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대한민국의 멘탈리티
1.
언젠가 아는 블로거 한 분이 블로그에 백성들에게 사랑받는 태국의 왕에 대한 일화들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1 내용은 국민들을 사랑하는 태국의 왕에 얽힌 일화들이었는데, 이 글이 신문에도 인용되는 덕분에 안 그래도 방문객 수가 많던 그 블로그에는 평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리플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그 글을 아주 흥미있게 봤다.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리플들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리플들이 "이런 분이 한국에 계셨다면 종신토록 왕으로 모셔도 될 것 같은데요" "짜잘한 국회의원들 다 필요없이 이런 분 한 분이 권력을 잡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리플들을 보면서, 배꼽을 잡고 웃었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엉망진창이라고 해도 전세계적으로 보면 엄연히 상위권이다. 리플을 단 사람들은 태국 푸미폰 국왕같은 사람이 있으면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태국 별명은 전세계 창녀촌이다.
2.
갑자기 옛날 일을 끄집어내는 건, 요즘 핫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과 이 리플들이 묘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전근대적인 사회는 왕이 다스리는 사회다. 이른바 유교적 왕정이다. 이런 나라에서 반드시 필요한 건, 다스림을 행하고 가르침을 주는 어르신의 존재다. 가정에 가부장이 있듯, 국가에도 왕이 있어 이러한 역할을 행한다. 무엇보다도 어르신의 행동은, 아랫사람들의 모범이 되도록 점잖아야 한다. 특별히 튀는 행동을 한다던가, 촐싹맞게 아랫사람들과 왈가왈부 떠들어서는 안된다.
반면 근대 이후의 사회는 시민 스스로가 다스린다. 이른바 민주국가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모두가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누린다. 모두가 스스로의 의견을 가질 수 있고,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발표하거나 남의 의견을 반박할 수 있다.
언젠가 영국 신문에 실린 기고문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떤 문제에 있어서 찰스 황태자가 낸 의견을 시민 한 명이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민주 사회에서는 이렇게 황태자도 당당히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다른 시민이 이를 반박할 수 있다. 황태자건 장삼이사(張三李四)건, 엄연히 같은 시민이기 때문이다.
3.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 야당은 물론이고 각지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으니 블로고스피어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역시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그건 비난하는 이들의 태도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왜 대통령이 촐싹대고 그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있다니..." 운운이다. 심지어 악플을 못 이긴 고등학생이 자살한 사건도 노무현 탓이라는 포스트가 올블로그 1면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개그도 수준급이다.
노무현의 주장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그러면 근거를 들어 반박을 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노무현의 행동에 대한 비난은 있어도 연설 내용에 대한 반박은 찾아볼 수가 없다. 왜일까? 대통령의 주장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서라기보다 나라의 「어르신」인 대통령이 점잖치 못하게 「아랫사람」들에 대해 왈가왈부했다는 것이 싫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의 입에서 "왜 대통령이 촐싹대느냐" 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이런 식으로 볼 때, 상당수 한국인들의 사고 방식은 근대 시민(市民)보다 전근대 신민(臣民)에 더 가깝다. 그들의 머릿속에 대통령이란 동등한 권리를 지닌 시민이라기보다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어르신2이다. 어른이 어른 노릇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비난하는 것이다. 이런 류의 신민들은 받을어 모실 어르신이 없으면 불안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른 나라 국왕을 수입하지 못해 안달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나왔던 "노무현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는 말들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이 발언은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다. 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람을 부정하는 것이니 중대한 체제 부정이 아니고 뭐냔 말이다. 하기야 이 전근대적인 신민들의 눈에 근대적인 헌법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신민들의 눈에 후보 시절부터 토론 좋아하는 걸로 유명했던 노무현은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이고, 마땅히 어르신의 자리 =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신민들이여, 그렇게 어르신을 떠받아 모시고 싶으면 조용히 북녘으로 가시라. 거기엔 "인민을 따뜻이 감싸시고 보살피시는 어버이 수령님" 이 계시다. 남은 평생을 그토록 원하는 어르신 모시면서 아오지 탄광 삽질하는 데 바치시라. 안 말린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이러한 멘탈리티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노조를 탄압하고 편법 상속을 시도하던 삼성 이건희 회장은 거의 비난을 받지 않는다. 반면에 최근 이슈가 된 한화 김승연 회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불법의 크기로 보면 수천억짜리 사고를 친 이건희 회장이 컸으면 컸지 작지는 않을 것이다. 두 사람간의 차이는, "점잖치 못하게 쇠파이프 들고 사람을 협박했느냐 안했느냐" 뿐이다.
