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와 환도: 목정혈 대 유소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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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감상하는 데는 여러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만, 그 중 하나는 칼몸(도신刀身)과 손잡이를 고정하는 방식을 보는 것입니다. 일본의 카타나打刀와 조선의 환도環刀는 기본적으로 칼몸에 뚫린 구멍을 통해 고정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만, 실제로 어떻게 고정하느냐에 대해서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카타나의 경우, 메쿠기目釘라고 불리는 작은 대나무 정을 꽂아넣어서 고정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로 만든 손잡이에 이를 꽂아넣기 위한 작은 구멍이 하나 있게 되는데, 이를 목정혈目釘穴이라고 하지요. 칼을 잡았을 때 손으로 만져지지는 않습니다. 일본도를 손질하는 도구 중에는 메쿠기를 빼고 박는 데 쓰는 메쿠기누키라고 해서 작은 망치도 하나 있는데, 이걸 쓰면 어렵지 않게 칼을 해체할 수 있기 때문에, 칼의 손잡이 부속품 등을 자기 마음대로 바꿔서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반면, 조선 환도의 경우 유소혈流蘇穴이라는 작은 금속 원통을 박아넣어서 고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매듭 장식을 끼워넣어서 마무리를 하게 되지요.(유소혈의 유소라는 말 자체가 이러한 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칼 손잡이 위에 살짝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만져보면 유소혈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해체 따위는 생각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커스터마이징 따위는 물 건너갔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이 생기게 된 이유는 이 칼들의 태생에 기인합니다. 일본도의 대표적인 형식인 카타나는 지방 분권적 사회에서 사용하는 양손칼입니다. 내전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사회에서 칼이란 각 지방의 장인이 만들어 판매되는 상품입니다. 무사의 필수품인만큼 사용자의 취향 같은 것을 고려할 필요 또한 있습니다 - 조립만 할 줄 안다면, 마음에 드는 부품들을 사다 온라인 게임 캐릭터 꾸미듯이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양손으로 칼을 쓰는 만큼, 칼날을 고정하는 부품이 손잡이에 튀어나와 있으면 곤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조선 환도의 경우, 태생 자체가 중앙 집권적 사회에서 탄생한 한손칼이죠. 이런 사회에서는 칼과 같은 병장기란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생산해서 보급해주는 군수품입니다. 군수품 주제에 개인의 취향 따위를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뉴얼 대로 만들어서 쓰다가 망가지면 그냥 정비소에 보내는 수 밖에요. 게다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대형화되기 전, 환도는 한 손으로 쓰는 칼이었습니다. 그러니 길이도 좀 짧고, 손잡이 위에 유소혈이 튀어나와 있어도 문제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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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5일부터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칼, 실용과 상징" 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 박물관과 경인미술관이 수집한 조선 환도를 중심으로 한 전시회인데요, 이만한 수준의 전시는 아마도 몇 년 동안 만날 일이 전혀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일본의 도검 박물관에 전혀 꿀리지 않는 전시더군요.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만, 코너마다 컨셉을 줘서 아주 세심하게 배열해 놓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환도의 변천사에서 빼먹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일본도의 영향입니다. 이웃 나라에 워낙에 걸출한 도검이 있는 데다가 오랜 전쟁으로 인해 닮아갈 수밖에 없었던 탓이 큰데, 이번 전시에서도 그러한 점을 잘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전시실 한 귀퉁이에 함께 놓은 네 자루의 칼은 일본도의 영향을 완연히 보여 주는 칼들이더군요. 심지어 그 중 한 자루는 옻칠한 칼집 위에 금가루를 뿌려 장식하는 마키에 양식으로 만들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흥미를 가져서 잘 살펴보니, 유소혈과 목정혈이 함께 나타나는 칼이 생각보다 많이 있더군요. 한일 양국의 문화적 교류를 보여 주는 흥미로운 자료들이라 생각합니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은 월요일과 국경일은 쉽니다만, 지하철 6호선을 타면 쉽게 갈 수 있으니 칼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꼭 한 번 가서 관람하시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2009년 1월 18일 까지니까 며칠 안남았군요. 운이 좋으면 큐레이터 분의 안내를 받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회전초밥을 사 주신다면 제가 대신 가서 안내해드릴 용의도 있습니다. :D
- 주의사항: 전시회 도록(35,000)이 몇 권 안 남았음. 이 역시 육군박물관의 조선 도검 도록 이래 최고의 수준이라 확신함.
