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부터 어제까지, 친구들과 홍콩과 마카오를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마카오 문화 센터에서 책을 두 권 사왔는데, 위 책은 그 중 한 권입니다. 2006년 5월에 마카오 문화 센터에서 개최된 동아시아 도검 전시회의 도록입니다. 번동아제님 블로그에서도 다룬 적이 있으니, 이쪽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공부를 하신 분들은 적어도 책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실 겁니다.

모두 800권이 인쇄되었으며, 국내에는 10권 내외가 들어온 것으로 들었습니다. 잠시 인터넷 판매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결재를 하려고 하면 Apache 서버 에러가 나서 구입을 할 수가 없더군요. 군침만 삼키던 차에 마카오에 들를 일이 생기자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서 사왔습니다. 책값은 330 파타카로, 5만 원 가량 합니다.

우리나라 환도도 실려 있다. 유물 자체는 다른 도록을 "잘" 살피면 있는 거지만, 책 판형이 큰 만큼 훨씬 퀄리티가 높다 - 사실 다른 도록을 웬만큼 갖추고 있는 것도 힘들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일단 크고 굉장히 무겁습니다. 나름 운동 좀 했다고 자부하는데, 책을 들고 오면서 낑낑대야 했습니다. 그 자체로 둔기로 써도 될 만한(!) 수준이더군요. 집에 와서 보니 너무 커서 들어갈 책장이 없(!!)습니다. 심지어 읽을 때도 침대 위에 펴 놓고 읽고 있습니다. 살다 살다 책 가지고 이런 식으로 난감한 건 처음이군요.


내용입니다. 검에 대한 논문 7편과 유물 도록이 실려 있습니다. 포르투갈어, 중국어, 영어 세 나라 말로 되어 있구요. 대충 보니 논문이 최신 연구결과를 수록한 것 같지는 않고, 전체적인 개략을 정리한 쪽 같습니다. 하지만 이 방면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허접한 글들(저도 거기에 일조 좀 했습니다만) 외에는 별다른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보니 이것저것 정리하는 의미로 읽게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한(漢)나라 이전의 도검들이 많이 실려 있다는 것,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동남아시아의 도검들이 실려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동남아 칼 중에서도 예쁜 것이 많다.

시대별 일본도의 진화 과정. 이런 식으로 Visualize를 잘 해 놓은 게 특징.

마지막은 함께 구입해 온 『Masters of Steel』 도록입니다. 현대 도공(刀工)들의 작품을 모아 놓은 것인데,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도공들이 일본도 형식의 검을 창작하고 있는 걸 보고 무섭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아, 한국 분 작품도 하나 있는데, 이 분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