한국인들은 김승연 회장의 조폭을 앞세운 불법행위를 비난했다기보다, 그의 점잖치 못한 행동을 비난한 것이다.(스스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사회적으로 어르신인 대기업 회장님이 왜 체신머리없이 그 따위 짓을 하느냐" 그들의 속마음은 아무래도 이런 것이었으리라. 이렇게 21세기를 사는 한국인들의 머리 속은 아직도 상감마마가 설렁탕 말아먹던 17세기를 달린다. 아이고 배야. 웃다 지쳐 돌아가시겠다.3
4.
좀 다른 얘기를 하는 부류들도 있긴 하다. 이 친구들은 노무현이 자기 주장을 절대 진리처럼 남에게 강요하는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다고 한다. 그런 인간들은 왜 자기네 주장을 절대 진리처럼 내게 강요하는지에나 답할 일이다. 노무현이 언제 "이건 진리이니 꼭 받아 적어서 외우세요." 라고 했다던가? 전혀 없다. 이 친구들의 주장이나 노무현의 연설이나, 모두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의견일 뿐이다. 노무현도 대통령이기 전에 한 명의 시민이고, 자기 주장을 밝힐 권리를 지닌다. 마음에 안 들면, 반박을 해라. 헌법에 보장된 권리에 태클걸지 말고.
이번 연설에 대해 노무현 지지자인 나도 아쉬운 점은 많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이 세 시간이 넘는 시간을 그렇게 써도 되는지 묻고 싶다.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서도 난 그와 생각이 다르다.
하지만 내가 애써 그 얘기를 하지 않고 다른 얘기를 하는 건, 노무현을 비난하는 자들의 그 닳아빠진 멘탈리티가 더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설문에 그렇게 틀린 말은 없더라. ㅋㅋㅋㅋ
마지막 두 문단에 정말 초공감입니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논리적으로 근거를 대서 반박하면 될 일이지.. 연설 전체에 대한 내용 평가나 비판은 전무하고 그저 문구 끄집어내서 자극적인 제목 뽑기에만 바쁜 기자들보다는 님 같은 분들의 글이 훨씬 가치 있습니다. 왜 말대 말로 싸울 생각을 못하는건지. 그저 윗사람은 윗사람답게 체통 지키고 근엄하게 무게 잡아야 한다는 통념은 아직도 뿌리가 깊어서 이런거 보면 경제나 기술의 근대화를 사회가 못 쫓아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뉴스위크 아시아 최근 기사 중에 “노무현이 권위를 스스로 깎아먹고 점잖지 못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지는 몰라도 어찌됐든 그가 사회 전반의 권위주의를 타파하는데 큰 공헌을 했음은 그의 정치적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라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과찬 감사합니다 :D 뉴스위크 아시아 기사는 저도 얘기만 듣고 직접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찾아보아야겠네요.
근데, 댓글에 왜 “비밀번호 (homepage)라고 나오니?;;;
고쳐봐 -_-;;
나는 사실 <사족>에 대략 동감. ㅋㅋㅋㅋ
할 말 못할 말 못가린 건 사실 같은데, 말 자체가 틀린 건 별로 안보이더라만 ㅎ
어, 이거 왜이러지? 스킨 파일상에서는 아무 문제 없는데…?
* 그런데 그 “못할 말” 이 뭔데? 난 잘 모르겠는데?
