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 한윤형, ‘평균 편견’
글쟁이로 먹고 살다 보면 사람들이 특정 영역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는 인식과, 그 영역을 좀더 알게 될 때 가지게 되는 인식 사이의 괴리를 느낀다. 전자에 대해 내가 붙인 이름이 '평균 편견'이다... '평균 편견'은 딱히 틀리다고는 할 수 없지만 '판'을 아는 이들 입장에서 볼 때는 '하나마나한 소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복잡다단하기에 생활인들은 제 삶의 영역과 자신의 학부전공 정도에서만 '평균 편견' 이상의 전문성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반대로, 모든 영역에서 '평균 편견' 수준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사람도 상상하기 힘들다. 누구나 한 두 분야는 자신의 삶에 접속한 문제로 체험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일을 하지 못하는 걸인이라도 걸인 문제에 대해서는 '평균 편견'을 넘어선 견해를 말할 확률이 높다.
문제는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진보담론조차 '평균 편견'의 소양에서 나온 개혁안들을 들이미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는 진보주의자들이 '생활인들의 보수성'이라 비판하는 현상이 오히려, 진보담론이 '평균 편견'을 넘어선 실천적인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 한윤형, '평균 편견'과 한국 사회
위 글에서 이야기하는 '평균 편견'이 내가 이 글에서 이야기한 '상식' 과 대충 비슷한 물건인 것 같다.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상식'은 그리 쓸모가 없다. '대체로 맞는 것' 정도는 가지고 와야 사고가 터지지 않는 정도고 '정확한 것' 을 근거로 써도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일수록 평균 편견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많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래야 설득력이 생기는 거겠지? 현실은 위 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문제인 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