 건 이것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에서는 떠올리고 상상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제 동생이 프로그래머(!)인데,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접 프로그래밍을 한다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프로그래밍할까를 떠올리고 상상하는 데 집중하는 곳도 있다고 해요. 직접 코딩하는 것은 인도나 중국 같은 데 하청 주는 거지요. 직접적으로 실현시키는 능력은 이제 흔해졌습니다. 구찌 핸드백을 보세요. 300만원에 팔리지만 원가는 만 원 정도랍니다. 나머지 299만원의 값어치는 어디에서 오겠습니까? 바로 상상력이죠. 앞으로 Best가 아니라 Unique가 더 문제인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하지만 우리 교육정책이 그렇게 가고 있습니까? 일제고사 해야 한다고 그러고, 석차 공개해야 한다고 그러고... 교육정책이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 경제가 발전했으면 그 수준에 맞는 교육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오히려 산업화 사회 수준으로 가고 있는 거죠. 퇴행하고 있는 거에요. 사회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Back to the 삽s
그러면서 오히려 하고 있는 것은, 4대 강 사업 한다고, 한반도 대운하 판다고 그러는 거지요. 우리나라 지금 대학 졸업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90%에 가깝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주어야지 삽질거리 좀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되나요? 이해는 해요. 70~80년대 자기가 그거 해서 유명해졌거든.(웃음)
누누이 강조하는 겁니다만, 이 정권은 경기 살리는 것과 경제 살리는 것의 차이점을 몰라요. 요즘 경기가 조금 살아나니까 또 4만 불 어쩌고 그러고 있죠? 지금 나라 빚이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어요. 이명박 정권 끝날 때까지 500조에 달할 거라고 해요.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는 주장도 있어요. 빚 내서 겨우 한다는 게 30조 들여서 삽질하자는 거죠. 이분은 지금 차라리 허경영 총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계신 겁니다.(좌중 대폭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질적 도약입니다. 그런데 떠올리는 건 70~80년대식 삽질밖에 없으니 환장하는 거죠. 사실 이 사람들이 나빠서 그런 건 아닐 겁니다. 문제는 삽질 하나, 바로 그것밖에 모른다는 거에요. 이건 우리 국민들이 이해해야 해요.(좌중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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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자료를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하나는 진중권 교수의 게임문화포럼 강연, 또 하나는 한겨레 21에 정재승 교수와 함께 쓴 칼럼이다. ↩
저도 우연한 기회에 진 교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시원했습니다. 지적 안마를 받은 기분이랄까요. (응?)
핫핫, 그거 정말 적절한 표현이로군요!
정말 촌철살인의 대가 답군요. 저도 다음에 꼭 강의를 들어봐야겠습니다 ㅎㅎ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