확실히 노무현씨가 대통령의 권위주의 없애준 건 거의 유일한 업적이라고 보아야겠지요. 권위주의를 넘어서 권위까지 없애버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민 의식은 정치 영역 뿐만 아니라 법 문화에 있어서도 드러나더군요. 석궁 사건 때 드러난 여론 중에도 그런 의식이 엿보였는데 그에 관해서 글을 좀 끄적이다가 그냥 폐기처분했습니다만,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꼭 한 번 주절거리고 싶은 주제입니다.
흐음, 그러고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전 석궁 사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는 못했는데 역시 배운 게 다르면 관점도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언젠가 그 문제에 대한 포스트 기대하겠습니다 :D
그리고 전 노무현의 업적이 권위주의 타파 그거 하나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일단 그게 업적에는 들어갈 것 같습니다만.) 자본주의에 비교적 우호적인 저는 永革님과는 성향 자체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노무현의 업적과 삽질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노무현이 한 일이라는 게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봐야 할 일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임기 첫날부터 선거로 뽑힌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까대기 놀이에 열중한 언론 + 신민들이나 여기에 피해 의식 받아서 노비어천가 부르기에만 열중하는 지지자들 모두 다 열이 안 식은 상황이니까요. 이 상황에 냉철한 이성이 굴러갈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따금 도장 관장님이 어깨에 힘 좀 풀고 운동하라고 하십니다. 힘이 너무 들어가면 운동이 제대로 잘 안돼서 그렇답니다. 도장 안에서만 들을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좀 한국인들이 신민 같아 보였는데 저 하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군요.
멀리 갈것도 없어 박모씨 시대만 해도 거의 왕정아니었습니까. 박모씨가 한마디하면 모조리 따라가던 시대였으니까요^^ 대략 전모씨까지는 확실한 왕정이었고, 그 이후는 왕정을 해보고 싶어했던 사람들이 3번 해먹었고, 이제야 시민이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노무현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1호” 일지도 모르겠군요. 그 전에는 임기제 왕 아니었습니까. 말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리고.
현재 가장 선호되는 대선 후보 두 명이 모두 신민들의 가장 이상적인 군주 = 박정희의 후광을 받고 있다는 건 재미있는 상황이 아닐까요. 한 명은 선그라스 끼고 각종 건설사업에 열중한다는 점에서 닮았고, 다른 한 명은 아예 그의 딸입니다. 많은 신민들이 “그 때 이회창이 되었어야 했는데, 대통령을 잘못 뽑았어” 라고 말하는 건 상감마마를 가지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겠죠.
전국민의 선택 결과를 잘못됐다고 당당히 말하니, 시민들의 참정권 자체에 대한 모욕 아니겠습니까. 하기야 신민들의 머릿속에 참정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한국인들은 이승연 회장의” <- 김승연 자고로 민주사회의 기초이자 기본은 "수평적 사회 및 관계"인데, 대통력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전통적 사상과 그 맥을 같이하는 "수직적 사회 및 관계" 구조가 여러 방면에 남아있지. 뭐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건 아니겠지만... 뭐,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 아직 전제정치 시절(그 후의 무늬만 민주주의 시절을 빼더라도)의 사람도 살아있을만큼 우리 민주사회의 역사는 아주 짧으니까, P.S 열라 사소한건데 나는 대통령 및 고위관직 호칭인 "각하"도 거슬리는 똘추. 비록 문화차이라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 쳐도 저기 쌀나라도 그냥 Mr. President 라고 불러제끼는데 말야(뭐 사실 존경의 의미가 들어간건 마찬가지긴 하지만.... 왠지 "각하"는 "폐하"가 연상돼서 난 영 거슬러)
아앗, 오타네 ;ㅁ; 서둘러서 수정. 지적 감사.
나도 각하라는 말은 아주 싫어함. 이 말의 유래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일제시대 유입된 번역어 아닐까. 노무현의 최대 장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각하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일지도 모름.
