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방망이 깎던 노인

“후퇴는 없다. 죽어도 여기서 죽는다.” 새로 부임한 사령관은 전임자의 작전계획서부터 북북 찢어버렸다. 1. 1942년 8월 13일, 이집트에 주둔하던 영국 제 8군은 새 사령관을 맞이했다. 좋은 일은 아니었다. 전임 사령관이 패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다음이었으니까.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제 8군은 상당히 궁지에 몰려있었다. 여기저기서 사정없이 털리고 또 털렸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19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고 유럽 […]

기사의 방패: 10세기 ~ 14세기 (1)

루이스 섬 체스 세트. 차[Rook, 車]가 방패와 검을 들고 있다. 대영박물관 소장. 이 체스 세트에 대해서는 http://blog.gorekun.com/556 를 참조. 중세 유럽의 방패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중세 유럽의 방패는 보조 방어구로서의 기능과 식별 표지(Insignia)로서의 기능 두 가지가 동시에 있다는 것. 두 번째는 본질적으로 보조 방어구인 만큼, 주 방어구인 갑옷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

직관

‘해봤다고’ 반드시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예 안 해본 사람’은 죽었다 깨도 모르는 게 있다. 바로 그 분야에 대한 ‘직관’이다. 1. 지난 2006년 9월 사망한 독일의 하인리히 트레트너 장군은 정말로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군 경력을 시작, 히틀러 휘하에서 스페인 내전과 제 2차 세계대전을 겪었고, 전후 서독 연방 자위대를 거쳐 은퇴한 후에는 독일 재통일까지도 […]

군사사[軍事史]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 이 글은 채승병 박사님의 경영은 전쟁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한 답변으로 작성된 글이다. 초안을 잡은 지는 매우 오래되었지만, 학기중에 바빠서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지난 주에 종강을 하면서 약간의 여유가 났기에, 정리해서 올린다. http://www.flickr.com/photos/pelegrino/344577179/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는 세계 전쟁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인물인 동시에, “군사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중요한 통찰을 주는 인물이라고 할 수 […]

어느 공통점

퀴즈: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독일 이탈리아 일본 정답. 1. 무기로 유명하다. 독일 검들은 초기 중세 시대인 6세기 경부터 이미 이름이 높았다. 특히 라인 강과 뮤즈 강 사이에 있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검들(Frankish Sword)은 멀리 스칸디나비아 반도, 러시아, 심지어 지중해까지 팔려나갔을 정도. 중세 초기 유럽을 지배한 카롤링거 왕조가 적들 – 바이킹이나 이슬람 세력 – 에게 이 […]

건틀릿(Gauntlet)의 탄생과 진화

http://www.flickr.com/photos/pshab/1578462577/ 유럽 갑옷의 역사에서 건틀릿(Gauntlet)의 흔적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1250년경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전까지는 따로 장갑 형태로 분리된 손 보호대가 없었습니다. 손 부분이 별도의 보호 없이 드러나 있거나, 갑옷 소매 부분이 벙어리 장갑 모양으로 연장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었죠. 그러던 중 당대 역사가인 Matthew Paris가 자신의 그림에 장갑 형태로 만들어진 손 방어구를 묘사하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