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적절치 못하면 행하지 말고, 진실하지 않으면 말하지 마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로마 제국 제 16대 황제.
오래 전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을 읽다가 발견한 구절.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얼마 전 이누이트님 블로그에서 다시금 발견하고 깜놀.
올 2월 미국 여행에서 찍어 온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대리석 조각상이다.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흔히 철인 황제[哲人皇帝]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데, 워낙에 이것하고 똑같은 모습의 복제품이 많아서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숙미와 안정감이 돋보이는 석상. 눈 빼고. 재미있는 것은 이 조각이 전혀 상반된 두 개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는 점인데, 수염과 옷이 바로 그것이다. 길고 풍성한 턱수염은 조각에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을 묘사할 때 주로 쓰이는 표현으로써, 지혜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가 걸치고 있는 옷은, 일반적인 철학자의 옷이 아니라 군복 - 특히 고대 로마의 개선 장군 등이 입는 군복이다. 그의 직업 - 황제, 혹은 최고 군 통수권자 - 이 드러나는 복장인 셈이다.
아우렐리우스의 치세 역시 이 조각상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가 재위 내내 처리해야 했던 일은 전쟁이었고, 그 또한 계속 최전방에서 전쟁을 지휘하며 살아야 했다. 제국 내에 돌고 있는 유행병도 그가 처리해야 할 골치아픈 난제 중 하나였다. 명상록은 그가 이런 바쁜 나날을 보내는 틈틈이 쓴 것이다. 그의 최후도 삶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180년, 그는 가장 중요한 방어선 중 하나였던 다뉴브 강을 건너 야만족들을 추격하다가 유행병에 걸려 사망했다.
결론적으로, 『명상록』이 어떤 사람에 의해 저술되어 있는지를 설명하는 인상 깊은 조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1. 역시 내가 좋아하는 구절 하나:
죽음을 멸시하지 말고 죽음을 기뻐하라. 죽음도 자연이 원하는 것의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