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대체로 맞는 것'은 다르다.

'정확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까, 현실은 "다이아몬드는 보석이다." 혹은 "다이아몬드는 산업용으로도 쓰인다." 와는 거리가 있다. 정답은 이거다: "다이아몬드는 기본적으로 공업 재료이고, 때때로 보석으로 쓰이기도 한다." 상식을 완전히 거스르는 결론이지만, 놀랍게도 이건 엄연한 사실이다. 보편적인 상식과 실제가 정반대인 것이다.

- 다이아몬드 현상

흔히 '상식' 을 '모두가 알고 있는 보편 타당한 사실' 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보석이다." 라는 명제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상과는 거리가 있다. 이 경우가 예외적인 것도 아니다. 세계 4대 문명론이나 6가야설은 학계에서는 일치감치 폐기되었지만, 아직도 교과 과정에 실려 있고 따라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농담을 좀 섞어 말하자면, 상식에 대한 상식은 그리 상식적이지 않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식' 과 '대체로 맞는 사실' 과 '정확한 사실' 은 전부 조금씩 다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 상식: "다이아몬드는 보석이다."
  • 대체로 맞는 사실: "다이아몬드는 공업 재료이고, 때때로 보석으로 쓰이기도 한다."
  • 정확한 사실: "이 다이아몬드는 공업 재료로밖에 못 쓰겠지만 저 다이아몬드는 가공하면 좀 비싸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겠다."

이 사실은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우선 상식 따위를 많이 가지고 있어 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맞을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으니 말이다. (이따금 보다 보면 상식은 편견이나 고정 관념을 근사하게 포장한 말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상식이 많은 사람' 따위의 수식어는 전혀 좋은 게 아니다.

또 하나는, 지식에는 일종의 먹이사슬이 있다는 점이다 - '상식' 은 '대체로' 에 잡히지만, '대체로' 는 다시 '정확한' 에 잡힌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대체로' 를 가지고 들어가거나, 상대방이 '대체로' 를 잡고 있을 때 '정확한' 을 들고 들어가면 반드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자기 분야에서 '정확한' 지식을 갖는 것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이 상식 수준에서 만족하는 것을 '대체로 맞는 사실' 로 바꿔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범위가 넓어질수록 승률은 올라간다. 보통은 특정 분야에 전문가가 되는 것만을 중요시하고, 자기 전공 분야도 잘 아는 사람이 드문 게 현실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