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의 해부학: 11~13세기 체인 메일 #1

* 이 글은 시리즈의 토막글입니다.

투구에 대한 글을 쓰려고 자료를 정리하다가 알게 되었는데, 제가 지금까지 체인 메일Chain Mail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더군요. 앞으로 갑옷이나 투구 관련해서 언급할 일이 많을 것이므로, 간략하게 한 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중세 = Plate Armour라는 오해

영국 샐리즈버리 대성당Salisbury Cathedral에 있는 무덤 조상에 새겨진 체인 메일. http://www.flickr.com/photos/dragontomato/3471013558/

우리는 중세라는 말을 들으면 철판이 번쩍이는 플레이트 아머Plate Armour을 입은 기사들을 연상하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중세 전체 시기를 놓고 보면, 판금으로 만든 갑옷이 사용된 시기는 지극히 짧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길게 늘여 잡아도 판금이 사용된 형식의 갑옷은 14세기에야 등장합니다. 흔히 중세를 476년 ~ 1453년으로 잡는다는 걸 생각하면, 이러한 형식의 갑옷이 사용된 기간은 150년 정도밖에 안 되는 셈입니다. 중세 플레이트 아머의 정점으로 일컬어지는 막시밀리안식(式) 플레이트 아머가 16세기 말까지 사용되었으니까 이렇게 놓고 봐도 3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천여 년에 걸친 중세시대 전체를 놓고 보면, 정말 얼마 되지 않죠.

중세 대부분의 기간에서 갑옷의 주류를 차지한 것은 쇠사슬을 연결해서 만든 체인 메일Chain mail이라는 갑옷입니다. 체인 메일 자체는 기원전에 이미 동서양 양쪽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그 역사 또한 오래된 갑옷입니다 – 기원전의 로마 군단병에 대한 기록에도 체인 메일이 보이고, 무엇보다 삼국사기에도 고구려의 시조 추모왕이 썼다는 체인 메일에 대한 언급이 잠깐 나올 정도니까요.

중세 유럽의 체인 메일. 노르웨이 국립 전쟁사 박물관 소장. http://www.flickr.com/photos/gorekun/3161416303/in/set-72157610729840417/

이렇게 오래된 체인 메일이지만 중세에 본격적으로 사용된 체인 메일은 그 기원이 바이킹 시대(793 ~ 1066)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부유한 바이킹 전사들이 사용하던 체인 메일이 프랑스 북부에 정착한 바이킹들인 노르만 족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중세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중세시대 중기high middle ages1에 사용된 체인 메일을 기준으로 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체 구성 – 머리, 손, 다리.

체인 메일은 쇠고리를 엮어서 만든 셔츠 모양의 갑옷인데, 이렇게 만들어진 본체를 호버크Hauberk라고 합니다. 머리 전체와 팔, 무릎까지를 덮고 있습니다. 대충 이렇게 생겼습니다.

고리의 두께와 크기 등에 따라 무게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략 30파운드(16.6kg)가량 나간다. http://www.flickr.com/photos/guildadosarmoreiros/2329416006/

위에서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머리를 방어하는 부분을 두건(coif)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날개 모양의 Ventail이 달려 있는데(위 사진에는 없습니다.), 입과 뺨 등의 안면을 보호하는 데 사용됩니다. 착용하면 숨쉬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일단 내버려 뒀다가, 전투 직전과 같은 때 착용하게 됩니다.

착용하면 대충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됩니다.

Ventail을 말아올려 끈으로 고정한 모습. 착용성을 위해 안쪽에는 누비 등을 밭이는 것이 보통이다. 끈으로 고정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가끔 버클이나 고리로 고정하게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http://www.flickr.com/photos/guildadosarmoreiros/2329412752/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손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조금 시기를 타는 부분인데, 12세기 이전의 호버크는 길어야 손목 정도까지를 방어했습니다. 하지만 12세기에 들어오면서 손 또한 벙어리 장갑(Mitten)형태의 갑옷으로 덮을 수 있을 만큼 길어지게 됩니다.

Mitten의 손등. http://www.flickr.com/photos/8765199@N07/2578186212/in/set-72157606473530717/

손바닥. http://www.flickr.com/photos/8765199@N07/2577352573/in/set-72157606473530717/

착용한 모습. 빼놓은 오른손과 빼지 않은 왼손을 주목하라. http://www.flickr.com/photos/8765199@N07/2578190812/in/set-72157606473530717/

마지막으로 다리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호버크는 무릎 언저리까지 방어하는데, 이렇게 되면 흡사 원피스를 입은 형상이 되기 때문에 전장에서 다리를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해결 방법은 간단한데, 앞과 옆부분을 한 번씩 갈라서 틔워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말을 타거나 전장에서 움직이는 데 별 불편함이 없게 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하면 됩니다.

체인 메일을 거는 방법. 장대에 팔 부분을 끼우면 된다. http://www.flickr.com/photos/guildadosarmoreiros/2328600701/

덧붙이자면, 위의 경우는 기사가 입는 정식 복장의 경우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고구려군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비교적 신분이 낮은 전사들의 경우,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약간 경량화된 갑옷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호버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닌데, 경량화된 호버크들을 특별히 일컬어서 호버즌Hauberge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호버즌은 일반적인 호버크에 비해 방어되는 팔이나 다리 범위가 약간씩 짧습니다. 보통 팔꿈치 정도까지만 방어하는 것이 보통인데, 심지어 팔과 다리 부분을 전혀 방어하지 않는 런닝셔츠 모양의 유물도 전합니다.

영화 의 한 장면. 1187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영주 뒤로 양손을 모은 자세로 서 있는 병사 두 명은 팔꿈치까지만 방어되는 호버즌을 입고 있다. 덕분에 다리 또한 방어되지 않는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호버크를 입은 왼쪽의 기사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 기타 부속구들을 설명하는 다음 포스트로 이어집니다.

  1. 11세기 ~ 13세기 

6 thoughts on “갑옷의 해부학: 11~13세기 체인 메일 #1

    • ㄳㄳ. 이번이 세 번째 등극이네. 그런데, 희한하게 지난 번에 선정된 글도 “역사 > 서양” 카테고리의 글이야. 이런 스타일이 인기 있나 봐 :(

  1. 조금 외람된 질문이기는 한데,
    플레이트 갑옷을 염색한다는 게 가능한가요?
    검은 갑옷이거나 하얀 갑옷 같이 말입니다.
    아니면 특별한 광석을 섞거나.

    • 예, 가능합니다. 수성 염료가 아닌 에나멜 같은 염료를 사용하는 모양이더군요. 사실 현재 남아있는, 염색하지 않은 형태가 오히려 일반적인 쪽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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