가고야 싶습니다만…. ㅋ
아니… 무슨 사정이라도 있으신가요 ;ㅁ;
이 포스트는 전시회에서 판매하는 도록에 첨부된 에세이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발췌하셨군요. 좋은 글이죠.
도록에 첨부된 에세이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발췌 >> 제가 직접 썼습니다.
가고싶어 갈수없고, 보고싶어 볼수 없는…
/애도
내일 저기 가볼까??
칼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가능하면 큐레이터 분의 안내를 받아서 보시는 걸 권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몇년전부터 환도와 일본도를 구별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자루결합구조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결합구조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인미술관 이석재 관장님 말씀처럼 목정혈의 기원 문제는 한번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도 있을 것 같고 여하간 재미있는 주제 같습니다.
목정혈과 유소혈 말고도, 칼끝을 정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번에 갔을 때 느낀 것은 금속 캡을 씌워서 고정하는 것이 보통인 환도 중에서도 일본도처럼 츠카이토에 카시라를 씌운 것들이 보이더군요. 전시회 끝나기 전에 몇 번 더 가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헐, 저렇게 극찬하시다니. 친구들이랑 갈 계획을 세워봐야겠습니다.
서둘러서 가시길 바라구요, 고려대학교 박물관은 월요일엔 쉽니다. 제가 갔을 때는 오후 3시 반에 큐레이터 안내가 있더군요. 참고하세요 :D
처음 뵙겠습니다… (__)
일본도와 환도 사이에는 저런 차이점이 있었던 거군요.
‘환도’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 특징은 잘 몰랐었는데.
설명을 보면서 보니 구분이 가는군요. ^^;
작년까지 저기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새삼 저런 전시회를 보니
담당하시는 분이 제가 아르바이트 그만두기 전부터 준비하고 계셨던 건데, 전시회를 둘러보고 얼마나 공을 들여 준비하셨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T-T
개막식하던 날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전부 무료로 도록을 나눠줬다는데, 그때 그 자리에 없었던 게 아쉬웠을 정도로 도록도 잘 나왔고…T-T
1. 일본도와 환도 사이에는 이것 말고도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길이/곡률과 함께 눈에 잘 띄는 편이죠. 없는 지식이지만 도움이 되서 기쁩니다. :D
2. 아, 작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전시회였군요. 이런 전시회를 한 번 하려면 몇년 전부터 공을 들여 준비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많은 공이 들었군요. 총평하자면, 제가 본 전시회 중 가장 좋았습니다. 정성이 절절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D
아… 해외에서 사는것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전시회에 가볼텐데…-_ㅠ
해외에서 해동검도를 수련중입니다만,
그런데 제 자신도 한국 도검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해외에 한국 도검의 존재감이란 정말 엍더군요..-_ㅠ;;
뭐 저도 그렇고 같이 수련 하는 사람들이 쓰는 가검들이 카타나를 많이 닮은
도검에 (뒷매기..라고 부르나요? 카시라랑은 틀리게 끈이 통과하지 않는..-ㅅ-;;
그게 유일한 차이라고 해야할까) 몇명은 아예 일본에서 이아이토를 주문해서 쓰니..
나중에는 꼭 전통적인(또는 고증 잘된) 환도를 사용하고 싶은데
만드시는 분이 거의 없더군요..-ㅅ-;; (판매하는건 더더욱 드믄..-ㅅ-;;;?)
물론 이번에 띠돈이 장착된 도검은 나왔긴하지만..-ㅅ-;; 에고고..-_ㅠ
고어핀드님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솔찍히 이 블로그에 와서 배운 환도에 관한 지식이나 패용방법이
정말로 크고 중요한 지식인것 같습니다^^
p.s.