한번 쯤은 한국에도 “닥치고 ㄱㄱ”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닥치고 ㄱㄱ” 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잘 찍어누르고 강제로 시키는 대로 하게 만드는” 인물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다카기 마사오 각하도 있고 대검으로 광주를 아작내놓은 전대갈 장군도 있습니다. 그러니 (par)Terre 님의 바람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겠죠.
…오해했다면 죄송.
우리나라는 농경사회, 봉건제에서 벗어난 지 50년 정도밖에 안됩니다.
정치문화는 전두환 직전까지(혹은 박정희때)만 해도 여전히 국왕제에 가까웠고요.
당연 여전히 반쯤 봉건적일 수 밖에 없죠…
그리고 저도 태국에 가봐서 아는데 정말 국왕 이하 왕족들에 대한 존경심은 크더군요.
공주님 한번 다녀가시면 호텔 이름을 프린세스로 짓고 그 흔적을 고이 모셔두고
공주님과 무관한 호텔은 감히 그런 프린스니 프린세스니 하는 이름 붙이지도 못하고..
저도 노무현 대통령이 좀 더 사람들을 잘 다루는 사람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고
자기가 상대하는 관료조직과 재벌이라는 두 괴물을 더 잘 휘어잡아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것도 다른 카리스마에 대한 소망이겠죠.
결국 지금 그 양반 가는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책 받으실 주소 좀 알려주세요. 메일로…
왕이 없는 사회에서 태어나 자란 제 또래들 중에도 시민이 아닌 신민들이 꽤나 많은 걸 보면 사회적인 시각이란 잘 바뀌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노 아무개 씨가 열심히 파고 있는 일련의 삽질들도 다 필요한 역사의 한 과정일 듯합니다.
책 받을 주소는 잠시 뒤 메일로 보내겠습니다. 신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이런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
과찬 감사드립니다. :D
저 역시 국가 원수 모독죄, 반국가 단체 결성, 이적행위, 국가기밀유출, 쿠데타 선동 등의 죄목으로 한나라당을 고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태국왕 이야기는 좀 웃긴다.. 푸핫
홍수나는데 가서 앉아있었데 ㅋㅋㅋ
하긴 골프치는거보다야 훨낫지
연설 내용도 웃긴다.
참여정부가 골칫거리 문제들을 거의 해결했다네…
뭐가 해결된건지 허허허
설마 저 긴 연설문을 다 읽어본 건 아니겠지?
그 내용이 대략 “우리가 해결한 골칫거리 문제들이 어떠어떠한 거다” 라는 내용인데…
뭐 집권 초장부터 언론에 무지 두들겨맞은 억울한 심정이 반영된 발언이니 100% 다 믿을 건 없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해야겠지.
텍스트큐브에서 작성된 비밀 댓글입니다.
메일 보내드리겠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D
잘 읽었습니다. ^^ 역사가 이야기 해주겠죠. 지금의 상황들을… ^^
흐흐흐 동감 100%~!
“행위예술가 노무현의 세기의 퍼포먼스” 뭐 이런 식으로요? ㅋㅋㅋㅋ
지금 고딩들 중에는 군부시절이 좋았다고 지껄이는 아해들이 수두룩 합니다-_-;
깜찍한 친구들이로군효 -.- 두발검사하는 것도 못 참아하는 아해들이 통금이나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남산 대공분실에서 이근안의 마루타가 되는 상황을 견뎌낼지 심히 의문스럽습니다. 저도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아닙니다만 어린 친구들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 역시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입시교육의 폐해인가… OTL…
이전부터 노통의 연설이나 국정브리핑을 쭉 보면서 느끼는거지만, 주장하려는 의견은 둘째치고..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얘기나 표현들이 너무 많이 붙어있다는게 영 불만입니다.
