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10월 14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싹뚝싹뚝 민주주의 강연회를 다녀왔습니다. 3회째였던 이날 강연의 연사분은 진중권 교수님이었는데요, 강연 내용 요약을 4회로 나누어 올립니다.

급히 한 메모를 기반으로 정리한 것이라 모자라는 부분이 많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강연 들으신 다른 분이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1961년의 박정희 소장.

한국 사회가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이행한 시기는 박정희 정권때였습니다. 물론 정치적 정당성은 없었지요. 하지만 어느 정도 시대적 적절성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는 일제시대 들어가면서 불완전한 산업화를 경험하긴 했지만, 제대로 산업화 시대로 접어섰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했으니까요.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넘어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인간 신체의 개조입니다. 산업화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농경 사회에서는 자연의 속도와 리듬에 맞춰서 사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산업화가 덜 된 나라 사람들 보면 시간 관념이 없지요? 10시에 나오라고 하면 점심때쯤 느릿느릿 나오고. 이래 가지고서는 산업화가 안됩니다. 대량생산하는 포드 사 공장 같은 거 보면 인간이 기계의 속도에 맞춰서 일을 하거든요.

Chrlie Chaplin,

60년대의 한국 상황에서, 사람들이 가진 자연의 속도와 리듬을 기계의 속도로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군인들 뿐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기계적 속도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래서 당시 지식인들 중에서도 소위 '군사혁명'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많았습니다. 장준하 선생도 처음에는 박정희를 지지했으니까요 - 나중에 박정희의 정치적 본색을 알고서 돌아서게 되지만요.

김대중과 노무현 -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

서구 사회는 60년대를 거치면서 후기 산업 사회,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게 됩니다. 물질을 가공하는 사람보다 정보 등을 가공하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죠. 한국의 경우, 이 시기는 지난 김대중-노무현 10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 라는 구호를 내걸었지요? 벤처거품처럼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만, 미래를 내다보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 진짜 준비된 대통령이에요. 하지만 김대중 역시 상명하복식의 카리스마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지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oid=001&aid=0002880056

반면, 노무현은 그러한 점마저 극복합니다. 정치적 권위주의를 해체했지요.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 는 말도 나오는 사회 분위기가 되었구요. 작년에 서울 한복판에 명박산성이 들어섰는데요, 노무현 때 이럴 일이 있었다면 거기 산성이 아니라 토론장이 들어섰을 겁니다. 정말 그럴 분이었습니다.

노무현은 대통령 중에 유일하게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사람이었습니다. 실제로 이지원이라는 업무 처리 시스템도 만들었구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정보화시대의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있었던 겁니다. 개인적으로 완벽하게 수형적인 Network 정권,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정권으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명박 정부가 섰습니다. 1년 반이 약간 넘는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들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IT 경쟁력이 8위에서 16위로 뚝 떨어졌습니다. 과학혁명, IT혁명의 시대에 과학기술부와 정통부를 없앴습니다.(-_-;) 그래 놓고서는 뒤늦게 IT특보 운운하고 있는데, 완전 근시안 아니겠습니까? 이건 먼 미래를 내다보기는커녕 한치 앞을 못 보는 거에요.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패러다임입니다. 진짜 문제는 이 정부 사람들의 패러다임이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이라는 겁니다. 이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삽질들은 여기에서 기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