아차.. 지금 저와 다른 둥료들이 쓰는 칼들이
일반 환도보다는 쌍수검 쪽이 더 가까울듯 한데
쌍수검이라면 사실상 카타나랑 차이가 거의 없는건지..-ㅅ-;;
사정이 그러시다면 제 Flickr 계정에 몇몇 전시물 사진들을 업로드 해 놓았으니 그거라도 보시길 바랍니다. http://www.flickr.com/photos/gorekun/sets/72157608840784550/ 입니다. 경인미술관 도검은 없습니다만, 설명을 상당히 상세하게 달아 놓았으니 이 정도면 일단 아쉬운 대로 감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환도를 제일 고증에 맞게 만드는 곳은 경인미술관 부설 어검당입니다. 해외 배송은 해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쌍수검이라는 말도 의미가 다양하기 때문에 마지막 질문에 대해 제가 확답을 드리지는 못합니다만, 보통 사용되는 의미 혹은 도검을 생각해보면 일본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일본의 거합도가 대중적인 수련도로서는 가장 품질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말도 들은 것 같네요. 뭐 일본이야 일단 수요가 많으니…
임란후에 탄생한 환도는 거의 일본도 양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환도의 코등이 부분을 보면 임란전후가 뚜렷하게 구분되는데, 임란후의 환도에는 코등이 부분에 일본식 궤혈이 둘 뚫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본도의 츠바를 모방한 흔적이지요. 그리고 환도는 짧습니다. 님이 임란전의 환도를 보시면 아주 실망하실겁니다. 저는 처음 보고 부엌칼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지요. 길어야 50센티를 넘지 못하는 길입니다. 하긴 이정도는 되어야 한손으로 쓰지 않겠습니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도검의 위치는 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고대전에서는 사실 도검류 보다 활이 우월한게 사실이었지요. 단지 임란때 전술의 변화가 일어나서 도검류와 총포류가 주목을 받은거였지…
드라이브 // 대략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군요. 다만 약간 지적을 하자면…
1. 환도의 코등이만으로 임란 전후를 뚜렷히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조선 전기의 환도 중에서도 궤병혈이 두 개 뚫려 있는 경우가 몇 있습니다. 일본도의 영향, 특히 코등이에 있어서는 그 영향이 꽤 일찍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2. 조선 초기의 환도도 전장 길이는 거의 70cm, 날길이는 50cm 이상이 됩니다. 일본도에 비해서 많이 짧기는 합니다만 수치에 있어서는 정확한 것이 더 좋겠지요.
좋은 정보 덕분에 얼마안 남은 도록 중에 하나는 제가 꿀꺽했습니다.
좀 비싼감이 있었는데 펼쳐보니 그이상의 값어치가 있습니다.
염치 없는 부탁하나 드리자면 시간 나실때 환도와 일본도의 차이를 정리해 주실수 없느지오?
도록 뒤에 붙은 논문에도 써있는 이야기입다만 인테넷에 떠도는 환도와 일본도 차이라고 떠도는 글이 참 기가 차는 수준이 너무 많습니다.
1. 축하드립니다. 그 도록에 대해 영원히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2. 환도와 일본도의 차이에 대해서는 안 그래도 글을 하나 더 추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것만 모두 정리한다면 대여섯 편 이상은 나오겠습니다만, 일단 탈고가 완료되는 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생업 때문에 바쁜데다가 글을 쓰는 속도도 빠르지 않아서 시간이 좀 걸립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환도와 일본도의 차이는 사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가 가능합니다만, 저 역시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에 비해서 아주 레벨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그 글을 본 적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봐주신다니 감사합니다. :D
잘 보고갑니다..
요새 궁금한게 좀 있어서..
님께서 글을 올리신다니 기다려 지는군요..
담에 꼭 와서 읽어보렵니다..
그럼 안녕히..
감사합니다. (–)(__)