이번 연설의 경우도, 사실 원색적이고 비꼬는듯한 표현을 써야할 이유도 없었고, 내용이 정리가 잘 안돼서 비슷한 맥락의 얘기들이 여기저기 산개해서 나오는 통에 연설이 이상하게 길어져버렸죠. 제가 난독증이 좀 있는걸수도 있지만요.(읽는게 나을 것 같아서 전문을 구해서 읽었음)
뭐 어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정책 홍보적인 내용이라면 최대한 간결하고 논리정연하게, 한마디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게 여러모로 좋을텐데.. 대체 뭣때문에 그 길고 긴 연설을 그저 논란거리로 만들만한 내용들을 넣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안그래도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 상대로 설명하는 데에는 그게 제일 효과적이기도 할테고, 이전부터도 항상 그 때문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됐었는데 말이죠.
정책에 관해서는 그 나름대로 잘 한 것, 못한 것 다 있으니 굳이 논할 생각이 없지만, 가장 효율적이고 깔끔한 홍보방법을 놔두고 왜 항상 정책 홍보 내용에 정치적인 내용까지 넣어서 자기 무덤을 파는 짓을 하는건지 저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국정 홍보는 최대한 정공법을 취하는게 제일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본인의 소신에 따라서 기존 관념의 타파를 위해 그런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저는 그런 것 보다는 학자들 토론하듯이, 딱딱하고 지루하더라도 좀 이성적이고 체계적으로 나오는 사람을 보고싶습니다. 그렇다보니, 요즘은 국정브리핑도 영 보기가 싫더군요. 아니, 그전에 정치적인 의견하고 정책 설명은 따로 좀 나눠서 하면 안되나 싶기도 하고..
(사족) 근데.. 도통 흥미가 안가서 제가 직접 알아보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혹시 참여정부 평가포럼이라는게 정확히 뭐하는 단체인지 아시면 간략하게나마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처음에 평가포럼이라길래, 비정치적인 관련 학자, 전문가들이나 논객들 모아놓고 학술토론식으로 논박하면서 쭉 정리한 다음에 이런저런 발표같은거나 하는건줄 알았는데.. 이번 연설을 보고나니 어째 청와대 2진에 가까운 정치집단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서 말이죠. 평가라고 하는건 그냥 예전에 나왔던 국정 홍보책자 내용 반복같고.. 평가’포럼’ 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기능같은거 혹시 없나요?
글쎄요, 저 같은 경우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 하고 싶은 얘기에 연관이 있어서 하는 거라고 보거든요. 다만 한꺼번에 생각을 쏟아부어서 듣는 사람 지치게 하지 말고 적당히 편집해서 내보내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딱딱하고 이성적인 거 좋습니다만 그랬다가는 우리나라 사람들 하나도 안 봅니다. 안 그래도 인터넷 포탈 사이트 가 보면 제목만 보고 리플다는 인간이 얼마나 많은데요 -_-;
그리고 참여정부 평가포럼이라는 건 아래 새롬군이 걸어 놓은 링크를 찍어 들어가시면 잘 아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언론 야당이 얼토당토찮은 트집을 잡아가며 정부를 까는 데만 열중한다” 며 모인 노 대통령 지지세력의 조직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는 없고, 소위 메이저 언론사의 “노무현 까대기” 에 대한 반박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상당히 설득력을 가진 주장도 많이 합니다만, 가려 가면서 들어야겠죠.
평가포럼과 노사모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노사모는 철저하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아래로부터의 팬클럽이라면 평가포럼은 조중동 등에 대항할 세력에 대항하고 앞으로 돌아올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위에서부터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점이겠지요. 노사모가 국민척탄병이라면 참정연은 무장SS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그런데 비유가 좀 이상하다 -_-?)
말하자면,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어쩌고.” 이런 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별로 할 필요 없는 말이고.
그래놓고 자기는 “장인어른이 빨갱이 어쩌고.”하면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버럭버럭버럭!” 이러잖아.
굳이 할 필요 없는 말들을 해서 괜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지. 뭐 원래 그걸 즐기는 거 같기는 하더라만. -_-;;
http://www.hani.co.kr/section-021067000/2007/05/021067000200705230661037.html
참여연대 평가포럼 한겨레21 인터뷰 ㅎ;
필요 없는 말이 아니지.
