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현상
퀴즈 하나: 다이아몬드는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보석' 이라고 대답한다면 틀렸다.
흔히 다이아몬드 하면 보석을 떠올리지만, 다이아몬드는 산업용 - 특히 절삭 공구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다이아몬드보다 경도가 높은 물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묘해진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다이아몬드가 산업용으로 쓰이는 걸까?
세계 다이아몬드 산업협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다이아몬드의 70% 가량이 산업용(Industrial)으로 쓰이고 보석(Jewellery)으로 쓰이는 것은 30% 남짓에 불과하다. 산업용이 보석용의 두 배가 넘는 것이다.1 아니, 숫자만 저러는 것도 아니다. 산업용 다이아몬드 없는 보석 다이아몬드는 불가능하다. 앞서 말했듯이 다이아몬드는 경도가 가장 높은 물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를 다듬을 수 있는 것은 다이아몬드 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석 다이아몬드는 원석을 세밀하게 커팅해야 나온다. 자연히 공구로 쓰이는 다이아몬드가 없으면 보석 다이아몬드도 없다.
그러니까, 현실은 "다이아몬드는 보석이다." 혹은 "다이아몬드는 산업용으로도 쓰인다." 와는 거리가 있다. 정답은 이거다: "다이아몬드는 기본적으로 공업 재료이고, 때때로 보석으로 쓰이기도 한다." 상식을 완전히 거스르는 결론이지만, 놀랍게도 이건 엄연한 사실이다. 보편적인 상식과 실제가 정반대인 것이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보자. 왜 우리는 다이아몬드가 보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다이아몬드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왜 정반대로 생각하고 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사실이 작용한다. 첫 번째는 다이아몬드 자체가 보석용과 산업용이라는 두 가지 그룹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이 둘은 화학식 외에는 사실상 공통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쪽이 다른 쪽을 전혀 대표할 수 없다. 여기에서 두 번째 문제가 작용하는데 - 보석용 다이아몬드의 노출도가 산업용에 비해 압도적이다. 결혼 예물 등으로 흔히 쓰이는 데다(작은 것) 미디어에서도 부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큰 것)하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용 다이아몬드는 그걸로 만들어진 공구를 직접 사용하는 사람도 어지간해서는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힘들다2. 결과적으로, 소수에 불과한 보석용이 자기보다 양이 두 배는 더 많은 산업용을 대표하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진다: 어느 한 그룹이 그들과 전혀 상관없는 그룹을 대표하는 상황. 우리가 가진 착시는 이 희한한 상황의 결과물이다.
어떻게 보면, 이 현상은 일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소비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가 삽질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소비자에게는 세상의 일부만 보인다. 그것도 왜곡된 형태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에 대해 좀 더 정확한 상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생산자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