노무현에게 좌익 전력이 있는 아버지에게서 난 아내는 엄연히 사적인 인물일 뿐이야. 당연히 문제가 안 되지. 반면 박근혜는 독재자였던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정치에 입문했고, 아버지의 후광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왔고, 이전에 있었던 통혁당 사건 재심 공판에서처럼 뻔히 박통이 잘못한 것도 잘못한 게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기잖아.
이렇게 되면 박정희와 박근혜의 관계는 공적인 관계라고 봐야 하고, 박근혜는 박통의 행동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옳지. 따라서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민주주에 대해서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다보니… 라지만…;;
뭐, 하루 이틀에 바뀌겠습니까 -_-)yo0
고어핀드 회원님의 포스트가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되었습니다.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와, 이번이 네 번째군요. 그것도 1면 대문에 배치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D
고어핀드님의 주장에 동의하구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이런 신민 의식들은
실상… 작금의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우리의 힘(정신적 철학적 힘과 물질적인 힘 포함)을 통해서 얻어낸 것이라기 보다는 세계적인 냉전구도하에서 미국의 제도가 일방적으로
심긴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미국에서 꽃이 핀 시민 민주주의가 결국 껍데기로 들어왔지만,
그 소프트웨어인 그 의식은 따라가지 못하는 일종의 지체현상이 아닐까요?^^
음, 틀림없이 미국의 제도가 이식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스스로 이만큼이라도 민주화되어 왔다는 점에서 다행입니다.(초기 이승만 시절에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내일이면 6/10 20주년입니다. 대한민국 시민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뜻깊은 날이죠. 앞으로 우리 시민들의 의식 수준도 점점 더 높아져가길 기대해 봅니다.
경제규모는 몰라도 우리나라는 아직 왜곡된 역사로 인하여 근대시대 초반에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국민의식과 민주주의와 정치가 하루빨리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상생의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인데..
노무현은 지금 우리나라의 시대적 상황에서 너무나 앞서있는 지도자일 뿐입니다.
단지 우매한 국민들이 감정적으로 그 위인을 알아주지 못하고 말할 기회조차 인정하지 않고 아예 말과 행동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말과 행동을 제약하는 것은 또 하나의 독재이자 파쇼입니다.
뭐 시대적으로 앞선 실력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그러한 의식 구조에서는 비교적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때문에 뉴스시간만되면 아버지랑 한두마디 얼굴을 붉히게 됩니다. 우리 아버지대의 분들은 아무래도 박통때의 역동적 경제와 분노의 정치에 항상 불안하면서도 통쾌함을 추억 하시나 봅니다. 한두마디 로 끝내는 이유는 저또한 아버지의 생각을(이제와서) 뜯어고칠 오지랍이 없거니와 언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인지라.
아버지께서 ‘박정희처럼 다 잡아다 족쳐야하는데’ 라고 하시면
저는 ‘전두환 처럼요? 수원(제가사는 곳 입니다)이 제2의 광주가 될수도 있겠네요. 이유를 불문하고 죽은자의 가족은 피눈물나는거 아닌가요?’
하고 툭 치고 빠집니다. ㅋㅋ
물론 아버지는 젊은녀석의 생각에 ‘니가 뭘아냐’며 긴대화를 요구하지만 그냥 웃어넘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합니다.
노무현대통령이 적어도 대한민국 정치는 70%까발려놓은건 대단한 겁니다.
(이미 까발려진 정치를 다시 덮으려면 국민들이 모를까요? ㅋ 나름 치밀한 노무현대통령이 추후에 웃으면서 ‘한번 해봐라 ㅋㅋ’ 하시지나 안을까 )
저또한 백수라 지금 경기 안좋은거에 대해 막막합니다마는
이렇게대한민국이 망할일도 없고 다음대의 대통령이 그 수훈을 가져가겠지요
또 우민들은 그게 그 대통령의 공이라고 좋아라 하겠구요
그래서 이번선거가 저는 가장 두렵습니다.
“다시는 노무현같은 대통령을 뽑으려 하지 않을꺼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박정희처럼 다 잡아다 족쳐야하는데”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박정희한테 족침을 당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심히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